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 촛불시위를 두고 변질된 것인가 확대된 것인가? 하는 논란들이 많습니다. 변질되었다는 쪽에서는 '순수한 쇠고기 문제, 식품 안전에 대한 촛불시위가 이제는 정치적으로 변질되어서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를 비롯한 정책 전반과 정부 반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확대된 것 뿐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금 문제는 단순히 쇠고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온 헛발질에 대한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쇠고기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 심지어는 정권 퇴진이라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 상황은 변질일까요? 확대일까요? 심각하고 복잡한 지금 상황 대신에 좀 단순한 사례에 빗대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 변질 : 안 좋은 버릇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도벽이 있어서 욕을 많이 먹습니다. 그래서 옆에서 얘기합니다. "야, 너 손버릇 좀 고쳐!" 그런데 만약에 이 사람이 정신을 차리고 도벽을 고쳤는데도 그를 욕하던 사람들이 다른 핑계를 자꾸 찾습니다. "너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 "너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 이런 식으로 가면 이건 '변질'에 해당됩니다.
  • 확대 : 그런데 옆에서 도벽에 대해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알 게 뭐냐는 듯이 버릇을 고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점점 그 사람의 다른 면에 대해서도 짜증이 날 겁니다. 이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저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래서 불만사항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래도 도통 말을 안 듣고, 말을 듣는 척 하면서 뒤로는 여전히 똑같은 짓을 합니다. 이러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이지 그 놈 얼굴만 봐도 싫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확대'입니다.

변질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자꾸 빼먹는 게 있습니다. 처음에 '순수한 쇠고기 문제'로 시작한 이 일에 대해서 상대방인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누구나 문제는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문제점을 고치려는 성의를 보이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 성의를 보이고 문제점을 고치는 데도 자꾸 다른 핑계를 찾으면서 계속 질질 끌면 그건 '변질'이라는 말을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을 고치려는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계속 꼼수나 부리면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다른 단점도 자꾸 눈에 밟히게 되고, 점점 불만의 수위가 높아져 갑니다. 이런 걸 변질이라고 하면 곤란합니다. 불만이 확대되는 것 뿐입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위 사람들은 '우리는 성의를 보였다, 문제점을 고쳤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촛불시위를 '변질'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조선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서 불신하는 의견이 많았고 촛불시위의 의제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 공감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여론조사를 결과를 놓고 '확대'를 '변질'로 슬쩍 바꿔치기 하는 치사한 수를 부렸습니다. 아무래도 조선일보가 어휘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확대'와 '변질'은 바꿔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 차이를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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