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페라리 F1 팀의 에이스 드라이버이자 월드 챔피언인 키미 라이코넨의 앞날에 대해서 다시금 여러 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년에 드디어 월드 챔피언에 등극한 키미는 현재 페라리와 2009년 말까지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만, 과연 그 뒤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가치 추즉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추측들은 전혀 근거 없이 나온 게 아니며, 키미 자신이 이미 그런 추측을 할 만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가 있습니다. 키미는 "페라리에서 다른 팀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며 아마도 페라리에서 은퇴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또한 자신은 "미하엘 슈마허처럼 오랫동안 레이싱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드라이버들에게는 꿈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 챔피언을 거머쥐는 데에도 성공했기 때문에 동기 부여라는 면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핀란드인으로서 1998-1999년에 2연속 챔피언을 차지하고 2001년에 은퇴를 선언한 미카 하키넨처럼 '정상에 있을 때' 은퇴할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 커져가고 있습니다.


왜 은퇴를?

키미 라이코넨은 F1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드라이버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봉에 대해서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는 F1의 전통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추정치는 대략 4500만 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30대 초반까지는 절정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고 미하엘 슈마허는 거의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페르난도 알론소와 월드 챔피언 경쟁을 벌였던 점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5-6년 정도는 충분히 정상권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일찌감치 은퇴에 대한 속내를 비치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키미의 성격 때문일 것입니다. 엔지니어와 밤을 새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오로지 레이싱만을 생각했던 슈마허와는 달리 라이코넨은 사생활에 대한 온갖 얘깃거리들이 나오는,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편입니다. 아마도 그런 사생활 논란 중에서 가장 많이 불거져 나오는 것이 술 문제일 것입니다. 때때로 술에 취해서 썩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여러 차례 언론에 폭로되고, 밤에 술에 취해서 길거리를 서성이는 장면도 목격된 바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여성들을 자기 집으로 끌어들여서 술을 마시고 난잡한 행동을 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키미와 여성들이 한 침대에서 뒹굴고 자는 장면을 아내 제니에게 발각당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이런저런 가십거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키미는 이렇게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듯한 생활에 염증을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그는 레이싱을 사랑하고 나머지 F1의 모든 것들을 증오합니다... 대중 노출, 스포트라이트 속의 삶 - 그는 더 이상 열망이 없습니다."

- 라이코넨의 친한 친구

또한 키미 자신도 캐나다 그랑프리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은퇴 관련 논란에 대해서 '아직은 아무 결정도 내린 바가 없다'면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인용한 라이코넨 친구의 얘기와 비슷한 말을 덧붙였습니다.

"나는 레이싱을 좋아하지만 그밖에 다른 요소들은 언제나 최고는 아닙니다... 이곳 F1에 있는 모든 이들은 레이싱과 드라이빙을 사랑하기 때문에 있는 것입니다만, 즐겁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거나 원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있다면, 그 때가 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런 그의 성격과 함께 이미 돈이든 명예든 충분히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 지금 상황을 본다면 은퇴 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로 생각됩니다.


2009년 이후의 시나리오

지금 상황을 본다면 키미는 2009년을 끝으로 은퇴활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2008년에 챔피언을 차지한다면 그 확률은 더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챔피언 한 번으로는 좀 부족하다 싶을 수 있지만 두 번이라면 키미는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키미는 이미 챔피언으로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그런 부담을 안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올해 챔피언을 차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2009년에 챔피언을 차지한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더블 월드 챔피언으로서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하키넨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도 정상에 있을 때 은퇴하겠다는 선택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곧, 어떤 성적을 거두든 은퇴를 선택할 확률이 높은 상황입니다.

결국 문제는 '동기 부여'에 달려 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지나치게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누를 만한 동기 부여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은퇴 확률이 높은 상태지만 뭔가 키미에게 동기를 부여할 만한 일이 생긴다면 2009년 이후에도 키미가 진홍색 차량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뒤에도 내가 그리움을 느낀다면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키미가 은퇴한다면, 페라리의 선택은?

만약 라이코넨이 2009년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다면 페라리로서도 그 이후를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펠리페 마사가 팀의 리더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페라리로서는 슈마허와 라이코넨 이후에도 팀을 계속 챔피언 후보로 만들어 줄 능력 있는 드라이버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일단 르노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영입 1순위 타겟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루이스 해밀튼, 그리고 팀과 불화를 겪은 끝에 3년 계약을 1년 만에 끝내고 맥클라렌을 떠난 알론소는 르노에서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르노가 심기일전해서 내년에 다시금 우승권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알론소는 결국 떠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알론소는 "나는 페라리에는 갈 생각도 없다"고 했고 페라리 쪽에서도 "우리도 알론소를 영입할 생각이 없다"고 맞받아쳤지만 이제는 쟝 토드로 팀에서 손을 뗀 상태고 서로 아쉬운 점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달리 먹을 확률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사는 2010년까지 페라리와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페라리가 알론소를 영입한다면 알론소-마사 라인업이 갖춰질 것입니다.

만약 알론소 영입에 실패한다면 결국 다른 팀의 에이스급을 영입할 수밖에 없을 텐데, 생각해 볼 수 있는 카드는 BMW의 로베르트 쿠비차, 윌리엄스의 니코 로즈베르크 정도일 텐데, 쿠비차는 아마도 BMW에서 놔 주려 하지 않겠지만 그동안 젊은 드라이버를 영입해서 충분히 상품성을 키운 다음 비싼 값에 팔곤 하는 윌리엄스의 전통을 생각해 본다면 니코 로즈베르크는 확률이 있는 카드입니다.

그도 여의치 않다면 좀 더 아래로 내려가서 젊고 실력 있는 유망주를 데리고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펠리페 마사 역시도 자우버 팀에서 능력을 인정 받고 페라리로 이적한 경우이니(물론 매니저가 쟝 토드의 아들이기도 했지만), 이런 시나리오도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토로 로소의 세바스티안 베텔이나 포스 인디아의 아드리안 슈틸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팀의 리더는 확실하게 마사로 굳어지게 될 것입니다. 맥클라렌도 그렇지만 페라리로서도 신인 드라이버를 앉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GP2나 다른 시리즈에서 뛰고 있는 드라이버를 영입할 확률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한국에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키미의 모습을 2009년 이후에는 볼 수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2010년부터는 한국에서도 F1 경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서킷을 달리는 키미의 모습을 상상했던 팬들에게는 더더욱 아쉬울 겁니다. 1년만이라도 더 남아 있지... 싶은 생각을 가진 팬이 저 뿐만은 아닐 겁니다.

어쨌거나, 2001년에 키미가 데뷔했을 때 랄프 슈마허 같은 이들이 'F3000은 고사하고 F3도 한 번 안 타보고 겨우 포뮬러 르노나 타 본 애송이가 F1이 웬말이냐'면서 반발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은퇴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참 세월이 빠르긴 합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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