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패럴림픽이 개막되었습니다. 규모로 본다면 올림픽과 비교하긴 어렵겠습니다만 진정한 인간 승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돈과 약물로 더럽혀진 올림픽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올림픽 정신에 가깝다는 면에서 올림픽보다 더 올림픽다운 이벤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이벤트에 대해서 엄연히 '패럴림픽'이란 정식 이름이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올림픽'이란 말을 쓰고 있으며,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역시 '패럴림픽'보다는 '장애인 올림픽'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물론 패럴림픽은 전세계 장애인들이 선수로 참여하는 스포츠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굳이 'Disabilities' Olympic' 과 같은 말을 쓰지 않고 '패럴림픽'이라는 고유명사를 쓰는 것은 그만한 이유는 있는 법입니다. 원래 패럴림픽(Paralympic)이란 말은 'paraplegic'(하반신 마비)와 'Olympic'을 합성한 말이긴 합니다. 원래 패럴림픽이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경기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패럴림픽이 하반신 마비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장애인들을 참가대상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이 이벤트가 장애인만의 잔치는 아니란 뜻에서 그리스어 'para-'(병행하는, 나란히 하는)와 'Olympic'의 합성어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패럴림픽'이란 이름에서 '장애인'이란 의미는 빠진 셈입니다. 따라서 '패럴림픽'을 굳이 해석하고 싶다면 '장애인 올림픽'이 아니라 '병행 올림픽'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습니다. 하지만 좀 이상하죠. 그러니까 그냥 이 이벤트의 정식 이름인 '패럴림픽'을 쓰는 게 옳습니다.

그까짓 이름 어떻게 쓰면 뭐 어때, 싶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장애자'와 '장애인'이 갖는 차이가 있는 만큼 '패럴림픽'과 '장애인 올림픽'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말이죠.


'패럴림픽'은 독립된 정체성을 뜻한다

'패럴림픽'에 올림픽이 내포되어 있긴 하지만 '장애인 올림픽'보다는 독립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표현입니다. '장애인 올림픽'은 이 이벤트를 올림픽의 보조행사 쯤으로 여기게 하기 쉽습니다. 패럴림픽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같은 개최지에서 열리다 보니 어느 정도는 올림픽 부수행사 쯤으로 여기게 될 수 있지만 엄연히 별도 조직위원회가 있는 독립된 이벤트, 또는 병행 이벤트로 볼 일입니다.이런 면에서 '패럴림픽'이란 정식 이름을 쓰는 것은 이 이벤트의 독립성을 좀더 부각시키는 표현입니다. 또한 이 이벤트의 의미를 올림픽과 동격으로 격상시키는 의미도 갖게 됩니다. 이 이벤트는 올림픽과 같은 대접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패럴림픽'은 장애인만의 잔치가 아니다

'장애인 올림픽'은 이 행사를 장애인만의 것으로 축소시키는 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패럴림픽에는 장애인만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만의 잔치는 절대 아닙니다. 이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들도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병행' 이벤트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장애인이지만 이 이벤트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은 장애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온 세계인의 축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패럴림픽'은 이 행사를 장애인만의 것으로 축소하는 '장애인 올림픽'이라는 말보다 훨씬 어울리는 말일 것입니다.


외국에서도 '패럴림픽'이란 정식 이름을 쓰지 '장애인 올림픽'을 앞에 내세우진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패럴림픽'은 그 어원은 '장애인'을 담고 있었지만 이제는 '병행 올림픽'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 뜻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이 이벤트가 갖는 정체성을 존중하는 뜻에서, 우리 방송이나 언론에서도 앞으로는 '장애인 올림픽' 대신에 '패럴림픽'이라는 공식 이름을 써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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