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청와대 수석이 "한국방송 사장은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는 발언을 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KBS는 법률로 봐도 정부 산하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박 수석의 무식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발언에 어이없어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 아니라, "이 정부가 구현할 국정철학이 있기는 하냐?"라는 황당함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정부의 국정철학을 쥐어 짜내고 짜내서 몇 방울 떨어뜨려 보니, 이런 국정철학을 KBS에서 구현하게 되면 편파방송이니 땡박뉴스니 이런 건 기본일 것이고 앞으로 다음과 같은 사태들까지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듭니다.
상황 1.
2MB의 국정철학을 적극 구현할 새로운 사장이 부임한 KBS는 대규모 직제 개편을 단행합니다. 정연주 전 사장이 단행했던 팀 중심의 개편에 이어서 여전히 여러 단계로 되어 있던 직위를 두 단계로 단순화합니다. 단순화된 직위는 고위급 직위와 하위급 직위로 나뉘며 직위의 이름은 각각 고위급 직위는 '형님', 하위급 직위는 '아우'입니다. 당연히 방송에 관련된 모든 중요한 결정들은 '형님'을 거쳐야 하며 이에 따라서 KBS 사장은 그 이름을 '큰형님', 또는 '오야붕'으로 바꾸게 됩니다.
상황 2.
2MB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하여 KBS는 임금 인상률 7%, 시청률 40%, 그리고 세계 7대 방송사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 '747 전략'을 공표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시청료 7,000원, 시청률 死%, 그리고 시청자 항의 7백만 건으로 747 전략은 성공적으로 구현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BS 공보 담당은 "촛불시위가 시청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제는 촛불을 끄고 시청률 살리기의 횃불을 높이 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상황 3.
KBS에서 별 인기도 없어서 시청률이 바닥을 기는 주말 드라마를 4회 연장 방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파 낭비라는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이 이어지자 일단 연장 방송을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방송국의 한 관계자는 "연장 방송이 연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며칠 후 KBS에서는 문제의 주말 드라마에 대하여 4회 연장 방송이 아닌 4회 확장 방송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조삼모사'라는 비난 여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자, 결국 KBS의 큰형님(혹은 오야붕)이 직접 나서서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방송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것은 편성 취소가 아니라 중단일 뿐이며 언제든지 국민이 원하면 다시 연장 방송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KBS의 고무줄 편성은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꿔 가면서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상황 4.
KBS가 주말 심야 시간에 <명화극장> 대신에 <야동극장>을 방영하기로 결정하는 파격적인 편성을 들고 나왔습니다. KBS 측은 "이 시간에 방영되는 야동은 3억 미국인과 250만 재미교포, 그리고 94개국 세계인들이 즐겨 보는 그 미국산 야동과 똑같은 야동"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시청자들이 야동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만, KBS 측은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서 제작된 지 30개월 이상 된 옛날 야동은 방영하지 않기로 했으며, 방영되는 야동은 성기가 노출되는 '특정위험장면'만 제거하면 온 가족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안전한 야동"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한편 KBS의 조사단은 미국 포르노 촬영장을 방문하여 촬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침을 흘리면서 지켜봤으며 "특별히 문제 될 게 없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 조사단은 사실 촬영 현장을 직접 본 게 아니라 영화사에서 제공한 메이킹 필름만 본 것으로 밝혀져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데도 불구하고 KBS에서 야동이 방영된 첫 날, 대통령 바로 밑에서 일하시는 한 고위 공직자께서는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온 가족과 함께 야동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공직자께서는 "손자 손녀와 함께 야동을 봤다"면서 "아주 재밌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 공직자께서는 편집 작업이 진행되는 편집실을 방문하여 '특정위험장면'을 잘라내는 편집 과정을 시찰하셨으며 "앞으로도 야동 안전에 만전을 기대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떻습니까? 2MB 국정철학을 충실하게 구현하게 될 KBS의 앞날이... 정말 엽기발랄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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