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옛날 전설에 그런 말이 있죠. "신선세계의 1년은 인간세계의 10년과도 같다"고요. 이명박 정부 두 달을 마치 2년은 지난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신선놀음 하고 있을 때 썩는 건 도끼자루가 아니라 국민들 가슴 속입니다.
이명박 정부 두 달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돌려막기 정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 여러 장 가지고 카드를 카드로 돌려막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두 달을 평가해 보면 '사건을 사건으로 돌려막는' 돌려막기 정부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를 보자고요. 어륀지와 후렌들리로 대표되는 영어몰입교육 문제를 둘러싸고 한바탕 난리를 쳤을 때, 이 논란을 잠재운 것은 고소영 라인 파동이었습니다. 고소영 라인 때문에 난리가 나고 특히 논문 표절 시비가 벌어진 박미석 수석에 대한 사퇴 압력이 가해졌을 때, 이 사건을 잠재운 것은 강부자 내각이었습니다. 결국 장관 세 명이 낙마하면서 박미석 수석은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강부자 내각 문제가 시끌시끌해지고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 대한 사퇴 압력이 꺼지지 않자, 그 다음으로 이 문제를 돌려막은 사건은 공천문제를 둘러싼 친이-친박진영의 이전투구와 탈당 사태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돌려막은 사건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뉴타운 문제였습니다.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뉴타운 문제를 둘러싼 '사기공약'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이 시비를 관심 밖으로 돌리게 한 사건은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문제였고, 결국 박미석 수석이 사표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동관 곽승준 수석을 비롯한 비서진들에 대한 사퇴 압력이 계속 이어지자 이 사건을 돌려막게 된 큼직한 사건이 터졌는데 바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죠.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돌려막기는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영어몰입교육 → 고소영 라인 → 강부자 내각 → 친이-친박 진영 충돌 → 뉴타운 사기공약 시비 →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 미국산 쇠고기
이명박 정부는 두 달 동안 사건을 사건으로, 정말 열심히 돌려막았습니다. 한 사건이 터지고 이게 문제가 되면 다른 사건이 터져서 앞의 사건이 관심 밖으로 멀어집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뭘로 돌려막을까요? 서울까지 올라온 조류 인플루엔자 문제일까요? 한반도 대운하 전격 착공일까요? 도대체 앞으로 돌려막을 카드가 몇 장이나 더 있을지 그것도 참으로 궁금합니다.
하지만 돌려막기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더 키운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돌려막기를 하면 할 수록 빚이 점점 늘어나다가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는 게 돌려막기의 운명입니다. 마찬가지로 돌려막기로 두 달을 지내 온 이명박 정부는 지금 신용불량 신세입니다. 취임 두 달만에 지지율 25%면 이건 신용불량도 이런 불량이 없죠. 신용불량자가 되면 경제 활동에 큰 타격을 받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도 입만 열면 떠드는 경제 살리기를 무슨 동력으로 할지 참으로 걱정되는 일입니다.
신용불량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별 거 없습니다. 파산을 하던가 아니면 솔직하게 자기의 상황을 인정하고 개인회생이라도 신청하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도 지금과 같은 신용불량 사태를 얄팍한 돌려막기로 탈출해 볼 생각 좀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입만 열면 떠드는 '섬기는 자세'로 돌아와야 합니다. 안 되겠으면 능력 없는 거 인정하고 파산 신청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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