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포뮬러 1 드라이버들의 파업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근로조건'과 같은 문제가 아닌 '돈' 문제 때문에 나오고 있는 소문입니다. 한 해에 적게는 수 억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 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F1 드라이버들이 뭐가 아쉬워서 파업을 하나? 싶은데, 사정은 이렇습니다.
F1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면허증인 '수퍼라이센스'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 운전을 위해서는 운전 면허증이 필요하듯이, 모터스포츠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면허증이 필요한데, 그 면허증도 등급이 여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등급에 따라서 참가할 수 있는 경기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수퍼라이센스는 F1을 위한 라이센스로 당연한 얘기지만 엄청나게 까다로워서 꼭 F1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지 않더라도 이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계 톱 클래스 드라이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다 가끔 수준 미달들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작년까지 이 수퍼라이센스 발급 비용은 1,725 유로에 전년도에 기록한 챔피언십 포인트 곱하기 456 유로를 더해서 결정되었습니다. 따라서 작년에 챔피언을 차지한 키미 라이코넨은 올해 수퍼라이센스 신청 비용이 1,725 + 110 × 456 = 51,885 유로가 됩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수퍼라이센스를 발급해 주는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이 발급비용을 대폭 올렸습니다. FIA는 수퍼라이센스 신청이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서, 비용을 기본 1만 유로에 전년도 챔피언십 포인트 당 2천 달러로 올렸습니다. 작년보다 무려 다섯 배 가량 오른 셈입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키미 라이코넨의 올해 수퍼라이센스 발급 비용은 10,000 + 110 × 2,000 = 230,000 유로가 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3억 원이 넘는 돈입니다.
이러다 보니, 갑자기 대폭 올라버린 발급비용에 대해서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영국 그랑프리를 보이코트하자는 파업설이 F1 드라이버들의 모임인 그랑프리 드라이버 협회(GPDA)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 드라이버들은 파업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FIA에서 계속 이 발급비를 고수한다면 파업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일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물론 우리는 경제적으로 관심이 많고 꽤 많은 돈을 받습니다만, 크리스티아노 호날도가 축구를 하기 위해서, 경기장에 나오기 위한 라이센스를 발급받는 데에 해마다 30만 달러를 내지는 않습니다.
- GPDA 회장 마크 웨버
아무튼 드라이버들은 일단 F1의 프로모터인 버니 에클레스톤과 이 문제에 대해서 먼저 논의를 한 뒤에 FIA와 협상을 벌일 예정인데, 지금으로서는 파업 확률은 낮습니다만 최근 FIA 회장 맥스 모슬리의 성추문을 통해서 국제 모터스포츠계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F1이 둘로 갈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는 판이라서 이 문제가 자칫 갈등을 부채질하는 쪽으로 확대될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그야말로 '귀족 노동자'들의 배부른 소리라고 온갖 비난이란 비난은 다 쏟아질 것 같습니다만, 아무튼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F1 드라이버들이라고 해도 까닭 없이 내야 할 돈이 몇 배씩 오르는 게 달가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달랑 면허증 발급해 주는 비용이 몇 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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