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역도 이배영 선수의 경기 장면을 봤습니다. 참 안타까운 장면이었죠. 갑작스러운 근육통으로 주저 앉을 때, 무릎을 바닥에 쿵하고 찧는 걸 보면서 크게 다쳤겠구나, 싶었습니다. 2차, 3차에서도 어떻게든 바벨을 들어 보려고 했지만 결국 근육통으로 쓰러지고 주저 앉는 모습은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투혼을 보면서 머릿속에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선수, 뜨겠는 걸?" 저런 모습이야말로 역경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투혼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니까, 메달은 못 땄지만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선수들이나 동메달로 시상식조차 방송 카메라에 외면당하는 선수들보다도 오히려 더 주목 받고 이름을 얻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배영 선수를 비난하거나 폄하하고 싶은 생각으로 이런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들에게 주목 받는 선수들은 정상에 우뚝 서서 금메달을 깨무는 선수 아니면 이렇게 극명한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눈 앞에서 감동을 보여주는 선수들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혹한 훈련을 이겨내 가면서 묵묵하게 세계 정상에 도전했지만 결국 최선을 다 하고도 좌절하는 모습은 쉽게 외면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긴 뭐,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 훈련을 받고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이따금씩 잠깐 스포츠 뉴스 시간 같은 때에 비춰 주는 훈련 모습이 다니까요. 하지만 힘든 국내 경쟁을 뚫고 가혹한 훈련 속에서 투지를 불태운 선수였다면 누구든 이배영 선수처럼 그런 상황이 닥쳐 오더라도 다 그렇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눈앞에 펼쳐지는 감동적인 사건이 아니라면 참, 그 투혼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조그마한 나라의 선수들이 수많은 전세계의 강자들과 맞붙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배영 선수보다 전혀 덜하지 않은 투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애초부터 경기력 차이가 커서 안 되는 게임이라서 어차피 패배의 쓴맛을 볼 게 뻔한 싸움인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부딪치는 그 투혼 모두가 이배영 선수의 투혼과 똑같은 감동을 안겨 줄 만한 정신력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실력 차이로 강자들 앞에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 선수들의 감동은 쉽게 무시되고, 강자들의 높은 벽에 부딪쳐서 은메달 동메달 따낸 선수들은 쉽게 잊혀집니다. 그냥 잠깐, 비인기종목이니 올림픽 정신이니 한참 얘기 나오지만 그것도 그때 뿐이죠. 모 아니면 도만이 각인될 뿐, 어중간한 성과는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손쉽게 잊혀집니다. 글쎄 메달 따면 은이나 동도 액수 차이는 있어도 연금은 나오니까 그나마 그걸로 만족해야 할까요?
은메달, 동메달을 따고도 까닭없이 죄스런 마음을 품은 선수들, 그나마 메달도 따지 못하고 쓸쓸히 경기장을 나서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어쩌면 그런 생각이라도 들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나도 경기 중에 갑자기 쥐라도 났더라면...' 세계의 벽이 높기만 한 선수들이 그나마 주목이라도 좀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은 '부상투혼' 같은 눈 앞에 선명하게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감동 충만 장면 밖에 없으니까요. 우리는 묵묵하게 자기의 일에 충실한 사람에게는 뭐 그러려니, 당연한 일이려니, 어차피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이잖아, 그걸로 돈 버는 거잖아, 하고 쉽게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사실 이배영 선수의 앞날이 조금 걱정되는 면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이런 선수들을 놓고 언론과 대중들은 한참 띄워주기에 열을 올려서 방송 출연하고 광고 찍고, 그렇게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휘둘리게 해서 잔뜩 부담스럽게 만들어 놓고 훈련도 제대로 못 하게 돼서 그 이후에 성적이 더 올라가지 않으면 쉽게 싫증내고 실망하고 별 뒷말 나오고, 그래서 결국 선수 망치는 경우들이 심심치 않게 있어 왔습니다. 강초현 선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겠죠. 혹시나 잠깐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다가 오히려 그게 선수의 앞날을 어그러뜨리는 결과를 또다시 보게 될까봐 좀 걱정 됩니다.
물론 우리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배영 선수의 모습은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일단 이배영 선수에게 시원하게 쳐 주고 나서는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세계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도 그 '평범한 투혼'에 골고루 보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별히 박태환이든 누구든 찾아서 보지는 않고 그냥 그때 그때 TV 켰다가 걸리는 중계가 있으면 잠깐 보는 정도고, 뭐 솔직히 금메달 따면 괜히 기분 좋고 박태환 수영 금메달 딴 날 정말 대단하다! 생각한 어중이 떠중이 국민입니다만, 올림픽에 참여해서 최선을 다 한 선수들에게는 그 자리에까지 갔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냥 힘 내고 잘 싸우라고 응원하고 박수 쳐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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