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환 씨가 자살로 추정되는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고 여러 가지 억측이 있었지만 잇따른 사업 실패로 지게 된, 40억에 이르는 걸로 추정되는 사채가 가장 큰 문제였던 듯합니다. 다시 한번 사채란 게 얼마나 무섭고 악랄한 지, 인상 좋아 보였던 한 새신랑 연예인이 결국 빚때문에 아내까지 버리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채의 폐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사채 때문에 세상을 버린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요? 안재환 씨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기 전에 적지 않은 서민들이 사채빚으로 고민하다가 목숨을 끊거나 빚을 갚기 위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일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는 비극도 심심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던가요? 뭔가 뉴스가 나오면 잠깐 분노하다가 사그라듭니다. 정부에서는 여전히 사채업자들에게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높은 이자를 법으로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사채빚에 시달리는 안타까운 사연 앞에서 그 사람이 왜 빚을 지게 됐는지도 모르면서 '네가 능력이 없으니까', '흥청망청 카드 긁어댔으니까', 하는 식으로 무능력자 취급하면서 비웃는 댓글들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능력 없고 사치하다가 은행에서 돈 못 빌릴 정도로 몰린 사람들이나 사채 쓰는 거지, 나랑 별 상관 없는 일이야, 하고 쉽게 생각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채의 마수는 어디든 뻗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일로 새삼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제 연예인이 사채 때문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동안 무명 서민들 수십, 수백 명을 저세상으로 보냈던 사채 문제가 다시 한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번 기회에 이자를 내리는 법을 들고 나오는 국회의원들도 있을 것이고 방송사나 신문사에서도 사채 문제를 조명하는 보도를 쏟아내겠지요. 잘하면 이번 일이 단초가 되어서 그동안 진보정당이나 시민단체에서 요구해 온 사채 이자 내리기가 더 힘을 받아서 지금 법정 한도인 49%가 앞으로 더 낮아질 지도 모르죠. 서민들이 그렇게 픽픽 쓰러져 나갈 때에는 지하자금 양성화 같은 핑계를 대면서 콧방귀도 끼지 않던 정치권과 조중동 부류의 언론들이 연예인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이미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호들갑에는 솔직히 쓴웃음만 나옵니다. 진작에 사채에 대해서 정부에서 불법고금리나 불법추심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살인적인 고금리를 적어도 일본 수준으라로도 내렸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정부에서 촛불사냥의 반에 반만이라도 공을 들였다면 사채업자들 컨트롤하는 거 별 힘든 일도 아니었을 겁니다. 대부업체가 세탁소보다 많다는데 관리하는 인력은 그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라는 얘기는 어제 오늘 들은 얘기도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사채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된 데에 연예인들이 한몫 단단히 한 바가 있습니다. 바로 러쉬앤캐쉬나 리드코프와 같은 대부업체 광고에 인기 연예인들이 출연하면서부터죠. 김하늘, 최민식, 최수종, 한채영 씨를 필두로 인기 연예인들이 저마다 친구라면서 대출 받으라고 광고에 나서고, 죄민수와 사모님이 '무이자 무이자~'를 노래하면서 오히려 허위 과장 광고와 같은 사채광고의 문제점이 부각되었고 이 문제가 결국은 연 66%였던 이자율을 내리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사채문제도 연예인 정도가 관련되어야 이슈도 되고 뭔가 나아지는 기미라도 있지, 서민들은 죽어 나자빠져봐야 민생연대 같은 단체 아니면 진보 성향 언론에서나 관심 가져 줄 뿐입니다. 물론 사채광고에 출연했던 인기 연예인들 중에서 몇몇은 공개적으로 반성도 했고 계약을 중도 파기하기도 했습니다만, 살인적인 고금리를 자랑하던 사채광고에 출연해서 '친구친구'를 외치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던 연예인들, 이제는 이율이 좀 떨어졌다지만 여전히 서민들은 감당하기 힘든 눈덩이 이자를 보장하는 사채광고에 지금도 출연하고 있는 몇몇 연예인들은 이렇게 사채 때문에 목숨을 끊은 동료 연예인의 소식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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