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비몽사몽하는 정신으로 TV를 켰습니다. 뉴스나 좀 보려고 했는데, 잠이 빨리 안 깨더군요. 해롱거리는 눈으로 최진실... 이라는 이름이 들어왔는데 잠이 확 깼습니다. YTN 화면에 '탤런트 최진실 씨 숨진 채 발견'이라는 말이 자막으로 떠 있더군요.

한 시간쯤 있다가 최진실 씨하고 '잘 아는 사이'인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됐습니다. 그 분도 많이 놀랐더군요. 안 그래도 지난 주에 전화 통화를 했는데 졸지에 사채업자로 찍힌 일에 대해서 화가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라 있더랍니다. 아마도 전화 통화 내내 열이 잔뜩 받아 있었던 모양인데... 그 지인은 전화 통화 내내 한숨을 푹푹 쉬더군요. 그렇게 의지력 강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은 몰랐던 거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확한 이유가 검증된 게 아니라서 그 루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어쨌거나, 이번 일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악플로 괴롭힌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요.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당위성과 현실은 언제나 거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인터넷 악플이나 루머를 근절시킬 수 있을까요? 북한이라면 어쩌면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민주주의'나 '자유'를 간판에 내건 사회에서 근절시키기란 모든 사람들을 천사로 만들기 전에는 어려울 겁니다. 북한처럼 인터넷을 모조리 통제에 놓고 모든 행동이 국가기관에게 감시를 받는다면 근절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아주 철저하게 한다면 많이 누그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통제된 사회인 북한에서도 소문이나 악선동이 없는 건 아닙니다. 나름대로 거기도 알게 모르게 권력자에 대한 비하성 유머나 은어가 돈다는 건 이미 많은 탈북자들이 얘기한 바 있지요. 우리보다 인터넷이 훨씬 많이 통제되는 중국도 역시 인터넷을 통한 루머나 악플은 넘쳐 납니다. 또한 국가기관에 그런 막강한 통제권이 주어졌을 때 정치적으로 남용될 것은 너무나 뻔한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통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주주의란 원칙을 갖다 버린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통제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우리 사회처럼 이미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진 사회에서 악플을 이잡듯 뒤져서 근절시킬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자라나면서부터 교육을 통해서, 사회적 캠페인과 인터넷 문화 운동을 통해서 인식을 바꿔 나가는 행동 역시도 필요하겠죠. 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없어서 지금과 같은 비극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이런 활동을 더 강화한다고 해도 효과를 보기에는 너무 오래 걸립니다. 언론 보도의 선정성 역시도 사실 말은 좋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요? 황색 저널리즘이란 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일도 아니고 겉으로는 윤리적인 척 욕해도 뒤로는 선정적인 보도나 소문에 솔깃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황색 저널리즘과 언론의 싸움은 전세계적으로 뿌리깊게 내려오는 고질병이고 이 병세가 나아진 경우도 없습니다. 이번과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단골 메뉴처럼 거론하는 대책들이 이런 거지만 언제나 구호로 맴돌 뿐, 어찌보면 이제는 하나마나한 얘기와도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러한 대책들이 부질없는 짓이니 관두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래 걸리고 힘들더라도 계속 인식 개선을 촉구해야 하고 악플과 악성 루머는 계속 비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방향을 돌려 본다면 연예인들도 좀더 강해지고 좀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위성은 당위성이고 현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데다가 그 현실을 바로 잡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자기 방어 역시도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로, 인터넷에 도는 악성 루머나 악플에 시달리다가 결국 법의 도움을 받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범인이 잡힌 뒤에는 유야무야 선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연예인으로서는 이미지 문제도 있을 뿐더러, 막상 범인을 잡아 놓고 보면 악랄한 범죄자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끝까지 처벌을 요구하기도 뭣한 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늘 선처로 끝나다보니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본다는 점입니다.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결국은 이래저래 흐지부지, 별 큰 일이 없으니 속 편하게 악플을 쏟아내는 거죠. 물론 혼자만 독하게 가기는 좀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겁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연대'겠지요. 결국 내가 좋은 마음으로 선처함으로써 그 사람은 반성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수많은 악플러들을 오히려 안심시킴으로써 다른 연예인들이 더 크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이와 비슷하게, 확실한 근거가 없이 떠도는 말을 가지고 실명에 자세한 내용까지 실어서 기사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사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 대응이 필요할 것입니다. 루머가 도는 것 자체를 기사화한다고 해도 루머의 자세한 내용까지 밝혀서는 안 되겠지요. 아무리 '루머'라고 꼬리표를 붙여 봤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생각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이번 일을 생각해 봐도 문제의 그 '25억 사채설'은 인터넷에서만 떠돌았다면 아마 인터넷에서만 돌다 말았을 것입니다. 요즘은 연예인들도 인터넷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무감각해지거나 외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그게 언론을 타고 크게 번졌다는 겁니다. 인터넷의 소문으로 머물 때와 언론을 타고 퍼질 때의 파괴력은 천지차이입니다.

