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가 써 올린 '동메달보다 '부상투혼'이 더 나은 건가?' 글이 많은 분들 심기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뭐, 사실 글을 쓰다 보면 이런 거 올려서 좋은 소리를 들을 지 나쁜 소리를 들을 지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생각이 이런데 나쁜 소리 듣기 싫어서 안 올리는 것도 아니고 싶어서 그야말로 '자폭'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읽는 사람 심기 불편하게 하는 글은 저도 뒷맛이 쓸 수밖에 없죠.
사실 얘기를 두 가지 하고 싶었는데, 둘 다 많은 사람들의 정서와는 너무 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차마 쌍폭탄(?)을 터뜨리기는 뭐했습니다. 사실 두 가지 주제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는데 '1등 아니면 드라마틱'으로 쏠리는 현실에대한 것 하나만 올리고 나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글이 더 이상해진 것 같습니다. 욕을 두 배로 먹더라도 두 가지를 제대로 연결고리를 채우고 올렸으면 제 생각이라도 고스란히 전달됐을 텐데요. 그래서 나머지 한 가지에 대한 얘기를 올리고자 합니다. 물론 댓글에 댓글로 좀 밝히긴 했습니다만, 기왕 얘기한 김에 글로 좀 제대로 써 보자 싶었습니다.
솔직히 이실직고하자면, 이배영 선수의 그 '부상투혼'을 보면서 저는 감동이 아니라 정말로 무서운 느낌만 들었습니다. 더 심하게 말하면 "저건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바깥으로 굴러가려는 바벨을 끝까지 붙잡은 그 모습은 제게는 감동적인 장면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2/3차 시기 모두가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었지요. 왜 코칭 스태프는 이배영 선수를 말리지 않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 드라마틱한 장면을 보고 사람들은 감동만 받겠구나 싶더군요, "저 선수 뜨겠군", 싶었지요. 역시나 그렇게 됐고요.
스포츠란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가지고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종종 스포츠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경기 중에 사고나 돌발상황으로 목숨을 잃어도 주최측에 일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도 합니다. 저도 모터스포츠 쪽에 심판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경기에 나갈 때마다 항상 그런 각서를 써야 합니다. 우스개소리로 '신체포기각서'라고 하죠. 그렇지만 그렇게 위험성을 인정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각서까지 썼다고 해서 그 사람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려도 좋다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안전을 챙겨도 위험한 상황이 닥치게 마련인 게 스포츠이기 때문에 각서를 쓰는 것일 뿐이죠. 그리고 그 각서를 씀으로써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안전에 각별히 조심하라는 뜻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포츠는 '안전제일'입니다.
역도는 어떨까요? 전 꽤 위험하다고 봅니다. 100kg가 훨씬 넘는 저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는 게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그 바벨은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습니다. 실수로 바벨을 놓치거나 떨어뜨렸을 때 선수가 맞는다거나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보통 위험한 스포츠들은 그런 위험성을 피하도록 하는 요령도 가르치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고를 100% 막아 주도록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자주 나니까요. 더구나 이번 일처럼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경우에는 위험성이 훨씬 커집니다.
1차 시기 때 바벨을 떨어뜨리면서 주저앉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섬칫했습니다. 크게 다친 거 아냐? 그런데 2차 시기에 또 나왔더군요. '아, 잠깐 그랬던 거고 지금은 괜찮은가 보네' 싶었죠. 그런데 전혀 아니더군요. 2차 시기 때 바벨을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주저 앉는 모습을 보면서 저 선수, 참 대단한 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저런 지경인 선수를 코칭 스태프가 막지 않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3차 시기에 또 나왔고 역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열이 받더군요. 정말 저래도 되는 건가 싶어서요.
