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8 포뮬러 1 싱가포르 그랑프리 : 레이스 - 1 다음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시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아까 SC 상황에서 피트가 열리기 전에 들어왔던 니코 로즈베르크가 선두를 잡고 아직 피트스탑하지 않은 트룰리와 피시켈라가 2,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역시 피트가 열리기 전에 재급유를 한 로베르트 쿠비차가 4위입니다. 따라서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알론소가 선두가 되는 셈입니다. 그 뒤로는 웨버, 쿨타드, 해밀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페라리 듀오는 부르대를 가운데 두고 맨 끄트머리... 이거 큰일입니다. 마사로서는 자칫 노 포인트로 주저앉으면서 1 포인트 차이까지 따라잡았던 해밀튼이 멀찍이 도망갈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트스탑에서 시간을 몇 초 까먹는 바람에 쿨타드 뒤로 밀린 해밀튼 역시 포디움 피니시 정도는 잡아야 마사와 격차를 웬만큼 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SC 상황이었기 망정이지 정상 상황이었다면 꼼짝없이 한 바퀴 넘게 처져서 파란 깃발을 받을 처지가 될 뻔했습니다.




안 그래도 갈 길이 바쁜 마사가 부르대를 노리다가 트랙을 살짝 벗어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물론 바깥에 충분한 공간이 있는 곳이라 다행입니다만 다른 곳 같았으면 그대로 방호벽을 들이받고 리타이어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니코가 엄청난 페이스로 2위와 격차를 벌려 나갑니다. 일단 첫번째 문제는 트룰리지요. 아까 세이프티 카가 나오기 전에도 그랬습니다만 다른 차량보다 페이스가 많이 떨어지는데도 앞지르기가 어려운 싱가포르 서킷 때문에 뒤 차량들이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벌써 니코와 트룰리 사이 격차가 5초 넘게 벌어져버렸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3위는 단골 꼴찌인 포스 인디아의 쟝카를로 피시켈라. 트룰리와 피시켈라 뒤에 있는 드라이버들로서는 속으로 '너 빨리 피트에 들어가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있을 듯합니다. 민폐 제대로 끼치고 있는 셈이죠.




레이스 컨트롤에서 2번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냅니다. 2번이면 펠리페 마사입니다. 아마 아까 피트스탑을 마치고 나올 때 호스를 매단 상태로 아드리안 슈틸 바로 앞으로 튀어나온 게 문제가 된 듯합니다. 안 그래도 꼴찌인데, 만약 페널티라도 받는다면 정말 치명타가 될 겁니다.




역시나 트룰리와 피시켈라가 제대로 민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한 바퀴에 거의 3초 가까이씩 격차가 나고 있습니다. 다른 서킷 같았으면 뒤에 있던 드라이버들이 진작에 피시켈라쯤은 앞질러 나갔겠지만 이놈의 시가지 서킷은... 뒤에 있는 드라이버들로서는 환장할 일이죠. 그렇다고 피시켈라가 양보운전을 할 리도 없고... 이렇게 되면 니코로서는 10초 페널티를 받아서 피트에 갔다 온다고 해도 시간을 많이 벌어서 크게 뒤처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7번 차량(니코 로즈베르크)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SC 상황에서 피트가 열리지 않았을 때 재급유를 한 것 때문이겠죠. 이어서 4번 차량(로베르트 쿠비차) 역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결국 마사에게 드라이브-스루 페널티가 나갑니다. 예상했던 대로 피트스탑을 하고 위험하게 끼어들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아직까지도 부르대를 잡지 못하고 있는 마사로서는 치명타를 맞는 셈입니다. 마사는 메시지가 나오고 곧바로 피트를 거쳐서 나갑니다. 마사로서는 속이 타들어 갈 지경입니다.





