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인가요? 값비싼 커피 음료에 인공 커피향이 들어 있다는 글을 올려서 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요즘 저렴한 커피전문점에서는 아메리카노를 2000원 정도에 팔기도 하는데, 이에 맞먹는 값비싼 커피 음료에 인공 향료라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요.

그 이후로는 한동안 커피 음료에 관심을 갖지 않다가 우연한 기회에 커피 음료를 하나 사 먹게 되었습니다. 1800원이나 하는 비싼 커피 음료였는데 성분표를 보니 인공 커피향이 아닌 좀 다른 방향으로 사람을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늘 말 많은 스타벅스 마크를 달고 있는 커피 음료로 편의점에서 1800원에 팔고 있는'밀라노 에스프레소'입니다. 1948년에 처음으로 밀라노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만들어진 역사를 소개하면서 '에스프레소 커피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자부심 섞인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성분은 어떨까요?




뒤를 보면 '스타벅스 커피 파우더'란 말이 있습니다. 성분을 보면 고형분 95% 이상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스턴트 커피입니다. 동결건조를 했든 열건조를 했든 어쨌거나 커피를 추출한 뒤에 수분을 날려버린 고체 형태의 커피 파우더입니다. 인스턴트 커피와 다를 게 하나도 없지요. 1800원이나 주고 사 먹은 커피 음료가 알고 보니까 인스턴트 커피를 섞은 음료였던 겁니다.

물론 비율을 보면 스타벅스 커피 추출액은 14.96%나 되는 데 비해 커피 파우더는 0.20%에 불과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그래도 인스턴트 커피는 아주 찔끔 들어갔으니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고형분'입니다. 커피 추출액에는 고형분이 5% 밖에는 없습니다. 나머지는 물이죠. 하지만 커피 파우더는 고형분이 95%입니다. 따라서 이 비율을 계산에 넣어야 정확한 비율을 알 수 있습니다.

  • 커피 추출액 : 14.96% × 0.05 = 0.748%
  • 커피 파우더 : 0.20% × 0.95 = 0.19%

이렇게 계산해 보면 양쪽의 비율 격차가 확 낮아집니다. 이 커피 안에 커피 고형분 총 비율이 0.938%가 되니까 이것으로 계산해 보면 인스턴트 커피가 전체 커피 양 가운데 20%가 넘게 들어간 셈입니다. 이쯤 되면 결코 적은 비율이 아닙니다.

이 음료의 뚜껑에는 '다크로스트 커피를 사랑하는 밀라노의 깊고 진한 에스프레소'라고 되어 있습니다. 밀라노에서는 에스프레소 만들 때 커피 파우더를 섞어서 만드나요?




이제 더 심한 경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네스카페 브랜드를 달고 있는 네스프레소 리치 라떼 음료입니다. 이것도 아까 얘기했던 스타벅스 밀라노 에스프레소와 비슷한 가격입니다.




인공색소나 인공커피향을 넣지 않았다는 점을 무척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립커피로 맛과 향을 진하게 했다면서 드립커피를 몇 번이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공색소와 커피향을 넣지 않아 순수하게'란 문구도 보입니다. 언제나 진실은 포장 뒷면에 있게 마련입니다. 뒤를 볼까요?





이 음료는 스타벅스보다 더 심합니다. 커피 추출액이 10% 들어가 있는데 고형분은 스타벅스보다 더 낮아서 1.85%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인스턴트 커피는 0.72%가 들어가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고형분이 95%입니다. 역시 고형분을 가지고 비율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 커피 추출액 : 10% × 0.0185 = 0.185%
  • 인스턴트 커피 : 0.72% × 0.95 = 0.684%

정말로 놀라운 결과입니다. 고형분으로 계산해 보면 네스프라페에는 인스턴트 커피가 훨씬 많이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앞쪽으로는 '드립커피' 문구를 여러 번 강조해 놓았지만 알고 보면 대부분은 인스턴트 커피인 셈입니다. 색소와 인공 향로는 넣지 않았을 지 모르지만 드립 커피를 그렇게도 강조하던 문구는 전혀 순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두 음료는 편의점에서는 1800-1900원 정도에 팔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값싼 에스프레소 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가격을 받는 커피 음료들이 알고 보면 맛과 향을 진하게 내기 위해서 인스턴트 커피를 섞고 있으며 심지어는 인스턴트 커피 비율이 훨씬 높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쏙 감추고 마치 진짜 에스프레소나 드립커피로만 만든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얄팍한 상술이 씁쓸합니다. 게다가 두 음료 모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를 달고 나온 건데 말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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