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8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었지만 렌터카 정당 친박연대를 한나라당에서 회수함으로써 180석이 넘는 거대여당이 탄생했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참 국회 꼴이 어떻게 돌아갈 지 한숨이 푸욱 나옵니다.
오늘 개원식에 이명박 대통령이 나와서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솔직히 기대도 안 했고, 듣고 싶지도 않았던게 뭐, 뻔하지 않습니까? 말 뿐인 소통, 경제 살리기, 까불면 재미없다... 이런 얘기밖에 나올 게 없으니까요. 그런데 시정연설에서 제가 정말로 황당함을 느꼈던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와 인터넷의 발달로 대의정치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①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 ② 인터넷 발달 때문에 대의정치가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발달도 결국 이를 통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이루어지는 채널이기 때문에 정리해 보면 대의정치의 적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란 얘기가 됩니다.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소립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일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대의정치에 도전하는 짓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은 4년이나 5년에 한 번 선거 때 표나 찍고, 나머지 기간에는 열심히 경제나 살리면서 정치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지지고 볶게 냅두라는 소리입니다. 정치인 노는 곳에 국민들은 끼지 말라, 이런 얘기죠.
순서가 잘못됐습니다. 국민들의 정치참여 때문에 대의정치가 도전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 대의정치가 제 구실을 못하고 국민들과 반대 방향으로 가니까 국민들이 뛰어드는 겁니다.
그런데 저 구절 다음에 나온 시정연설의 다음 구절은 이렇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회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을 출국금지까지 시키는 오버질을 벌이고 있습니다. 촛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기다렸다는 듯이 밟아 끄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주성영 의원은 아고라를 아수라장이라고 하면서 이 참에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서라도 토론의 장을 짓누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고라가 아수라장이라기로서니, 난투극에 막말과 욕설, 화끈한 밤문화가 난무하는 국회만큼 아수라장일까봐요?
정말로 대의정치에 도전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대의정치란 국민들의 뜻을 대신(代議)하는 것이지 국민들의 뜻과 대결하는(對議) 게 아닙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뜻을 받들고 대신하라고 뽑아 놓은 대통령이 국민과 대결하겠다면, 그래서 힘으로라도 찍어 눌러서라도 국민들을 이기겠다면, 이거야말로 진정으로 대의정치에 도전하는 독재적 발상입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대의정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걸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대의정치를 '對議'정치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결하겠다면, 국민들도 어쩔 수 없죠. 국민들이 감히 자신에게 도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설득과 이해보다 대결을 원하는 이 정권에 대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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