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개인 정보 유출 파문을 일으켰던 GS 칼텍스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결국은 '내부'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심지어는 고객 정보가 담긴 DVD-ROM을 언론사에 신고했던 제보자도 한패거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어안이 벙벙할 노릇입니다. 대규모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 GS 칼텍스로서는 돈도 돈이지만 신뢰도에도 치명타를 입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내부' 소행인가를 생각해 보면, 정확히 말하자면 자회사 직원들이 저지른 짓입니다. 언론에서는 별 생각 없이 범인들이 GS 칼텍스 콜센터의 직원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GS 넥스테이션 직원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GS 칼텍스에서 콜센터 업무를 GS 넥스테이션으로 아웃소싱한 거죠. 이렇게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빼낼 수 있는 콜센터의 업무, 특히 개인정보 관리를 아웃소싱이나 파견근무 형태로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이 점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KTX 여승무원들을 농락한 철도공사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외주회사에서 신분이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원청 회사에서 아웃소싱 계약 해지해 버리면 그야말로 '아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GS 넥스테이션이 '자회사'이긴 하지만 그것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A란 자회사에게 외주를 주었는데 직원들이 마음에 안 들거나 노조 활동을 한다, 그러면 B란 자회사를 차린 다음에 A와 계약을 해지해 버리고 B로 외주를 주면 그만입니다. A는 폐업을 하던가 어쩌던가 하면 그만이지요. 어차피 계약 해지돼서 일이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따라서 이런 경우도 외주회사 안에서 신분이 무엇인가에 관계 없이 비정규직 근무 형태로 보게 됩니다. 어차피 앞날이 어찌될 지 모르는 파리목숨인 비정규직들에게는 회사의 앞날이나 발전보다는 결국 자기 잘 먹고 잘 사는 게 더 중요하게 마련입니다.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 '주인의식', 이런 말은 남의 나라, 곧 정규직 나라 얘기입니다. 회사가 아무리 잘 돼도 성과급 잔치는 정규직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나 아웃소싱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원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업무는 이런 형태로 외주를 맡기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됨에 따라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아웃소싱으로 고객센터 업무를 이관하는 추세입니다. 외국에서는 심지어 콜센터를 아예 외국으로 줘 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기업들은 비용절감이라는 차원에서 너도 나도 아웃소싱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게 되었고, 그래서 주요한 업무, 민감한 업무까지도 '과감하게'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서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서 애사심이나 충성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기업 범죄와 중요 정보 유출 사고 증가와 같은 문제점은 그에 따른 댓가로 치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이런 문제점에 대한 생각은 크게 뒤떨어져 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사기업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기업에서 실명 확인 뒤에 주민등록번호를 해쉬 처리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뭘까요?)에 이런 정보들을 기업 내부 정규직 직원이 아닌 아웃소싱이나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은 큰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방 크게 터지면 기업은 씻을 수 없는 이미지 손상과 함께 막대한 재정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비용절감을 위해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업무까지도 무차별적으로 비정규직과 아웃소싱을 남발하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에게 이번 사태는 값비싼 교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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