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자유

2007/06/04 17:36

요즘 대선을 앞두고 블로그계도 부쩍 달아오르고 있죠? 어느 후보를 편들든, 또 요즘 들어서 부쩍 대선에 관련된 말이 많아진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든, 이런 저런 얘기가 많습니다.

아무튼, 그런 블로그나 댓글을 보다 보면, 대단히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글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특히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한테서 종종 보이는 겁니다만, 어차피 대선 가면 한나라당은 안 된다, 니들은 또 5년 물 먹울 준비나 해라, 뭐 이런 겁니다.

대단한 착각이죠. 마치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을 기어다닐 때 대선은 해보나 마나라고 생각했던 한나라당의 착각과 닮아 있습니다. 뭐 얘기는 그거죠. 이명박 박근혜 씨는 저렇게 싸움질만 하면서 지지도 다 까먹을 거고, 그들의 '무언가'가 들통나면(예를 들면 비리라던가) 지지율은 거품 빠지듯 빠질 거다. 그럼 뭐, 짠 하고 멋진 후보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듯이 혜성같이 나타나서 다시 한번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 뭐 이런 것 같습니다만. 착각이죠. 날로 먹겠다는 수작입니다.

냉정하게 말합시다. 지지율 20%. 아무리 언론 때문에, 야당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바보 같아서, 그렇게 핑계를 댄다고 해도 결국 가장 큰 책임은 노 대통령과 정부한테 있는 겁니다. 국민들이 그 정도로 바보 멍청이는 아닙니다. 지지율 20%를 가지고 자꾸 그런 핑계나 대는 건 우리나라 국민들을 멍청이 쪼다로 보는 겁니다. 노대통령을 뽑아줬던 그 국민입니다. 조중동이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는데도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줬던 그 국민들이란 말입니다. 언제는 조중동이 발광을 안 했나요? 저도 참 조중동이나 문화일보 경제신문처럼  기득권 이익 대변하는 신문 보면 무지하게 짜증 납니다만, 그런 걸 20% 핑계로 대는 건 진짜 국민들 우습게 보는 소립니다. (사실 전 노 대통령도 서민이 아니라 기득권 이익을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한나라당이 여당 개판되고 대통령 지지도 바닥을 기는 거 보면서, 우리는 그냥 웰빙만 하고 사고나 안 치면 되지 뭐! 하고 팔자 좋게 늘어지던(그러나 사고는 무지하게 쳤죠) 그 모드로, 지금 한나라당의 쌈질을 관전하시겠다면, 대단한 착각이죠.

지금 뭐 그런다고 한나라당 지지도가 빠지는 것도 아니고, 노 대통령 지지도가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저는 도대체 왜, "우리가 무엇을 가장 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럴까?"가 아니라, "남들이 우릴 어떻게 쥐고 흔들길래 이럴까?" 밖에는 생각을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맞아요. 조중동 발목잡고, 야당 발목 잡아요. 근데 언제는 안 그랬냐고요. 그건 하나의 전제조건입니다. 그리고 조중동도 그렇게 약발 먹히지 않는다니까요. 1997년과 2002년, 벌써 2연패입니다. 국민들이 이젠 그런 수준은 아닙니다. '우리는 잘 하고 있는데 누구 때문에...' 이 모드로 가는 한, 앞날은 암담합니다. 현실을 어떤 식으로든 해석하고, 다듬을 필요도 있죠. 하지만 현실을 날것 그대로 현실로 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게 없다면, 결국 해석과 다듬기는 자뻑으로 변질될 확률이 높단 말이죠.

아무튼 노 대통령은 이게 다 언론하고 야당 탓이라고 그러고, 한나라당은 이게 다 좌파정권 탓이라고 꼴깝을 떨고, 무슨 '탓자'들도 아니고, 남 탓으로 날 지고 새고 하는 거 아주 진절머리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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