뒤이어서 니코 로즈베르크와 로베르트 쿠비차에게도 10초 페널티가 나갑니다. 마사가 받은 드라이브-스루 페널티는 피트로 들어와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주행해서 나가는 페널티입니다. 피트 레인에서는 속도가 80km/h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잃게 됩니다만, 니코의 경우에는 피트로 들어가서 자기 팀 개러지에 10초 동안 서 있다 나가야 하므로 훨씬 많은 시간을 잃게 됩니다(이 경우에는 모든 작업이 금지됩니다).






쿠비차가 먼저 피트에 들어왔습니다. 페널티가 나간 다음에 세 바퀴 안에 페널티를 이행하지 않으면 실격당하게 되는데, 쿠비차는 곧바로 들어왔습니다만 니코로서는 피시켈라가 충실한 방어막 노릇을 해 주는 상황을 충분히 이용해서, 남은 세 바퀴를 다 채우고 피트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2위 트룰리와 격차만 해도 12초가 넘습니다. 이러는 동안에 웨버가 시케인에서 트랙을 벗어나는 바람에 쿨타드와 해밀튼에게 자리를 내어 줍니다. 이렇게 되면 해밀튼도 잘 하면 포디움은 노려볼 수 있을 듯합니다만 일단 앞에 있는 쿨타드를 어떻게 해서든 공략을 해야 할 텐데...





역시 규정된 세 바퀴를 꽉 채우고 로즈베르크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차이를 많이 벌려 놨기에 페르난도 알론소 바로 뒤, 쿨타드 앞에 붙습니다. 지금으로서는 4위가 되지만 어차피 트룰리나 피시켈라는 피트스탑을 해야 하니까 2위가 되는 셈입니다. 그나저나, 트룰리와 피시켈라는 이렇게 되면 1 스탑 작전이라는 건데...





해밀튼이 계속 쿨타드의 뒤를 노립니다만 역시 여의치 않습니다. 둘 사이 격차는 겨우 0.2초. 이 정도면 보통 서킷이면 진작에 슬립스트림 타고 앞으로 치고 나갔을 테지만 여기서는 참 대책이 없습니다. "모나코보다도 더 어려울 것"이라는 해밀튼의 예상이 역시 맞아떨어지는 모습입니다. 결국 두 번째 피트스탑 때 뒤집기를 노릴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오늘 수많은 상위권 차량들을 거느리면서 로즈베르크에 혁혁한 봉사를 하신 피시켈라 선생님이 드디어, 피트에 들어왔습니다. 역시 1 스탑이네요. 무려 13.1초에 걸쳐서 무려 133 리터나 연료를 주입하고 나갑니다. 좀 이해가 안 가는 점은, 남은 바퀴수는 32 바퀴인데 주입량은 40 바퀴를 달릴 수 있을 만큼 됩니다. 이 수치야 어차피 평균값이니 연비가 나빠서 연료가 더 많이 필요한 걸까요? 어쨌거나 피시켈라 뒤에 잡힌 드라이버들의 팬들이야 피시켈라를 욕하겠지만 그게 레이싱이고 피시켈라도 드라이버입니다. 절대 비켜줄 수 없죠. 피시켈라는 F1 드라이버로서 너무나 당연한 싸움을 한 것 뿐입니다.




마크 웨버가 피트로 들어오더니 미케닉들이 개러지로 차량을 밀어 넣습니다. 리타이어네요. 아까 시케인에서 스핀하면서 쿨타드와 해밀튼에게 자리를 내어 줄 때부터 안 좋았나 봅니다. 한편 아직도 피트에 들어오지 않는 선두 트룰리는 과연 언제쯤 피트스탑을 할까요? 11위에서 출발해서 일단 선두를 달리고는 있으니 지금까지 상황이야 꽤 쏠쏠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알론소와 격차가 11.2 초 정도니까 포인트권 안으로는 들어올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2 스탑 하는 드라이버들은 한 번 더 피트로 가야 하니까... 이런 점을 감안하다면 꽤 좋은 성적을 노려볼 만하겠습니다.






