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일단 정연주 사장 쪽에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했기 때문에 한동안은 법적 공방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어쨌거나 감사원 → KBS 이사회 → 청와대 3박자가 척척 맞은 정연주 쫓아내기 시나리오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문제는 과연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임면권'이라고 되어 있던 한국방송공사법이 2000년 통합방송법에서는 '임명권'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해임권한이 없다는 게 정연주 사장 쪽 주장입니다만 이명박 대통령 쪽은 임명권자에게 해임권도 있다고 포괄적으로 해석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이명박 대통령 주장대로 '포괄적 해석'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되는 거네요. 대통령도 국민들이 선거를 거쳐서 임명하는 겁니다. 그럼 선거를 거쳐서 해임도 할 수 있겠네요? 말이 그렇게 되는 거죠? 임명권이 있으니 해임권도 당연히 있는 거라면, 대통령을 선거를 통해서 임명할 권리를 가진 국민들은 해임할 권리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뭐 사실 정연주 사장 해임 이유인 부실경영이 문제라면 이미 이명박 정권의 다섯 달은 부실경영도 엄청난 부실경영입니다. 벌써 바뀐 장관이 몇 명이며 경상수지 적자는 얼마이고 닦아쓴 외환보유고는 얼마던가요? 다섯 달이 벌써 이렇게 엉망으로 흘러갔는데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노무현 탓만 하는 정부입니다. 그 때보다 상황을 더 악화시켜 놓고 노무현 탓하라고 임명한 대통령이 아닙니다. 뭐가 나아질 것 같은 싹수가 있어야 노무현 탓을 해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여 주지 이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질 않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노무현 탓을 해도 할 사람들은 국민들이지 그 덕으로 정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가 할 말이 아니죠.

또한 정연주 사장에게 씌우고 있는 배임 혐의도 그렇습니다. 법인세 소송 사건에서 끝까지 소송을 끌고 가지 않고 법원 조정 과정에서 세금을 일부만 환급받았다는, 다시 말해서 협상 잘 못한 게 배임이란 얘긴데, 그렇게 따지면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 벌였던 쇠고기 협상은 어땠던가요? 거의 퍼주다시피 한 파격적인 조건으로 미국육우협회장도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졸속협상을 해서 우리나라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습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설거지'라고 우기고 있지만 그걸 인정한다고 해도 분명한 것은 노무현 정권 때 예정됐던 것보다도 훨씬 더 파격적으로 퍼줬다는 겁니다. 검역주권이고 뭐고 갖다 내버렸으니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거리로 뛰쳐 나오게 했습니다. 배임으로 따지면 이명박 정부가 훨씬 심각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대통령 부인 사촌언니의 공천 관련 비리, 한나라당 유한열 상임고문 비리, 서울시의회 의장 비리로 벌써 이명박 정부 출범하고 벌써 세 차례나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졌습니다. 감사원법에서는 비위가 현저하다고 인정될 때 해임 요구를 할 수 있다는데, 이쯤되면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는 친척까지 엮여서 비위 백화점입니다. 그렇다면 정연주 사장보다도 몇백 배는 더 해임 사유가 되는 겁니다.

'포괄적 해석'으로 임명권자에게 해임권도 있다면 선거를 통해 대통령 임명권을 가진 국민들에게도 대통령 해임권이 있습니다. 정연주 사장을 해임한 이유를 적용해 보면 대통령에 대한 해임 사유도 너무나 충분히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정하시겠습니까? KBS 사장에게만 '포괄적 해석'을 할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하는 김에 대통령에게도 '포괄적 해석'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데요?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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