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여지 없이 경찰의 강경진압이 이어졌습니다. 색소를 탄 물대포에 최루액이 쏟아지고 무차별 연행이 이어졌습니다. 시내버스마저 못 다니게 하면서 서울 시내를 꽁꽁 틀어막는 경찰을 보면서 독도는 우리 땅인데, 서울은 도대체 누구 땅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촛불시위에 대해서 평화시위조차도 이제는 그냥 안 놔두겠다는 경찰의 주장은 결국 불법과 다수 시민들의 불편이라는 두 가지 문제입니다. 불법 문제는 뭐, 지금 집시법으로는 불법인지 아닌지는 그야말로 경찰 마음이기 때문에 시위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헌법에도 나와 있지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경찰이 맘대로 허가했다 말았다 할 권리도 없습니다. 집시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존중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정권에서 언제나 이 자유를 틀어막기 위해서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어 온 누더기 법입니다. 어쨌거나, 경찰에서 결국 집시법을 내세워서 시위를 틀어막는 이유도 결국은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평화 시위라고 해도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찰의 논리입니다만, 과연 집회와 시위 자유가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지 않고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요?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사실 '타인의 불편'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권리입니다. 노동 3권 가운데 하나인 파업도 마찬가지로 결국 '타인의 불편'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권리입니다. 사실 이런 권리를 행사해서 다른 사람이 아무도 불편하지 않으면 이런 권리를 굳이 법에다가 박아 놓고 보장할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아무도 불편하지 않는데 법전 페이지수만 많아지게 뭐하러 쓸데없이 써 놓습니까? 결국 그 본질이 타인에게 어느 정도 불편과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법에다가 박아 놓고 보장해 주는 겁니다.

파업을 하면 그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 사람들이 당연히 피해를 보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평화 시위를 하더라도 결국은 차도든 인도든 점령하게 되고 교통 불편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마련입니다. 만약 이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답은 한 가지, 그 권리 자체를 없애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권리들은 다른 사람들의 불편이나 손해를 전제조건으로 하기 때문이고, 그 전제조건이 없으면 권리 자체가 성립이 안 됩니다.

인권 후진국인 어느 나라나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법 타령 안 하는 데는 없습니다. 중국에서 티베트 시위를 폭력진압할 때에도, 버마에서 일본인 기자를 총으로 쏘아 죽이기까지 하면서 유혈진압을 할 때에도 언제나 우리나라와 똑같은 얘기였습니다. 시위대는 불법이고 공권력은 법질서 확립을 위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후진국일 수록 법은 국민보다는 권력에 봉사하고, 권력은 국민을 존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억압하기 위해서 법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법치국가란 권력이 법이란 무기를 휘두르면서 국민들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언제나 남용의 유혹에 사로잡히기 쉬운 권력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자신을 자제하면서 운영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래서 후진국일 수록 권력과 시민들의 관계 속에서 권력은 법에 기대게 마련이고, 선진국일 수록 권력은 법에 기대기보다는 좀 시간이 걸리고 시끄러워도 시민들의 양식과 조화에 기대게 되는 겁니다. 법치국가라는 말을 떠드는 정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먼저 '법치'를 적용해야 하는 겁니다. 그저 법의 헛점만 어떻게 찾아 내서 교묘하게 방송 장악이든 낙하산 인사든, 이런 데에나 이용해 먹으려 드는 사기꾼 같은 그런 법치 말고 말입니다.

물론 파업이든 집회 시위의 자유든, 위에서 말했던 대로 다수 시민들의 불편을 전제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무한 보장은 어려울 것입니다. 서로가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권리를 어느 정도는 자제해 가면서 접점을 찾아야겠죠. 하지만 경찰이 설치고 날뛰면서 기본권을 탄압하는 것은 독재권력의 방식이지 민주주의 사회의 방식은 절대 아닙니다. 지금까지 촛불시위를 봐도 과격해지려고 할 때에는 여론의 힘으로 많은 자제들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때로는 성직자들이 나서서 다시 평화로운 시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그렇게 조급함을 참고, 때로는 뭔가 좀 잘못 나가는 모습이 보여도 시민들의 양식이 다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믿고 참아주는 것이지 뭐 좀 꼬투리만 보이면 공권력이라는 완장 차고 기다렸다는 듯이 곤봉들고 때려잡으려고 다니는 사회가 아닙니다.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도 그랬죠? "민주주의는 원래 좀 시끄러운 것"이라고 말입니다. 시끄러운 게 싫다면 그냥 헌법에서 집회 시위의 자유도, 표현과 양심의 자유도, 노동 3권도 다 빼 버리면 됩니다. 그럼 시민들도 불편할 게 없고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요즘 개헌 얘기 많이 나오던데 이 참에 그런 권리 싹 들어내 버리고 그렇게 보수우익 단체들이 외치는 '자유민주사회' 한번 구현해 보시죠.

자, 이쯤 되면 또 이런 얘기 나오겠죠? "선진국에서는 폴리스 라인만 넘어가도 개패듯이 패고 총으로 쏴 죽여도 아무 말 못한다"고 말이죠.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처럼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원천봉새하는가 하는 문제는 둘째 치고, 제가 이전에도 몇 번이나 부탁했지만 도통 답이 없던데, 제발 줏어들은 소리 떠들지 마시고 정말로 선진국에서 단지 '폴리스 라인만 넘어갔는데' 개패듯이 패고 총으로 쏜 사례가 있는지 가져와 보시라 이겁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이나 르완다 같은 곳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폴리스 라인만 넘어가도 경찰이 총 쏴 죽여도 아무 말 못 한다는 그 사람들 논리라면 최근에 프랑스나 영국에서 여러 차례 벌어졌던, 시가지를 불바다로 만들었던 폭동 때 그 사람들은 아주 기관총 몰살을 당했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선진국에서 단지 '폴리스 라인만 넘어갔는데' 개패듯이 패고 총으로 쏜 사례를 보여달라 이겁니다. 24시간 소중한 제보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Posted by MP4/13

BLOG main image
Drive with your sense. by MP4/13
Add to Technorati Favorites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02)
광속질주 (205)
취생몽사 (160)
주지육림 (3)
독서삼매 (10)
음담패설 (28)
전광석화 (146)
우매상자 (66)
포장후면 (20)
악마사전 (6)
팔도유람 (20)
혹세무민 (508)
일상포착 (30)
Total : 3,916,090
Today : 579 Yesterday : 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