한편 여전히 하위권인 16위에 있는 마사가 쿠비차에게 앞지르기를 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뭔가 기력을 잃는 듯한 모습입니다. 30 바퀴를 남겨 놓고 두번째 피트스탑. 너무 이르지 않은가 싶네요. 아까 신호 실수로 대형 사고를 친 것 때문인지 이번에는 롤리팝을 든 크루가 머신 앞에 섰습니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도 가끔은 아날로그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는... 아무튼 7.3초로 남은 바퀴수를 감안한다면 무척 짧은 스탑을 하는데, 아까 주입한 연료량이 있으니 또 들어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소프트 옵션 타이어로 뭔가 해보겠다는 뜻일까요?






드디어 트룰리도 마지막으로 피트스탑을 했습니다. 95 리터. 역시 많이 넣었네요. 윌리엄스의 나카지마 카즈키 앞에서 8위로 레이스에 합류했습니다. 페이스 유지만 잘 한다면 앞에 있는 2 스탑 작전 드라이버들이 다음 스탑을 할 때쯤 좀더 순위를 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나카지마가 무거운 트룰리를 공략해 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됩니다.





한편 마사가 드디어 부르대를 제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포인트권은 너무나 멀기만 합니다. 두번째 피트스탑을 일찍 가져간 페라리의 작전이 과연 다른 드라이버들이 피트스탑을 한 뒤에 뭔가 효과를 발휘할까요?







27 바퀴를 남겨 놓고 코발라이넨이 두번째 피트스탑을 했습니다. 순위가 많이 빠져서 지금으로서는 포인트권에 들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한편 한편 앞쪽에서는 이제 들어갈 녀석들이 다 피트에 갔다 오니 알론소가 선두에 섭니다. 로즈베르크와도 5.6초 차이. 페이스도 좋습니다. 올해 상황으로 봐서는 설마 하겠어? 했던 우승을 싱가포르에서 맛보는 걸까요? 한편 여전히 나카지마는 트룰리 뒤에, 해밀튼은 쿨타드 뒤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역시 쿨타드 뒤에 잡혀 있어서 그런지 알론소보다 랩 타임이 1.5초 넘게 늦습니다.







그나저나, 트룰리를 쫓던 나카지마 뒤에 어느새 달라붙은 분이 있으니... 그 이름 키미 라이코넨 되시겠습니다. 여기에 뭔가 자극 받았을까요? 나카지마가 드디어 트룰리를 턴 7에서 제치는 데 성공합니다. 노면에 닿아서 불꽃을 튀기면서, 그리고 왼쪽 앞 타이어가 잠기면서 연기를 내뿜으면서, 참 천신만고 끝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키미도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바퀴에서 역시 같은 지점에서 트룰리를 공략합니다. 이렇게 되면 트룰리로서는 포인트 따기가 만만치 않아졌습니다. 마사는 이미 포인트권에서 너무 멀어졌고, 키미는 아직 해볼 만합니다. 그야말로 바늘구멍 같은 챔피언의 기회를 살리는 것도 있겠지만 컨스트럭터 포인트에서 맥클라렌이 페라리를 많이 따라잡았기 때문에 팀을 위한 포인트라도 건져야 합니다.







니코 로즈베르크가 두번째 피트스탑을 합니다. 아까 페널티까지 합치면 오늘 세 번 들어온 셈이죠. 소프트 옵션 타이어로 바꾸고 8.7초 스탑한 뒤, 일단 7위로 레이스에 합류합니다. 한편 르노에서 타이어를 들고 나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첫 스탑을 일찍 한 만큼 알론소도 들어올 때가 됐지요. 알론소는 출발 때 소프트 옵션을 썼기 때문에 두번째 스탑에서도 하드 옵션으로 타이어를 바꿉니다.









자... 그런데 작년에 한솥밥을 먹던 동료이자 철천지 원수와도 같았던 알론소와 해밀튼이 졸지에 합작 플레이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피트에서 트랙으로 복귀하던 알론소가 마침 딱 쿨타드 앞에 섰습니다. 이렇게 되니 쿨타드로서는 갑자기 앞에 나선 알론소 때문에 페이스가 떨어졌는데 이를 놓치지 않고 해밀튼이 계속 뒤를 후벼 판 끝에 결국 앞지르기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쿨타드와 해밀튼의 싸움은 끝난 게 아닙니다. 19 바퀴를 남겨 놓고 두 차량이 나란히 피트로 방향을 돌립니다. 거의 차이가 없는 두 드라이버. 피트스탑을 먼저 끝내고 나가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과연 누가 이길까요?






