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이 이제 본격적으로 법안 밀어 붙이기에 나설 모양입니다. 원구성이 되는 대로 6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건데, 이른바 '민생법안'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경기 활성화, 서민경제 회복과 같은 간판을 내걸고 처리하겠다는 법안이 그런데 가만 보니까 '민생법안'이 맞나 싶습니다. 이 64개 법안 가운데 가장 간판으로 내걸린 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는 건데, 주요 골자는 재벌들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그리고 지주회사 규제 완화입니다. 이 법들은 재벌들의 문어발식 경영을 제한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방세법도 개정되는데 여기에는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취득세 중과세 폐지가 들어 있습니다. 법인세도 낮추게 되는데 과표 2억원 이하는 13%에서 10%, 2억원 초과는 25%에서 20%으로 낮아집니다. 여기서도 큰 기업이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셈입니다.

물론 법안들 중에는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서 보조금을 주거나 세율을 낮추는 법안도 있고,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법안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저런 법률들이 과연 '민생법안'이라는 타이틀을 달 자격이 있을까요? '민생'이란 국민들의 삶을 뜻하는 겁니다. '민생법안'이란 국민들의 삶을 위한 법안이란 얘긴데, 도대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보는 '국민'은 누구일까요? 역시 고소영, 강부자, 그들만이 국민이란 걸까요?

제가 줄곧 경제를 보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관점을 '떡고물 경제론'이라고 얘기해 왔습니다. 그들의 경제 논리는 간단합니다. 부자들, 대기업이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살면 그 돈이 어디로 가겠느냐, 다 서민한테로 가니까 너희들은 떡고물이나 받아 먹어라, 뭐 이런 논리입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에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이 그렇게 장사가 잘 됐을 때에도 서민 경제는 계속 망가져 왔습니다. 비정규직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고용 없는 성장'으로 대변되는 실업문제는 날로 심해졌습니다. 부자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 짭짤한 재미를 볼 때, 그 돈이 서민들에게 퍼졌던가요? 결국 부자의 돈은 그들의 서클 안에서 돌게 마련입니다. 명품 장사를 하더라도 돈이 있어야 하는 거고, 결국 부자를 상대로 한 장사는 부자들이 하게 마련이고, 고용 효과도 별로 크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떡고물 경제론'은 환상입니다. 대기업과 부자들이 아무리 많이 벌고 호의호식해도 우리에게 떨어지는 건 떡고물 뿐이지 떡 쪼가리 하나 구경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그나마 그 떡고물도 점점 줄어드는 판국입니다. 이제는 그나마 참여정부 때 있었던 몇 가지 건질 만한 것들조차도 '민생'의 탈을 쓰고 하나하나 날려버리겠답니다.

출총제와 같은 제도들은 외환 위기 이후에 허약한 재벌들이 쓰러지는 피를 본 다음에야 생긴 법입니다. IMF 권고에 따라서 재벌들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법이었지요. 이제 그런 법들이 없어지고, 다시 대기업들이 문어발 경영에 나선다면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설 땅 좁아지는 거고, 대기업들은 다시 부실한 속에 몸집만 커져서 위기가 닥치면 힘없이 쓰러지고, 옛날로 되돌아가겠죠. 이제는 덩치가 많이 커졌는데 설마? 삼성 LG 합친 것보다 더 큰 기업도 쓰러질 수 있는 게 그 위대한 '글로벌 경제'입니다. 지금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GM을 비롯한 큰 미국 기업들 흔들리는 거 보시면 아시겠지만요.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경제5단체에서 재벌 회장님들과 그 하수인 100여 명을 사면해달라고 건의했답니다. 촛불 앞에서는 법질서 확립을 외치던 이들이 재벌 회장님들에게는 법질서를 우습게 만드는 대량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일들이 경제와 민생이란 탈을 뒤집어 쓰고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다 너네들한테 떡고물이 돌아간다니까?"라는 말에 이미 속아서 이명박 정부가 탄생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떡고물 경제론'에 속아 넘어가시겠습니까?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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