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특히나 방송을 타고 나가는 말은 정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합니다. 말 실수 한 마디에 이미지 망치고 마이크 놓은 연예인들이 한두 사람이 아닙니다. 게다가, 연예인들 신변잡기도 아니고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이슈에 대한 말은 정말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말 잘못해서 밥숟가락 놓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고 외국에서도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정선희 씨가 방송 중 잇따른 '말 실수'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과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3개 프로에서 하차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두고 어떤 블로거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김정일과 다름없다'는 막말까지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분들의 논리는 표현의 자유를 다수 힘을 빌어 억압한다는 거죠. 물론 표현의 자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의 자유란 내가 무엇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법적인 불이익을 받거나 아니면 표현 자체를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그 표현에 대해서 비난도 무엇도 받지 않을 자유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표현에 대한 자유가 있듯이, 표현에 대한 책임도 있는 것입니다. 자유만을 누리고 책임은 안 지겠다는 게 '표현의 자유'입니까?

정선희 씨의 '말 실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벌떼처럼 공격한다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벌떼를 부른 건 정선희 씨 자신입니다. 그 마이크에서 나가는 말은 전파를 타고 수십, 수백 만 사람들의 귀에 꽂힙니다. 정선희 씨는 잇따른 '말 실수'로 수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공격한 셈입니다. 정선희 씨가 벌통을 공격해 놓고 벌떼가 달려든다고 아우성을 치면 개그입니다. 정선희 씨가 술자리에서 사적인 말을 한 걸 가지고 사람들이 이렇게 들고 일어나는 겁니까? 같은 말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파급 효과와 책임의 크기는 달라지는 겁니다.

정선희 씨가 더 크게 비난을 받는 것은 사람들의 '정서'를 건드렸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촛불집회의 이슈에 대해서 논리를 갖추고 제대로 얘기를 했다던가 아니면 사실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선희 씨의 발언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냥 영양가 없이 사람들 정서만 툭툭 건드린 겁니다. 그러면서 반발하고 비난하지 말라고 하는 건 도둑놈 심뽀입니다. 정말이지, 사람들이 다 아니라고 해도 내가 이 말만은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제대로 말한 거라면 모르겠습니다만 마치 촛불시위와 국민들의 분노를 한갓 농담 따먹기의 소재로 뭉개버렸는데,나중에 비난 여론이 드세지니까 발등에 불 떨어진 듯이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이미 들은 말도, 상처 받은 마음도 다 눈녹듯이 사라집니까? 정선희 씨가 방송 초짜입니까? 지금까지 방송계에 있으면서 말 한마디 실수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방송인들이 곤욕을 치렀는지 한두번 본 게 아닐 사람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렇게 사고를 치고도 사과 한 마디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정말로 사고력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사과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사과만으로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 있다는 건 정말로 편리한 생각입니다. 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덮어질 수 있다면 방송에서 무책임한 헛소리는 끊이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헛소리로 많은 사람들 불쾌하게 하고 상처 줘도 사과만 한 마디 하면 그만인데 뭐 어떻습니까?

방송인에게는 '말 실수'도 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인의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상품'입니다. 곧 내가 하는 말을 전파라는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파는 셈이고, 대중들을 그 말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됩니다.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소비자가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항의를 했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또 하자가 일어나면 그 항의는 더 거세지는 법입니다.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방송은 동네 미장원에서 아줌마들 몇몇과 히히덕거리면서 하는 소리도 아니고,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떠드는 소리도 아닙니다. 수많은 불특정 다수들에게 순식간에 전파되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인들은 말 실수를 하지 않을 의무가 있습니다. 왜 고작 하루에 두 시간씩 마이크 앞에서 농담 따먹기하는 걸 가지고 방송국에서 달마다 천만 원이 넘는 개런티를 주겠습니까? 단지 재미있게만 하라는 게 아닙니다. 재미있게 하면서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도록 가려서 재미있게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그래도 한 번은 실수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통 비난을 받고도 또 말을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사람들 열 받게 두번째 '실수'를 한 것은 사람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할 말 안 할 말 가려서 해야 할 방송인으로서 자기 돈값을 못한 행태입니다. 사람들은 하자가 있는 상품에 대해서 불매 운동을 한 것 뿐입니다. 북한에서도 소비자 불매 운동 같은 거 하나요? 그랬다간 아마 잡혀갈 걸요? 이런 상황이 김정일이면 그 수많은 전세계의 소비자 불매 운동들도 다 김정일 취급 당하겠군요. 정말이지 정선희라는 방송인 하나 옹호하자고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를 김정일이라는 막말까지 갖다 붙이는 그 블로거야말로 정말로 무섭습니다. 조중동이 보면 참으로 건수 잡았다고 군침 줄줄 흘릴 일입니다. 정말 '김정일과 다름없는 네티즌들이 무섭습니다...'라는 블로그 글 제목 보고 조중동 헤드라인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 갖다 붙일 게 없어서 김정일을 갖다 붙입니까?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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