해밀튼이 7.7초만에 피트스탑을 마치고 먼저 튀어나갑니다. 그런데 레드 불이 너무 마음이 급했을까요? 급유 호스가 빠지지 않았는데 쿨타드의 차량이 움찔, 앞으로 튀어나갑니다. 자세히 보니 호스가 채 빠지지 않았는데도 롤리팝을 치우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하마터면 아까 마사처럼 완전히 망할 뻔 했지만 금방 롤리팝을 다시 내리고 쿨타드도 사태를 파악하고 다시 멈추는 바람에 시간은 좀 까먹었지만 그래도 글록한테만 자리를 내어줬을 뿐, 멸망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어쨌거나 페라리 롤리팝 신호 담당이나 레드불 롤리팝 담당이나, 오늘 제대로 기합 좀 받겠는 걸요.





일단 포인트권 순위는 알론소, 글록, 베텔, 하이드펠트, 로즈베르크, 라이코넨, 해밀튼, 그리고 트룰리입니다. 하지만 아직 글록과 베텔, 하이드펠트, 라이코넨은 피트스탑이 한 번 더 남았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해밀튼이 3위로 포디움 피니시를 노려볼 만하고 로즈베르크를 따라잡을 시간도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앞지르기까지 성공하기에는 어려울 듯하지만...





한편 부르대를 제치는 데에 성공한 마사입니다만 아직 포스 인디아의 쟝카를로 피시켈라 뒤에 묶여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레이스가 끝난다면 챔피언십 2, 3위가 모두 노 포인트를 기록, 마사와 해밀튼은 7 포인트 차이로 벌어지고 쿠비차 역시 18 포인트 차이로 챔피언십 경쟁에서 거의 밀려났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마사가 어떻게든 피시켈라를 시케인에서 공략해 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트랙을 이탈합니다. 오늘 참 완주도 험난한 마사입니다.






알론소 앞에 있던 토요타의 티모 글록이 스탑합니다. 드디어 다시 선두를 되찾은 알론소. 15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했지만 그야말로 대박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셈입니다. 아마도 올해 우승자 가운데 그리드 가장 뒷편에서 출발한, 다시 말해서 가장 큰 역전승을 거둔 드라이버가 될 듯합니다. 그 뒤는 10초 페널티까지 받고도 트룰리와 피시켈라가 뒷차들을 제대로 잡아 준 덕택에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니코 로즈베르크입니다. 이쯤되면 페널티마저도 감미롭겠죠.








어라어라? 포인트권에서 순항하고 있던 트룰리의 머신이 갑자기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합니다. 시케인도 제대로 못 타고 트랙을 이탈하면서 기어가는데 아마 피트까지는 자력으로 가서 리타이어할 듯합니다. 한편 11 바퀴를 남겨 놓고 라이코넨이 피트스탑합니다. 6.6초라는 짧은 시간을 머무른 뒤 5위로 합류합니다. 팀으로서는 컨스트럭터 경쟁에서 금쪽 같은 4 포인트입니다.






트랙을 이탈했다가 코스로 복귀하는 마사의 모습이 잡히는가 했더니 곧바로 아드리안 슈틸이 마사가 떠난 자리에 그대로 밀고 들어와서 벽을 들이받습니다. 왼쪽 앞 브레이크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리타이어, 지점을 보면 레이싱 라인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곧바로 세이프티 카가 발동됩니다.