선수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른 종류의 스포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끝까지 경기를 하고 싶은 그 심정을 옆에서 자주 봐 왔기 때문입니다. 선수는 그렇게라도 나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 심정 십분 이해가 갑니다. 올림픽이란 기회는 4년에 한 번이고, 그리고 다음에 올림픽을 한다고 해서 내가 국가대표에 뽑히리란 보장도 없고, 더구나 이배영 선수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라고 하죠. 저라도 당연히 그러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냉정하게, 자제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그 상황에서 눈물을 삼키면서 자제하기는 사실 어려우니 코칭 스태프가 단호하게 막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모터스포츠에서도 가끔 사고로 차체가 파손된 차량들이 피트에 들어올 때 팀에서는 나름대로 복구를 한다고 하지만 심판의 눈으로 봤을 때는 나가서는 안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나가서 달리고 싶은 선수나 팀의 심정을 모를 수 없죠. 그냥 보내주고 싶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하지 않다면 욕을 먹더라도 냉혹하게 막아야 합니다. 국내 경기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올림픽이라면 오죽할까요?
그때 이배영 선수가 사고 없이 무사해서 망정이지 만약에 저 무거운 바벨에 사고라도 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리고 반드시 사고가 아니라고 해도 몸 상태가 나쁜 상황에서 무리하다가 몸을 상해서 선수생명을 단축시키거나 병을 얻기도 합니다. 스포츠는 사람의 몸을 단시간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100% 상쾌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경기를 정상으로 치를 수있는 컨디션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사고 안 났는데 그럼 된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험에 대한 판단과 예방은 결과를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가능성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큰 사고라도 나게 되면 위험성이 확 부각되고 자칫 그 종목 자체에 피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50년 동안 안전띠 안 매고 운전해도 사고 없이 잘 다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안전띠를 매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좀 더 나가 보자면, 이런 위험한 '부상투혼'에 대한 지나친 찬사는 자칫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선수가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영 정상이 아니라서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는 경우들은 드물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똑똑한 선수이고 코칭 스태프기 때문에 저보다 더 상황 판단을 잘 하겠습니다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무리한 도전을 알게 모르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은근히 그 때 그 감동을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선수 역시도 부담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감동은 결국은 유효기간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위험을 감수했다가 얻게 될 수 있는 댓가는 평생을 갈 수도 있습니다.
감동은 감동이고 위험은 위험입니다. 이번 이배영 선수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지만 앞으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전 이런 위험한 상황이 감동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고 보고, 최선을 다해서 싸운 동메달은 외면을 받는 치사한 현실 속에서 저 위험한 부상투혼이 드라마틱한 감동만 부각되어서 뜨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올시다라고 생각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선정적인 면으로는 금메달 쏠림과 맞먹을 일입니다. 최선을 다한 은메달 동메달이든 4위 5위든, 이런 것들은 부정적으로 볼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부상투혼은 선수 자신을 큰 사고나 병으로 몰아넣을 위험은 물론 다른 선수들에게 위험한 상황에서 무리를 감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런 장면이 또 나온다면 "정말 감동적이야!"란 반응보다 "왜 말리지 않는 거야?"라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렇게 쓰고 보니까 애초에 둘 다 묶어서 썼으면 욕은 곱으로 먹었을지언정 그나마 제 생각이라도 좀더 잘 표현될 수 있었을 텐데, 차라리 둘 중 하나를 할 것 같으면 이 얘기를 하는 게 나았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드네요. 어제 글에서는 얘기를 반을 뜯어내고 하다 보니까 군데 군데 이가 빠져서 좀 이상하게 되어 버렸고, 설익은 글솜씨까지 겹쳐버렸습니다. 그게 제 능력의 한계겠지요. 심기 불편하셨을 분들께 죄송합니다.
'혹세무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MB가 생각하는 KBS와 MBC의 뜻은? (2) | 2008/08/16 |
|---|---|
| 이명박 정부, 올림픽도 '노무현 탓' 하실 건지? (3) | 2008/08/16 |
| 부상투혼, 난 솔직히 무서웠다 (24) | 2008/08/14 |
| 동메달보다 '부상투혼'이 더 나은 건가? (42) | 2008/08/13 |
| 차라리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팔아라 (9) | 2008/08/13 |
| 청와대에 기업인용 핫라인만 있는 건 아니다? (1) | 2008/08/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