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손태영이라는 연예인 커플이 또다시 탄생했습니다. 이래저래 뒷말이 많은 모양이긴 합니다만 원래 연예계란 데가 뒷말이 무성한 곳이고, 또 유명세이기도 합니다. 그런 뒷말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몽달귀신으로 세상 하직할 연예인들이 부지기수일 겁니다. 연예계에서도 손꼽힐 만한 미남 미녀 부부가 탄생할 모양이니 축하할 일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연예인들은 왜 같은 연예인, 아니면 부자들하고 결혼을 하는가, 이런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흔히 재벌이나 연예인이 가난하거나 평범한 사람과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는 스토리가 단골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참 드문 일이죠. 결국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고, 학연으로 혈연으로 인맥이 만들어지고 정치계처럼 연예계도 카르텔이 형성되고, 연예인 자녀들은 '2세 프리미엄'을 안고 손쉽게 연예계를 대물림하고... 뭐 이렇게 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사실 연예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란 게 그리 폭넓지는 않습니다.
연예인의 일상은 늘 주목 받는 삶입니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는 척하고 인사도 하고 사인해 달라고 하거나 사진 같이 찍자고도 합니다. 그렇게까진 안 해도 주위에서 곁눈질로 흘끗흘끗 이쪽을 쳐다보는 시선이 늘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사실 연예인들이 연예계에서 벗어나 폭넓은 인간관계를 가지기란 특히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남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연예인들이라고 해서 그냥저냥한 술집에서 술 한 잔 하고 싶지 않을까요? 배 고프면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밥 먹고 싶죠. 혼자서 밤거리도 어슬렁거리고 싶고, 친구랑 단 둘이 커피숍에서 수다도 떨고 싶죠. 하지만 어디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다 보니 인기 있는 연예인일 수록 일상이 폐쇄적이고 연예계 바깥 사람들과는 분리되게 마련입니다. 술 한 잔을 하더라도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폐쇄된 공간을 찾게 마련이죠. 결국 인간관계도 연예계 안에서 맴돌게 마련입니다.
또한 연예인과 보통 사람이 같이 있을 때, 주위의 시선은 연예인에게로만 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도 당연히 시선이 가게 마련입니다. '누구지? 누군데 저 연예인하고 같이 있지?' 이런 궁금증은 당연히 가지게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시선을 자신도 받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계속되면 부담스러워집니다. 그렇게 시선을 받는 부담은 생각 밖으로 큽니다. 난 연예인도 아닌데 자꾸 모르는 사람들이 곁눈질로 쳐다보고, 수군거리고, 이런 게 계속되다 보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이 연예인과 사귈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연예인이 보통 사람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고, 설령 만난다고 해도 연예인들의 폐쇄되고 한정된 일상과 인간관계, 그리고 부담스러운 주위 시선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연예인들이 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같은 연예인이고, 언제나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야 하는 연예인의 일상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연예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연예계라는 데가 참 뒷말 많은 곳입니다. 같은 연예인들은 워낙에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감당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오랜 무명 생활을 하다가 늦깎이로 뜬 스타들, 특히 남자 스타들 가운데에는 그렇게 뜬 이후에 무명 때 결혼해서 꽤 오래 잉꼬부부로 살았던 배우자와 파경을 맞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 경우는 뜨고 난 이후의 뒷말들이 큰 원인이 되곤 합니다. 무명 때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뜨고 나니까 여자 연예인 누구랑 어떤 관계라더라, 요즘 누구 보는 눈빛이 장난 아니라더라, 이런 소문들이 돌고 주위 사람들도 "얘, 니네 남편 요즘 주위에 예쁜 연예인들 많더라? 너 긴장되겠다?" 이런 얘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게 마련입니다. 그럼 점점 의심이 싹트기 시작하고 그런 의심이 불화로 이어져서 최악의 경우에는 파경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이래저래 연예인과 보통 사람들 사이에는 쉽게 넘기 힘든 깊은 골짜기가 놓여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연예인 커플이 많다는 것은 그들의 특권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그들이 인기 덕분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멍에를 상징하는 면이 더 크다고 봅니다. 연예인-부자 커플이 꽤 많은 것도 물론 경제 수준이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는 '계급적 결혼'이라는 면, 연예인들의 신분 상승 욕구란 면도 크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부자들도 인간관계나 일상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 유명 인사들 역시도 연예인들 못지 않게 항상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연예인과 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다른, 그런 차이에 오는 거랄까요? 그런 세계의 차이를 넘기란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 연예인 커플이 지금처럼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여자 연예인들이 사업가나 부잣집 자제들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경우가 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그만큼 연예인이란 자리가 돈과 인기는 누리지만 사회 지위는 전같지 않다는 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상류층 리그는 정말로 점점 그들만의 리그로 엮이면서 연예인들을 배척하는 분위기란 거죠. 여자 연예인들 쪽에서 봐도 예전처럼 시집 가면 연예계 은퇴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던 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결혼 뒤에도 연예인 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연예인 커플이 이런 면에서는 훨씬 낫죠. 그러니 이런저런 이유로 연예인들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편입니다.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죠. 연예인의 삶은 같은 연예인이 아니면 이해하고 같이 살아 주기 힘든 게 글로벌 대세인 듯합니다.
뭐 그렇다고, 돈과 명예가 무슨 필요냐, 속 편하게 평범하게 사는 게 편한 삶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요즘처럼 먹고 살기 참 힘든 때에는 24시간 내 귀에 도청장치를 달아 놔도 좋으니 돈 좀 원 없이 가져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어쨌거나, 연예인으로 살면서 인기를 먹고 사는 삶에도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고, 나름대로 고충도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고충일 지도 모르지만 또 그 사람의 삶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해 못할 고충이게 마련입니다. 어떤 삶이든 사람은 결국 자기들에게 가장 잘 맞는 짝을 찾게 마련이고 그런 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마련입니다. 연예인끼리 결혼하는 게 집안끼리 짜고 맺는 재벌가 정략 결혼도 아니고, 자기들 좋아서 결혼하겠다는데 옆에서 뭐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저 자기들이 선택한 짝이니 잘 살기를 바랄 뿐이고, 설령 잘 안 돼서 다시 깨진다고 해도 그거야 자기 선택에 따르는 책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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