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룸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싱글들이 그렇죠 뭐. 아무튼 집을 드나들면서 당연히 우체통을 확인하게 되는데 가끔은 잘못 온 편지들도 있습니다. 그 중에는 상당히 기분 나쁜 것도 있습니다. 바로 연체 독촉 편지죠.
물론 요즘은 법으로 이런 편지의 겉봉에 빚독촉 편지임을 알 수 있게 하는 표시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사실 원룸 생활 오래 한 사람들은 척 보면 알죠. ○○신용정보라든가, '중요정보' 어쩌고 하면서 (심지어는 시뻘건 글씨로) 상당히 위압적인 문구가 박혀 있는 걸 보면 속에 뭐가 들었는지는 뻔히 보입니다. 그냥 저러게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아항 빚 독촉 편지구만' 하고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에 살던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남의 명의로 왔을 때입니다. 내 건 아니지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반송을 시켜 버리죠. 그렇게 반송이 되면 다음에는 안 와야 하는데 한동안 계속 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반송 편지함은 심심하면 이렇게 잘못 온 빚독촉 편지로 꽉 차 있게 마련입니다.
결국은 전화를 하고 한 바탕 입씨름을 해야 안 옵니다. 만약 편지가 반송이 되어 온다면 그 사람이 진짜 그 주소에 사는지, 한번 확인이라도 해 보는 게 합당할 텐데 그냥 계속 보내는 겁니다. 결국 제가 전화비 내고 입씨름을 해야 합니다. 내가 왜? 그 빚진 사람 이사간 뒤에 산 게 죄인가요? 그렇다고 그런 빚독촉 회사들이 무료 상담 전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화비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정말 기분 나쁩니다. 우편함 보는 이웃이나 주인집에서 절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척 보면 무슨 편지인지 뻔한데요.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록 겉봉에는 빚독촉 편지라는 게 쓰여 있지 않지만 속이 훤히 보여서 그냥 봐도 알 수 있는 편지도 있다는 겁니다.
하나은행에서 보낸 건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카메라로 찍은 화면으로도 안에 뭐가 있는지 훤히 보입니다. 눈으로 보면 더 잘 보입니다. '연체대금 상환독촉 통지서'란 문구가 잘 보입니다. 편지함에 꽂혀 있을 때에도 아주 잘 보입니다. 이쯤 되면 참 난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절 뭘로 생각했겠습니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제 이름을 잘 알아서 그게 저한테 온 편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요.
물론 빚을 받아야 하는 회사에서는 손해를 어떻게 해서든 보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잘못 된 주소로 독촉 편지를 보내고, 이렇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편지로 꼼수를 부리는 건 정말로 짜증나는 일입니다. 한두 번 반송이 되면 사실 확인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엉뚱한 사람한테 계속 이런 편지 보내 봤자 자원 낭비에 돈 낭비입니다. 혹시 반송을 시켜도 우체국에서도 제대로 반송을 안 시켜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돈을 받아 내고 싶으면 이런 번지수 틀린 편지만 기계적으로 보내지 말고 한두 번 반송이 되면 사실 확인이라도 제대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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