스노우 레이스와 같은 이벤트를 뺀다면 야구처럼 대략 봄에 시작해서 가을에 끝나는 게 모터스포츠입니다. 2008년 국내 모터스포츠도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2008 CJ 슈퍼 레이스 챔피언십도 이제 여섯 번째 경기입니다. 이번 경기가 끝나면 남은 기회는 딱 한 번입니다. 그래서 시즌이 막판으로 갈 수록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물론 그만큼 사고도 더 많아지죠. 어쨌거나, 10월 19일은 결승전이 열리는 일요일입니다.
어이구 안개 봐라... 하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래 갈 안개는 아닐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역시 최근에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입니다. 이날 380GT 두 대를 전시했는데 이건 보통 판매망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대략 3천만원 초반대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레이싱용 패키지를 일부 적용한 경우입니다. 연예인 레이싱팀이자 현대자동차와 사이가 좋은 알스타 팀에서 작업을 했는데, 뒷날개가 살짝 보이는 것과 데칼이 붙어 있는 것 말고는 아까 본 노말 상태와 별 차이를 못 느끼실 듯합니다.
꽤 모양이 멋져 보입니다. 내년부터 제네시스 쿠페만이 참가하는 원 메이크 레이스가 슈퍼 레이스의 일부로 열린다고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차값은 3천만원 대 초반인데 여기에 현대자동차에서 지정하는 레이싱 패키지를 적용하는 방식이 될 듯합니다. 패키지 가격은 1,500만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그동안은 스포츠가 시늉만 내는 차만 내놓았던 현대가 이번에는 나름대로 후륜구동 방식과 브렘보 브레이크, 6단 수동 트랜스미션을 비롯해서 제법 스포츠카 같은 작품을 내 놓은 듯합니다. 올 마지막 경기인 7전 때에 시범 경기를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볼만할 듯합니다.
물론 현대자동차에서 모터스포츠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겠습니다만, 그래도 썩 뒷맛이 개운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현대에서 직접 나서서 모터스포츠에 참여하는 경우는 사실 이런 식으로 자기들끼리만의 잔치들 뿐입니다. 별로 시리즈로 열리는 클릭/세라토 페스티벌도 그렇고, 내년부터 열릴 제네시스 쿠페 경기도 그렇죠. 다른 메이커, 다른 자동차와 경쟁을 피한다는 겁니다. 슈퍼 2000에 직접 뛰어든 GM대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국제 무대에서도 WRC에 잠시 나간 것 말고는 모터스포츠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거대 자동차회사로서는 좀 걸맞지 않은 속 좁은 모습이지요. 그나저나, 스포츠 카는 나름대로 튜닝도 좀 해 가면서 타는 게 맛일 텐데, 그동안 튜닝을 적대시해 온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쿠페 출시를 계기로 뭔가 태도가 바뀔지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류시원 선수를 향한 우리 일본 팬들의 열정은 대단합니다. 등에 72와 106이란 번호가 쓰여 있는 후드 티셔츠를 입고 온 팬들이 꽤 있었습니다. 72는 류시원 선수가 타는 슈퍼 6000의 차량 번호, 그리고 106은 슈퍼 2000에 출전할 때 쓰던 차량 번호입니다. 대단하신 분들... 그나저나, 류시원 선수는 어제 연습주행 도중에 머신이 대파되는 사고를 당했는데 과연 차를 다 고쳤을래나...
패독 안에 있는 중앙 무대가 시끌벅적합니다. 오늘은 가수들의 공연이 두 차례 있습니다. 오전에는 다비치, 오후에는 SG워너비 공연이 잡혀 있습니다. 10분 짜리 미니 콘서트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 들었습니다.
사실 노래는 꽤 자주 들어 봤습니다만 누군지는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로 확실히 알게 됐네요. 오전 시간에는 연습 주행만 잡혀 있어서 그런지 팀 관계자들도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류시원 선수 보러 온 일본 아줌마 팬들도 재미나다는 듯 많이들 보러 왔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이벤트가 많은 거, 관중 서비스를 위해서 좋은 일이죠.
