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유가 시대라고 정부에서부터 죽는 소리를 합니다. 경제에 주름살이 꽤 많죠. 어떤 공익광고에서는 자가용 대신에 자전거를 타자는 캠페인까지 할 정도이지만, 그런 광고 안 해도 요즘 버스카드 충전액이 두 배나 뛰었을 정도로 사람들이 기름값 아끼려고 노력들 많이 합니다. 어쨌거나 에너지 절약 한다고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전등도 끄고 컴퓨터도 끄고, 서울시에서도 가로등 조명이나 한강 다리 조명 줄이고, 다들 별의 별 노력을 다 합니다.

하지만 요즘이 고유가 시대가 맞나 싶을 정도인 광경도 종종 벌어집니다. 특히 사람을 많이 끌어들여야 하는 상점들이 그런데, 밤새도록 간판과 쇼윈도에 환하게 불을 밝히는 곳도 있고, 이젠 여름철이라서 종종 회사나 건물, 특히 안에서는 에어컨을 팡팡 틀어 놓으면서도 문을 열어 놓고 장사를 하는 업소들에 대한 '과잉냉방' 지적도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심하다 싶은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홍대에서 극동방송국 가는 길에 있는 곳입니다. 이때 시간이 1시 쯤 된 점심참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에 자리는 반 정도가 비어 있어서 한산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을 활짝 열어 놨더군요. 출입문은 왼쪽에 작은 크기인데, 테라스로 통하는 문도 활짝 열어 놨습니다. 그러니까 도로 쪽 가게를 완전히 터 놓은 셈입니다.




가게 앞 인도를 지나 보니 서늘한 냉기가 흘러 나오더군요. 아마도 안쪽으로는 에어컨을 팡팡 틀어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저렇게 한쪽을 활짝 터 놨으니 에어컨 냉기가 술술 빠질 것은 뻔합니다. 안쪽 공간도 50명 이상은 충분히 들어갈 만큼 테이블이 많은데 저렇게 한쪽을 탁 터 놓고 그 안을 시원하게 냉방하려면 에어컨을 엄청 틀어대야 할 건 뻔합니다.

그렇다고 테라스에 사람들이 많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마침 그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잠깐 잠깐 봐도 어쩌다 한 테이블 정도에 사람이 앉을 뿐입니다. 그리고 안에도 자리가 많아서 굳이 테라스에 앉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테라스 손님을 위해서 저럴 필요도 별로 없다는 얘깁니다. 혹시나 에어 커튼이라도 설치해 놨나 싶어서 들어갔다 나와 봐도 그런 건 없더군요. 물론 안쪽은 아주 시원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벌기에 이렇게 홍대 전체를 냉방하겠다는 듯이 팡팡 틀어대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한 가지 더 눈길을 끄는 게 있습니다. 가게 옆에 이런 현수막이 붙어 있더군요.





개그맨 '이홍렬' 씨의 이름과 함께 이홍렬 씨의 캐리커처까지 떡 하니 걸려 있습니다. 출입문에는 아래와 같은 입간판까지 걸려 있었습니다.




이홍렬 씨가 진짜 소유주인지 이름만 빌려주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적어도 뉴스 기사에서는 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쨌거나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내 걸고 하는 거라면 가게의 이미지가 자신의 이미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셔서 신경 좀 쓰셨으면 합니다. 요즘 다들 고유가 시대라서 허리띠 졸라매는 시대에 출입문이 아니라 아예 한쪽을 활짝 열어 놓고 에어컨 팡팡 틀어대는 모습은 영 씁쓸합니다. 주변 다른 가게들을 둘러 봐도 출입문이나 그 옆의 쪽문 정도까지를 열어 놓은 경우는 종종 있어도 저런 정도로 한쪽을 모두 활짝 터놓은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회원들 생일만 챙기지 마시고 에너지 낭비하는 이미지도 좀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시간 쯤 뒤에 그 앞을 지나갈 때에도 이젠 점심시간도 지나서 사람이 아까보다도 더 한산했지만 여전히 '문 활짝 에어컨 팡팡'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시절입니다. 치솟는 기름값을 어떻게 할 수는 없고, 그럼 큰 곳이나 작은 곳이나 서로서로 아끼는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 비중이 높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기름을 쓰는 화력발전도 꽤 많습니다. 멀리 갈 거 없이 홍대에서 가까운 곳에 당인리 화력발전소가 있죠. 물론 '내 가게에서 내가 전깃세 내고 문을 열거나 말거나 에어컨 틀거나 말거나 네가 뭔 상관이냐'라면 뭐라고 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인기 연예인이 이름까지 내 걸고 하는 업소에서 이렇게 고유가 시대를 무색하게 하는 심한 전기 낭비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이런 낭비가 모이다 보면 나중에 전력 수요가 피크일 때 뉴욕처럼 스케일 큰 정전은 아니라고 해도 지역 정전은 종종 일으킵니다. 이날도 30도를 오르내리는 온도에 습도까지 높아서 많이 후텁지근했는데, 한여름에도 이렇게 하지 말란 법 있겠습니까?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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