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안에 서명을 하고 이달 안으로 새로운 사장을 선임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온 이 판국에, KBS 노조는 팔자 좋게 언론노조 탈퇴를 외치고 있습니다. KBS 노동조합 사이트에 올라온 '특보'를 보면 '자주독립적 KBS 노조 건설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제목으로 '오만과 독선의 언론노조를 심판하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지금 오만과 독선으로 시민들에게 집중 포화를 맞는 게 누군데 적반하장으로 이러는지, 여전히 사태 파악 참 못하는 노조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더욱 한심합니다.
그러나 KBS노동조합이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산별체제로 전환된 지 8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 언론노조는 KBS노동조합에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일부 인물 이 중심이 되어서 비민주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의견이 다른 지·본부 특히 KBS노동조합을 배제하는 등 갈등을 초래해왔다. 또한 언론노조는 이 사회의 개혁세력임을 자처하면서 6억 원대의 조합비 횡령 및 오랜 기간 동안의 회계부정으로 전 사회의 신뢰를 잃음으로써, 산별정신을 결정적으로 훼손시켰다. 특히 KBS에 대해서는 이성을 잃은 듯하다. SBS 출신의 최상재 위원장은 지난 7월31일 4천3백 여 조합원이 직접 선출한 박승규 KBS노조위원장을 제명 처분함으로써, KBS노동조합의 자주권을 박탈하고, KBS조합원의 자존심을 처참하게 유린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도대체 언론노조 위원장 얘기를 하는데 'SBS 출신'이란 얘기는 왜 나오는 걸까요? 정치인들이 전라도 출신이 경상도 출신이니 하면서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짓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언론노조 위원장이 SBS 출신이니까 우리 KBS 노조를 탄압하는 것이다'라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특보의 뒷쪽에서는 'KBS 출신 이준안 위원장을 끌어내리고 SBS 출신 최상재 위원장이 언론노조를 장악했다'는 식으로 지역감정 대신 출신성분을 들먹이면서 방송사 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맥락은 '감히 SBS 출신 따위가 우리 KBS 출신을 밀어 내?'라는 오만함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내용 중에 있는 조합비 횡령도 이 문제로 법원 소송까지 갔지만 신학림 전 위원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KBS 노조 위원장인 박승규 위원장은 이 문제를 놓고서 '무리하게 신학림 전 위원장을 횡령으로 몰고 감으로써 언론노조에 먹칠을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언론노조에서 전 사무처 직원의 회계 부정 사건을 조사하면서 "집행부 임원 연루 사실을 찾을 수 없다"는 진상조사소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이준안 당시 위원장이 신학림 전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는데도 박승규 KBS 노조 위원장은 여전히 이 사건을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출신 따지는 거 좋아하니까 얘기하자면 이준안 전 위원장이 바로 KBS 출신입니다. 이런 걸 두고 '유유상종'이라고 합니다.
지금 KBS 조합원들의 자존심을 처참하게 유린한 것은 언론노조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야합하고 있는 KBS 노조입니다. 정연주 해임안 제청을 하던 이사회가 열리는 날, 서동구는 그리도 잘 막던 노조는 도대체 뭐 했던가요? 시늉만 하다가 끝나고 삭발쇼가 한 게 전부입니다. 도대체 삭발쇼 왜 했을까요? 하이모 광고라도 들어올까 싶어서 그런 걸까요? 결국 KBS 기자나 PD를 비롯한 직원들이 이런 노조의 위선에 분개해서 별도 투쟁 조직을 결성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KBS 노조에서 기껏 한다는 짓이 이제는 언론노조 탈퇴라는 겁니다.
따라서 KBS 노동조합은 더 이상 언론노조와 산별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연히 떨쳐 일어나 언론노조를 심판하고 우리의 손으로 자주독립적 KBS노동조합을 건설하자. 작금의 KBS노동조합의 최대 현안사항인 정권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생존권 사수를 위해서 반드시 자주독립적 KBS노동조합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이번 달 안으로 KBS에 낙하산을 내려보내겠다고 하는 판인데 언론노조 탈퇴하고 '자주독립적 KBS 노조 건설'하는데 정신 팔면 퍽이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하는데 신경 쓰겠습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언론노조 탈퇴나 떠들고 있는 KBS 노조의 태도는 낙하산 사장에 대충 눈 감겠다는 핑계거리로밖에 안 보입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KBS 노동조합의 열린마당 게시판을 보면 글은 딱 두 가지입니다. 노조에 대한 시민들의 빗발치는 비난, 그리고 '바카라 대박' 스팸글 뿐입니다. 도대체 지금 누가 누굴 심판하겠다는 건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KBS 노동조합의 행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고종이 싫다고 한일합방 하자는 꼴"이라고 노조를 비아냥거렸던 어떤 KBS PD의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지금 KBS 노조는 '자주독립적 노조를 건설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사실은 언론노조에서는 자주독립할 지 몰라도 제 눈에는 그저 언론노조의 품을 떠나서 정권의 품에 안기는 것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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