자... 다비치 사진은 이쯤 해 두도록 하고요...
오후부터는 클래스별 결승이 차례차례 진행됩니다. 이건 슈퍼 2000 그리드 정렬... 예전 같았으면 레이싱 모델과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 일본 아줌마 팬들로 북적거렸을 텐데, 류시원 선수도 슈퍼 6000으로 올라가고 해서인지 몰라도 예전보다는 많이 한산해진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 경기에는 팀들도 레이싱 모델을 별로 고용하지 않은 듯합니다. 이유가 뭘까...
마지막 경기는 6000cc V8 엔진을 얹은 스톡카로 치러지는 슈퍼 6000 클래스입니다. 그런데 폴 포지션을 잡은 레크리스 팀의 밤바 타쿠(일본인입니다 - 레크리스 팀도 사실은 일본 팀이죠) 선수의 차량에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피트를 나갔던 차량이 그리드 정렬을 하지 않고 다시 피트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미케닉들이 한참 뒷쪽 서스펜션 쪽을 보는 걸 보니 아마도 왼쪽 뒤 드라이브 샤프트 쪽에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류시원 선수의 차량입니다. 어제 앞쪽이 크게 망가졌는데 말끔하게 다 고쳤네요. 하지만 예선에 참여하지 못해서 가장 끝자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밤바 타쿠 선수가 피트에서 출발해야 할 상황이니 완전 꼴찌는 아닙니다만...
역시 류시원 선수도 있고 해서인지 아까 슈퍼 2000 경기보다는 좀 더 활발해 보입니다만, 뭔가 예전 경기보다는 좀 맥이 풀려 있는 모습입니다. 슈퍼 6000 참가 대수도 더 늘어났는데...
밤바 타쿠 선수의 차량은 여전히 공사중. 경기가 시작되자 일단 트랙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습니다. 한참을 개러지에서 머물러 있다가 경기가 반 넘게 지나고 나서야 다시 나갈 수 있었는데, 이미 완주는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승자가 달린 바퀴수의 75%는 넘어야 완주로 인정되는데 그만큼을 채울 수가 없으니까요.
처음에 슈퍼 6000이 열릴 때는 다들 적응이 안 되어서 얌전했는데 이제는 슬슬 과감해져 가고, 사고도 많아집니다. 시케인 팀의 차량이 옆쪽으로 벽을 들이받는 바람에 운전석 쪽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좀 위험했습니다만 드라이버는 무사했지요.
당연히 세이프티 카가 나왔고... 어쨌거나 이런 머신 트러블과 사고 덕을 톡톡히 본 분이 있었으니 가장 끝에서 출발했던 류시원 선수. 앞쪽에서 경쟁하던 차량들이 여러 차례 스핀하거나 추돌하거나 하는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3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세이프티 카 발령 상황에서 지게차가 투입돼서 아까 사고를 내고 트랙 곁에 멈춰 선 차량을 끌어냅니다. 오늘 하루 종일 세이프티 카 참 바빴습니다. 심지어는 세이프티 카가 들어가고 나서 레이스가 재개되자마자 다시 세이프티 카가 투입되는 상황까지...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 전에 다시 무대가 북적입니다. SG워너비가 왔기 때문이지요. 아까 다비치가 왔을 때보다도 확실히 많더군요.
정말 바빴는지 무대가 끝나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밴에 휙 올라서 안녕~ 어쨌거나 이날 경기에서는 지난 번에 완전 죽을 쒔던 알스타즈 팀이 쏠쏠한 성적을 올렸습니다. 슈퍼 1600에서는 가수 김진표 선수가 우승을 차지해서 챔피언을 거의 확정지었지요. 득남도 했는데 이래저래 경사 났습니다. 슈퍼 6000에서도 알스타즈가 2, 3위를 차지한 데다가 류시원 선수가 3위를 차지했으니 일본 아줌마 팬들 난리났습니다.
이제 올해 경기는 한 번 남았네요. 이래저래 흥밋거리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시즌이었습니다만 그래도 끝나고 나면 꽤나 아쉬움이 많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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