상황을 보니, 피시켈라와 마사가 달리는 와중에 머신 트러블로 기어가는 트룰리가 완전히 트랙 한켠으로 비키지 않고 약간 어중간하게 걸쳐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피시켈라는 잘 피해서 코너를 탈출했지만 그 다음에 트룰리가 좀더 앞으로 진행하면서 마사는 약간 방해를 받은 듯합니다. 스핀하면서 뒤쪽을 벽에 부딪쳤지만 다행히 머신에 손상은 없는 듯합니다. 슈틸은 아마도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서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못한 듯합니다. 조금만 마사가 늦게 피했어도 그대로 슈틸에게 옆을 받힐 뻔했습니다.

어쨌거나, 세이프티 카가 나오니 편안한 리드를 즐기고 있던 알론소와 로즈베르크는 조금 긴장할 분위기가 됐고, 조금이라도 더 포인트를 건져야 할 해밀튼과 라이코넨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특히 로즈베르크와 격차를 빠르게 좁힌 해밀튼은 세이프티 카가 빠지고 나면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트랙이 치워지고 세이프티 카가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남은 바퀴 수는 8 바퀴. 과연 알론소와 로즈베르크는 선두를 지킬 수 있을까요? 해밀튼과 라이코넨은 역전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한 바퀴만에 알론소와 로즈베르크는 3.7초나 벌어졌습니다. 해밀튼도 아까 무섭게 따라잡던 그 페이스에 어울리지 않게 니코에게 조금 처지는 느낌입니다. 결국 순위에 별다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5 바퀴 남았습니다. 알론소와 로즈베르크는 벌써 6초나 차이가 납니다. 이 정도면 알론소가 어딜 들이 받거나 엔진이 터지지 않는 한은 우승은 거의 확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로즈베르크와 해밀튼의 격차는 0.7초로 다시 좁혀졌습니다. 해밀튼이 2위를 차지할 기회를 볼 수 있을까요? GP2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2003년에 창원 F3에도 함께 참전했던 이 두 드라이버가 과연 뭔가 볼만한 전투를 벌일지, 좀더 지켜 볼 일입니다.






그러나, 비록 서킷은 앞지르기가 힘들어서 심심하지만 그렇다고 막판까지 그냥 심심하게 가도록 놔두는 서킷도 아닙니다. 물론 여기엔 희생양이 필요하지요. 4 바퀴를 남겨 놓고 글록을 추격하던 라이코넨이 시케인 첫번째 정점에서 연석을 타다가 머신이 덜컹거리면서 떨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시케인은 빠져나갔지만 컨트롤을 잃고 다음 코너에서 벽을 들이받고 맙니다. 오른쪽 휠과 서스펜션은 물론 앞쪽 날개까지 망가지면서 결국 리타이어. 지난 번 벨기에에서 막판에 빗속에서 스핀 뒤에 벽을 들이받고 리타이어 한 악몽이 다시금 재현됩니다. 또한 라이코넨은 네 경기 연속으로 노 포인트를 기록하는 수렁에 빠지고 마는 순간입니다.





잘 보시면 첫 사진에서 연석을 탄 머신이 약간 공중에 뜬 게 보일 겁니다. 사실 사고가 난 문제의 턴 10은 이미 드라이버들에게 걱정거리가 되었습니다. 시케인을 강제로 만들기 위해서 연석을 배치했는데, 문제는 드라이버들이 시케인을 코스 모양대로 S자로 타는 게 아니라 거의 직선으로 뽑는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 연석을 살짝살짝 타게 되는데, 이 연석 구조가 사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가 있습니다. 어제는 피시켈라가 당했는데 이번에는 라이코넨이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키미를 맹추격하던 해밀튼이 로즈베르크를 잡겠다는 추격 의지를 포기했는지 페이스를 늦춥니다. 1초도 안 되던 격차가 순식간에 2초 가까이 벌어집니다. 남은 바퀴수는 단 두 바퀴. 아마도 이렇게 안전 모드로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거의 2시간을 꽉 채우고 체커가 떨어졌습니다. 알론소, 로즈베르크, 해밀튼이 1, 2, 3위를 기록합니다.