둘째로, 많은 연예인들이 미니홈피나 인터넷에 사이트 또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알리는 창구로써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은 좋긴 한데, 많은 경우에는 특별한 로그인 없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악플러들의 온상이기도 하지요. 과연 연예인의 미니홈피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팬들로서는 이런 곳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겠죠. 하지만 999개의 좋은 글 사이에 끼어 있는 1개의 악플에 마음 속 치명상을 입게 마련입니다. 인터넷 뉴스에 달린 악플이야 안 보면 그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자기 미니홈피는 그렇지가 않지요. 우리나라의 인터넷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아무나 글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이나 방명록을 운영하고 있지만 과연 정말 꼭 있어야 하는 건지, 악플에 대해서 무덤덤하다면 모를까 심한 상처 받으면서까지 그런 창구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본인에게만 관리 권한이 주어지는 미니홈피인 경우에는 매니저나 소속사에서 방명록이나 댓글을 관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장은 연예인 자신이 이러한 현실에 좀더 강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연예인이란 건 대중들 앞에서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일거수 일투족은 사람들의 관심을 밖에 마련이고 쫓아다니는 눈과 귀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죠. 파파라치와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입니다. 결국 악플이나 악성 루머는 인기 연예인들에게는 언제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숙명입니다. 없어져야 할 것들이지만 현실에서 없애기란 너무나 힘들지요. 결국 연예인이라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앞에서 얘기했던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면서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들 역시도 멋진 모습만을 볼 게 아니라, 과연 이런 댓가를 치르고 버틸 의지력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20대도 아니고 풋내기도 아닌,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최진실 씨조차도 이렇게 무너질 만큼 험한 세상입니다.

덧붙여서, 자신의 마음 상태에 좀더 솔직해지고 적극 치유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자살하는 연예인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경우가 많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극도로 스트레스가 쌓인 경우들입니다. 물론 주위에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사실 이런 정도라면 적극적으로 의사나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미친놈'으로 보는 편견이 있어서 꺼리는 경향이 아직도 있지요. 특히 연예인들처럼 모든 게 관심거리라면 더더욱 그렇겠습니다만 병은 놔두면 커지게 마련입니다. 의지력이 강한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마음 상태가 전문가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죠. 덧붙여서, 소속사에게는 소속 연예인들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들의 출연료나 스케줄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태에 있는지 혹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이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을 봐도 주위 사람들에게 상당히 암시하는 말을 많이 했더군요. 그럴 때 그냥 '요즘 쌓여서 그렇겠지... 좀 쉬면 나아지겠지...' 하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저야 연예인도 아니고 (하지만 연예인을 자주 보고 사는 직업이라서 남 얘기로 들리지 않죠) 그저 보잘것 없는 블로거입니다만 여기서도 다짜고짜 욕설에 막말 퍼붓는 악플러들 종종 만나게 됩니다. 심지어는 자살하라는 악플도 당해 봤습니다. 그러니 연예인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잔인한 현실이 참 개탄스러운 일입니다만, 고치기에는 너무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또 근본적으로는 결국 사라질 수 없는 현실이지요. 병균이 나쁘다고 해서 아무리 약을 만들고 살균을 해도 병균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는 없듯이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균을 잡기 위해서 약을 만들고 살균을 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자신도 손 깨끗이 씻고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하는 법입니다. 두 가지가 병행될 때 병균의 공격으로 쓰러지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악플이나 루머에 대처하는 연예인들도 결국 두 가지가 모두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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