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7월 14일)에 배달된 신문을 펼쳐보다가 광고란에 있는 작은 공고문에 눈길이 갔습니다. 경기도 덕양구청에서 낸 무연고 사망자 처리공고인데 왜 눈길이 갔는지, 아래 사진을 보시기 바랍니다.
'사망자 인적사항'란을 보시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란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게 전부 또는 일부를 처리를 했습니다만 원래 신문 공고에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전부 공개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신문 공고로 어떤 주택조합에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노출시킨 경우를 봤습니다만 이번에는 행정기관에서 낸 공고입니다. 사실 망자가 자신의 친지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주민등록번호 전체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도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노출시킨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 유출입니다.
아마 "살아 있는 사람도 아니고 죽은 사람인데 뭐 어때?"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돌아가신 분의 개인정보도 인터넷 사이트 가입과 같은 곳에 충분히 도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 위에 나와 있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사이트 실명 인증을 통과할 수 있는 지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원래 실명정보를 도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만, 이렇게 신문을 통해서 개인정보를 유출시킴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서 실험을 해 보기로 했고, 확인 뒤에는 곧바로 사이트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먼저 네이버에서 실험한 결과입니다.
공고에 나온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어 봤습니다. 결과는?
실명인증이 통과됐습니다. 물론 네이버는 좀더 강화된 실명 인증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는 안 되고 위 화면과 같이 전화나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실명인증과 함께 전화와 같은 별도 정보를 함께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실험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번에는 홈쇼핑 사이트에서 실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GS이숍에서 실명인증을 실험해 봤습니다.
역시 공고에 실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실명인증을 받아 보았습니다.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로 실명인증을 통과했습니다. 사망 시에 관청에 사망신고를 하면 행정전산망에는 사망 사실이 등록되겠지만 이러한 사이트 실명인증은 주로 신용정보회사의 실명정보를 이용하게 되며, 이러한 실명정보는 행정전산망과는 다르기 때문에 사망 사실이 쉽게 반영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얼마든지 명의를 도용해서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공고에서는 반드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노출시켜야 하는 건 아닌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다른 행정기관들도 이런 경우에 개인정보를 전부 노출시키는지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원주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주민등록번호 뒷부분을 처음 한 자리 빼고는 모두 가렸습니다. 국적인 대만으로 되어 있는 분이라서 외국인등록번호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외국인등록번호로도 사이트 가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경상남도 양산시에서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고입니다.
역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성별 구분을 위한 첫째 자리를 빼고는 모두 가려 놨습니다. 그밖에 여러 행정기관의 무연고 사망자 공고들을 살펴 봤습니다만 거의가 이렇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가리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 성명-주민등록번호 정보야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손쉽게 대량으로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가 유출된 상황이라 이렇게 이미 돌아가신 분의 개인정보가 신문공고에 나온들 대단한 일이 못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분의 개인정보라고 해도 실명인증과 같은 곳에 충분히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신문공고에 버젓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함께 올린 덕양구청의 개인정보 보호 의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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