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0분 토론>에서 화제가 되었던 발언 가운데 하나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고대생 김지윤 씨를 '정치인'으로 몰아간 말일 것입니다.




... 이게 김지윤 학생인데 알고보니 고려대학교 학생이 아니다. 고려대학교에서 제적을 당한 학생인데, 이 이력을 보면 민주노동당 당원이다. 각종 선거에도,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선거운동을 했다. 정치인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나올 때는 고려대학교 재학생으로 나왔다. 이게 이야기가 되나...
물론 파문은 다시 복학이 돼서 학교 잘 다니는 사람을 아직도 제적된 줄 알고 방송에서 떠는 무식함 때문입니다만, 이 말에서 김지윤 씨를 '정치인'으로 낙인 찍은 맥락도 중요하게 살펴 봐야 합니다. 주성영 의원이 김지윤 씨를 '정치인'이라고 말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 정당의 당원이다
  • 선거 때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그렇다면 저도 정치인입니다. 저도 진보신당 당원이고 이번 선거 때 마포 을에서 정경섭 후보의 선거운동을 조금이나마 도왔으니까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사회당 같은 진성당원 체제의 정당에 가입한 사람들은 주성영 의원의 눈으로 보면 다 '정치인'인 셈입니다.

주성영 의원이 이런 해괴한 논리를 펼치는 것은 그만큼 정당에 대한 인식이 천박하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과 같은 구태정당이 그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 왔던가요? 선거운동은 무슨 단체 아니면 알바나 동원해서 하고,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원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기까지 할 정도로 당원 알기를 동원 청중 정도로 하찮게 아는 정치꾼들의 협잡 집단이 정당인 줄 알고 있는 주성영 의원의 사고 방식에서, 당연히 진성당원 체제란 게 이해가 될 리가 없고, 정당의 당원은 다 정치 놀음으로 먹고 사는 자기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주성영 의원이 생각하는 '선량한 국민'

주성영 의원이 생각하는 '선량한 국민'들이란 뭘까요? 정당과 정치에 대한 주성영 의원의 생각을 보면 답은 뻔하게 나옵니다. 평소에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TV에서 스포츠 중계 보듯이 남의 나라 얘기처럼 정치를 보다가,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 때에는 이미지 정치에 홀라당 낚여서 표나 찍어 주고, 다시 무관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주성영 의원이 말하는 '선량한 국민', '순수한 국민'의 실체입니다. 정치적인 구호를 외치고,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의 눈에는 불순분자들로 보입니다. 그러니 촛불의 민심 앞에서 여전히 배후 타령이나 늘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언제부터 '정치 무관심 = 순수'란 공식이 생겼습니까?

'불순한 정치놀음은 정치로 먹고 사는 놈들한테 맡기고, 당신들은 그냥 살다가 때 되면 표나 찍어라, 당신들에게 민주주의는 4년에 한 번,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벤트일 지니...' 이게 주성영 의원이 생각하는 대의민주주의인 셈입니다.


정치가 일상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요즘 촛불집회의 동력이 떨어졌느니, 사람들이 많이 줄었느니,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사실 한 달 넘게 몇 천 몇 만 명이 광장에 모이는 건 참 에너지 낭비입니다. 한 달 넘게 과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모인 사례가 전세계에 얼마나 있을까요? 하지만 일년 열 두 달 내내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쇠고기 파동을 통해서 우리는 한 가지 배운 게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 정치가 우리에게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입니다. 정치는 끊임 없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일상을 괴롭힙니다. 쇠고기 파동, 유가 폭등, 건강보험 민영화... 이런 문제들은 정치 활동을 통해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거리에 모여서 촛불을 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민심이 모일 때에는 또 언제든지 사람들은 거리에서 저항하고 외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자체가 일상 속으로 들어 와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좀 더 일상 속에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일상 가운데 조그만 한 부분을 떼서 정치에 투자를 한다면 굳이 한 달 넘게 거리를 점거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선거 때 투표하는 것으로 내 의무는 다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얘기입니다. 그런 이벤트 참여는 독재국가 국민들도 다 하는 일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이벤트지만 민주주의 가운데 일부일 뿐입니다.




요즘 진보신당 마포 모임이 1주일에 한 번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나가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물론 노조나 사회 운동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그 분들은 소수입니다. 사진작가도 있고, 방송작가도 있고, 게임 업계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든다는 3D 디자이너도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있고, 네이버 웹 기획자도 있고, 그냥 뭐라 내세울 타이틀 없이 평범하게 직장 생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각하게 앉아서 의식화 학습이라도 하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맛난 거 먹으면서 웃고 떠들고 수다 떠는 게 다입니다. 지난 번에는 마포에 사시는 평당원 홍세화 선생님 댁에서 고이 간직했던 인삼주 까 먹으면서 이름 외우기 게임도 하면서 놀았습니다.

그런 게 정치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와 가까운 이념과 정체성을 가진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고, 정당을 통해서 내 생각을 주장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논쟁하고 타협하고, 또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서 인간 관계를 맺고 대화하는 것... 그렇게 대단한 것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일상 가운데서 한 조각만 떼어 내면 됩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정치에 떼어 준 그 일상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 모두 '정치인'이 됩시다

주성영 의원의 주장처럼 정당에 가입하고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라면, 우리 모두가 정치인이 될 때 민주주의는 껍데기만이 아니라 속도 알찬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굴러갈 것입니다. '거리의 정치'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거리의 정치'를 '일상의 정치'로 녹여 낼 때입니다. 한나라당이든 진보신당이든 뭐든, 자신의 생각과 정체성에 따라서 정당의 당원이 되십시오. 그리고 참여하십시오. 정당에 대해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그 안에서 주장하고 외치십시오. 그러면 정치는 음습한 밀실에서 밝은 광장으로 나와서 광합성도 하고 푸른 잎도 틔울 것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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