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후렌들뤼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내세웠던 일 가운데 하나가 '기업인들을 위한 핫라인'이었습니다. 기업인들이 회사 운영하다가 고충이 있을 때, 직접 대통령한테 전화를 하면 고충을 풀어주겠다는 명분이었습니다. 그 핫라인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아니면 맨날 전화해 봐야 전화기가 꺼져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대한민국의 국민 가운데 자신에게 중요한 국민은 오로지 기업가 뿐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증명해 줬습니다. 얼마 전 경제 5단체에서 죄를 지은 기업인 106명을 사면해달라고 뻔뻔하게 공개적으로 떠들었는데(결국 거의 다 받아들여졌더군요) 그냥 비즈니스 후렌들뤼한 핫라인으로 청와대에 얘기해 주지 뭘 공개적으로 떠들어서 욕을 먹나 싶더군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기업인 핫라인보다 더 중요한 핫라인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기업인 핫라인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핫라인은 정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지금보다 더욱 더 자주 애용되는 핫라인이 될 듯합니다. 그건 바로, '언론인 핫라인'입니다.
어제 독설닷컴 블로그에 올라온 ''청와대 전화 괴담' 들어보셨나요?'란 제목의 포스팅을 보시면 이 핫라인이 얼마나 애용되고 있는지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비서관의 논문표절 사건이 터졌을 때 이를 특종으로 보도한 국민일보에 청와대에서 핫라인으로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후속 기사들이 누락되었다가 말썽이 생기고 결국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동반 사퇴하는 '긁어 부스럼'이 됐습니다.
- 후에 역시 국민일보에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부인 명의의 농지를 매입하면서 농지경영계획서를 허위 작성해서 대리 제출했다는 보도를 내려고 하자 역시 핫라인이 가동되어서 가사가 누락됐습니다. 그랬다가 다시금 노조 항의로 말썽이 생기고 결국 기사가 다시 보도되었습니다.
- <코리아타임즈>의 청와대 출입기자인 김연세 기자가 한-미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보도유예 요청을 폭로했습니다. 그랬더니 역시 핫라인이 가동됐습니다. 결국 김 기자는 스포츠부로 발령이 났고 여기에 항의해서 사표를 냈죠.
- <PD수첩> 메인작가인 김은희 작가도 역시 핫라인에 연결되었습니다. ‘광우병편’ 방영 직전 핫라인을 통해서 ‘정치공세’ ‘선동’ 같은 소리를 들어가면서 압력을 받았습니다.
자, 이쯤되면 언론사 핫라인이 기업인 핫라인보다 훨씬 많이 애용되고 있다는 감이 오실 겁니다. 과연 EBS의 <지식채널ⓔ> 담당 김진혁 PD가 갑자기 다른 부서로 전출된 사건이나, 지금 YTN과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 속에서 과연 핫라인이 잠자고 있었을까요?
기업인 핫라인은 기업인이 청와대로 전화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언론인 핫라인은 반대죠. 청와대에서 언론인한테 전화를 하는 핫라인입니다. 기업인 핫라인은 '들어주는' 핫라인이지만 언론인 핫라인은 '들어줄 수밖에 없는' 핫라인입니다. 정권의 말 안들었던 언론인들이 어떤 꼴을 겪고 있는지 이미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이 충분히 말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언론인 핫라인'이야말로 정말 이름처럼 '핫라인'에 정말로 어울립니다. 말 그대로 언론인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 라인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조만간에는 이런 핫라인이 필요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거꾸로 태극기'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던 연합뉴스가 일이 커지니까 거꾸로 태극기를 잘라내 버렸습니다. 이건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지운 사건과 함께 우리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만, 과연 이 사건에서 핫라인이 가동되었을까요? 저는 가동되지 않아도 알아서 지웠을 거라고 봅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까불면 재미없다'는 언론 손 봐주기를 몇 차례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언론 자유도 좋지만 그래도 일단 나랑 내 가족 먹고 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 간 작은 언론인들은 이미 시범 케이스들을 보고 알아서 기는 분위기입니다. 방송 3사에 대한 장악이 가시화되면 이런 '알아서 기기'는 더욱 심해질 것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언론인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청와대의 '언론인 핫라인'.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점점 더 자주, 점점 더 노골적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자신은 '프레스 후렌들뤼'라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확실히 언론의 '친구'가 맞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친구'가 영화 <친구>라서 문제죠.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란 말 나올 때까지 언론에 비수를 꽂아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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