그야말로 감격적인 우승입니다. 올해 오르기도 힘들어 보였던 포디움에, 그것도 꼭대기에 오른 알론소. 그것도 F1 사상 첫 야간 레이스 우승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됐습니다.




한편 라이코넨은... 허망한 눈초리로 허공을 보고 있습니다. 키미는 경기가 끝난 뒤에 타이틀에 대한 희망이 날아갔음을 인정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는 마사를 밀어주고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위한 포인트 챙기기에 주력할 뜻을 내비친 셈입니다.




작년에 참 원수지간이었던 두 사람. 먼저 자리에 앉아서 물을 들이키는 알론소에게 해밀튼이 다가와 악수를 청합니다만, 물에서 입도 떼지 않고 손만 한번 잡고 땡. 역시 앙금이 많이 남은 건지...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두 드라이버가 1, 2위를 나란히 차지합니다. 해밀튼은 3위에 머물렀지만 페라리 듀오가 노 포인트의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일단은 만족. 이번 경기를 챔피언십을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던 페라리는 제대로 치명타를 맞은 셈입니다.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해밀튼과 마사의 격차는 다시 7 포인트로 벌어졌고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는 1 포인트 차이로 맥클라렌에게 선두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물론 작년에도 2 경기를 남겨 놓고 해밀튼과 키미 사이에 17 포인트나 벌어진 격차를 맥클라렌의 2연속 삽질로 따라잡고 챔피언을 차지했습니다만, 과연 올해도 그런 행운이 올지...





르노에게도 윌리엄스에게도, 참 목말랐던 샴페인입니다. 어쨌거나 이제 남은 경기는 일본, 중국, 그리고 브라질입니다. 이제 챔피언십은 거의 해밀튼과 마사의 2파전으로 압축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다행히 마사에게는 확실히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브라질이 있습니다만 일본과 중국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는 일만은 막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에 브라질을 남겨 놓고 10 포인트 넘게 벌어진다면 그것으로 챔피언십은 확정입니다. 페라리에서는 세 경기 모두 원-투 피니시로 끝내버리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만, 인생이 그렇게 쉽진 않지요. 하지만 분명 저력 있는 페라리기 때문에 막판까지 계속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챔피언십입니다. 올해 F1, 아무튼 정말 우승자도 다양하고, 우승팀도 다양하고, 늘 쏠림현상이 심했던 최근 경향과는 좀 다른 모습입니다.

PosNoDriverTeamLapsTime/RetiredGridPts
1 5 Fernando Alonso Renault 61 1:57:16.304 15 10
2 7 Nico Rosberg Williams-Toyota 61 +2.9 secs 8 8
3 22 Lewis Hamilton McLaren-Mercedes 61 +5.9 secs 2 6
4 12 Timo Glock Toyota 61 +8.1 secs 7 5
5 15 Sebastian Vettel STR-Ferrari 61 +10.2 secs 6 4
6 3 Nick Heidfeld BMW Sauber 61 +11.1 secs 9 3
7 9 David Coulthard Red Bull-Renault 61 +16.3 secs 14 2
8 8 Kazuki Nakajima Williams-Toyota 61 +18.4 secs 10 1
9 16 Jenson Button Honda 61 +19.8 secs 12
10 23 Heikki Kovalainen McLaren-Mercedes 61 +26.9 secs 5
11 4 Robert Kubica BMW Sauber 61 +27.9 secs 4
12 14 Sebastien Bourdais STR-Ferrari 61 +29.4 secs 17
13 2 Felipe Massa Ferrari 61 +35.1 secs 1
14 21 Giancarlo Fisichella Force India-Ferrari 61 +43.5 secs 20
15 1 Kimi Räikkönen Ferrari 57 Accident 3
Ret 11 Jarno Trulli Toyota 50 Hydraulics 11
Ret 20 Adrian Sutil Force India-Ferrari 49 Accident 19
Ret 10 Mark Webber Red Bull-Renault 29 Transmission 13
Ret 17 Rubens Barrichello Honda 14 Engine 18
Ret 6 Nelsinho Piquet Renault 13 Accident 16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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