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나 댓글이 명예훼손이나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볼 때 신고를 통해서 임시삭제를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저도 몇 달 전에 주성영 의원에 대해 쓴 글을 주성영 의원(아마도 보좌관 짓이겠지만) 쪽에서 신고를 해서 글 하나가 임시삭제 상태에 있습니다. 알고 보니 저만이 아니라 많은 블로거들이 주성영 의원에게 신고를 당한 상황이더군요.

임시삭제가 되면 일단 30일 동안 삭제 상태가 되고, 신고자가 신고 사유를 재판과 같은 정식 절차를 통해서 입증하지 못하면 삭제가 풀립니다. 이 기간 동안에 글을 올린 사람이 자진 삭제 또는 임시삭제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도 있고, 반대로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기관을 통해서 혐의가 없음을 입증해서 삭제를 풀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만약에 이번 주성영 의원처럼 법적으로는 명예훼손 요건이 안 되는 데도 자기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무차별 신고를 했을 때, 저는 30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제 글을 삭제당하는 불이익을 당합니다. 하지만 결국 신고자가 입증을 못했을 경우, 저에겐 도대체 어떤 보상이 있는 걸까요? 그저 글 다시 돌려 받은 것으로 감지덕지해야 하는 걸까요? 반대로, 혐의가 안 되는 글을 무차별 신고한 사람은 신고 내용을 입증하지 못했을 경우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요? 물론 보통은 신고할 때 허위신고를 할 경우에는 사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경고를 하지만 그 내용이 모호하고 실제로 그런 조처를 받는 사람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신고를 통한 임시삭제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심각한 명예훼손이나 욕설 악플과 같은 것들을 그냥 놔두기는 곤란할 것이고, 피해자가 적극 신고를 통해서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혐의도 안 되는 것을 무차별 신고로 비판 의견에 입막음을 하려 드는 식으로 남용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공탁 제도입니다.

보증금 제도란 간단히 말해서 신고를 할 때 건당 일정금액을 보증금으로 납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주성영 의원이 제 글에 대해서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하겠다면 보증금으로 일정액수, 예를 들면 1만 원을 카드 결제와 같은 방식으로 걸어두는 것입니다. 만약 주성영 의원이 제 글이 명예훼손임을 입증한다면 그 1만 원은 도로 주성영 의원에게 돌려주게 되고(수수료만 제외하고) 만약 입증하지 못하면 그 돈은 저한테 돌아오게 되는 거죠(수수료만 제외하고). 이를 통해서 신고를 무차별 남발하는 것을 막고 만약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글을 신고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신고자에게는 그에 대한 불이익을 줌과 함께 임시삭제를 당한 사람에게는 작게나마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내게 됩니다.

물론 이럴 경우에 부작용이 있는데, 돈이 없는 사람은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인터넷 특성으로 볼 때 특히 댓글 같은 경우에는 수십에서 수백 건을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건당 1만 원만 보증금으로 걸어도 수백만 원이 훌쩍 넘어갈 것입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임시삭제를 2단계로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곧, 보증금 없이 신고를 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 삭제 기간을 3일 정도로 제한합니다. 그리고 3일 안에 보증금을 내고 연장을 신청하면 30일까지 임시삭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같은 사안에 대한 댓글이나 글이 많이 있다면 이를 묶어서 10만 원 가량 정액으로 보증금을 받고 30일로 임시삭제 기간을 연장합니다. 단, 30일 안에 입증을 못 한 글에 대해서는 건당 보증금을 모두 납부해야 하며 이를 납부하지 못하면 신고권을 1년 동안 제한합니다.

물론 이런 제도에도 분명 부작용이나 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차별로 아무렇게나 신고를 해도 신고자는 별다른 불이익이 없고, 억울하게 임시삭제를 당한 사람은 결국 신고자가 입증을 못 해도 마땅히 보상 받을 길이 없는 지금의 임시삭제 제도는 분명히 부당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허위 신고, 또는 비판 의견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태들을 제한할 보완 방법이 필요합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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