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참가 여부가 계속 논란이 되어 왔던 수퍼 아구리 팀이 결국 F1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터키 그랑프리 주최측에서 수퍼 아구리의 팀 트럭이 경기장에 들어오는 것을 불허함으로써 이미 수퍼 아구리가 더 이상 F1 참가가 어렵게 되었다는 추측이 최근 들어서 나돌았는데, 결국 팀 단장인 스즈키 아구리가 공식으로 F1 참여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수퍼 아구리 팀은 결국 지난 스페인 그랑프리를 끝으로 F1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포뮬러 1 팀 소유주가 되기 위한 내 꿈을 현실화하기 위하여, 나는 2005년 11월에 FIA 포뮬러 1 월드 챔피언십 그리드 자리를 신청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2년 4개월 동안 수퍼 아구리 F1 팀으로 챔피언십에 참여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여러분들에게 팀이 오늘로서 레이싱 활동을 그만두어야 함을 알려드려야 합니다.
- 스즈키 아구리의 성명 가운데서
작년까지만 해도 수퍼 아구리의 상황은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메인 스폰서로 SS United Oil & Gas 회사를 영입했고,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사토 타쿠마가 첫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시즌 중반까지 오히려 엔진 공급사인 혼다 팀을 앞지르는 성적을 보일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팀의 앞날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메인 스폰서였던 SS United Oil & Gas이 스폰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벌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수퍼 아구리는 갑작스럽게 재정이 어려움에 빠졌고, 올 시즌 시작 전 테스트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팀이 과연 올 시즌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추측들이 난무했습니다.
게다가 작년에 커스토머 새시, 곧 직접 팀에서 새시를 만들지 않고 다른 팀의 새시를 쓰는 문제를 놓고 팀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고 결국 윌리엄스 팀에서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2008년으로 예정되었던 커스토머 새시 허용 문제가 난항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혼다 새시를 활용해서 개발비를 아껴 적은 재정으로 팀을 운영하려고 했던 스즈키 아구리의 계획도 틀어지게 되었습니다.
팀은 자동차 회사가 지원하는 여러 팀들 사이에서 경쟁하면서 22 레이스만에 첫 포인트를 거두었고 2007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 종합 9위를 차지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다행히 팀을 살리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어 다닌 스즈키 아구리의 노력 덕택에, 영국의 자동차 관련 투자 회사인 마그마 그룹에서 두바이 쪽 자본을 대표해서 수퍼 아구리 팀을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서 마그마 그룹에서는 수퍼 아구리가 올 시즌에 참여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 지원에 나섰고, 팀은 올 시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 SS 유나이티드 오일 & 가스 회사가 약속했던 계약을 위반한 결과로 재정 지원을 잃었고 곧바로 팀은 재정이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커스토머 새시를 쓰는 면에서 팀을 둘러싼 환경 변화 방향은 파트너를 찾는 우리 능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 스즈키 아구리의 성명 가운데서
그러나 스페인 그랑프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마그마 그룹이 수퍼 아구리 인수를 철회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다시금 팀의 앞날은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마그마 그룹은 인수 철회와 함께 자금 지원도 중단했기 때문에 팀이 과연 스페인 그랑프리에 참여할 수 있을 지 조차도 불투명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팀은 혼다의 지원으로 스페인 그랑프리에는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스즈키 아구리는 독일의 자동차 관련 회사인 바이글(Weigl)과 인수를 위한 협상 타결을 보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바이글이 제시한 조건이 팀을 운영하기에 충분한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고 수퍼 아구리에 엔진을 공급하고 새시에 관한 기술도 어느 정도 비공식적으로 제공하면서 팀 운영에 결정적인 구실을 해 왔던 혼다 측에서도 이 점을 검토한 끝에 '충분치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문제는 혼다가 수퍼 아구리를 살리기 위해서 지원을 더 할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혼다에서는 수퍼 아구리 팀이 자력으로 팀을 운영할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했고 결국 스즈키 아구리는 혼다 경영진과 논의 끝에 F1 철수 선언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수퍼 아구리 철수에 따라서 올 시즌에 생기는 변화는?
이에 따라서 터키 그랑프리에서부터는 10팀 20대 차량만이 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예선도 약간 변화가 있는데, 이전까지는 1, 2차 예선에서 6대씩 탈락되었지만 이제부터는 5대씩 탈락하게 됩니다.
팀은 해체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서 드라이버와 미케닉, 엔지니어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드라이버인 사토 타쿠마와 안소니 데이비슨은 당장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원래 수퍼 아구리 팀은 혼다 팀에서 퇴출된 사토 타쿠마를 F1에 계속 붙잡아 놓으려는 혼다의 바람이 어느 정도 있었던 팀이었습니다. 따라서 사토는 아마도 혼다의 테스트 드라이버로서 활동할 확률이 있을 듯하고 나이로 볼 때 거의 은퇴 시점이 가까워 오는 루벤스 바리켈로의 뒤를 이을 확률도 있습니다. 안소니 데이비슨은 그야말로 기댈 언덕이 마땅치 않은데 수퍼 아구리에서 그다지 인상에 남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테스트 드라이버로서 살아 남을 방법을 찾던가 다른 시리즈로 이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팀 소유주였던 스즈키 아구리는 '너무 지쳤기 때문에' F1에 다시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스즈키 아구리가 다시 F1으로 돌아올 확률은 없을 듯 합니다.
점점 설 땅이 좁아지는 소규모 팀들
자동차 회사들이 직, 간접으로 지원하는 팀이 아니라면 F1에서 독립 팀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 독립 팀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곳은 윌리엄스, 레드 불, 토로 로소, 그리고 포 스 인디아 정도입니다. 하지만 레드 불과 토로 로소는 거대 기업인 레드 불 소유이기 때문에 진짜 독립 팀은 윌리엄스와 포스 인디아 정도 뿐입니다.
그나마 윌리엄스는 그동안 닦아온 기반을 가지고 어느 정도 안정된 팀과 스폰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인도의 백만장자인 비제이 말랴의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포스 인디아도 앞날이 어떻게 될 지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FIA는 독립 팀들이 적은 재정으로 팀을 운영하는 길을 열 수 있도록 2008년부터 커스토머 새시를 허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문제는 F1 관련 당사자들이 F1 운영을 위한 원칙을 합의했던 협약인 '콩코드 협정'입니다. 콩코드 협정에서는 새시에 대한 지적 소유권을 가진 사람만이 '컨스트럭터'로서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 협정을 관련 당사자들이 합의해서 개정하지 않고서는 커스토머 새시를 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윌리엄스와 레드 불이 이 부분을 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반대 태도를 명확히 하고 있고, 윌리엄스 팀은 법정 투쟁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라서 결국 올해부터 참여하기로 예정되었던 프로드라이브 팀도 참여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수퍼 아구리가 철수함으로써 F1에서 독립 팀이 설 땅은 거의 사라진 셈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재정 절감을 구실로 내세운 잦은 규정 변경이 오히려 막대한 개발비 낭비로 이어지면서 독립 팀들의 목을 죄어왔고, '소규모 독립 팀들을 위해' 이러한 변경을 주도 했던 FIA 회장 맥스 모슬리는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서 수퍼 아구리고 뭐고 앞가림 하기 바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수퍼 아구리는 2000년대 들어서 프로스트와 애로우즈에 이어서 인수가 아니라 아예 F1에서 퇴출된 팀 목록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수퍼 아구리가 처음 데뷔했을 때 애로우즈의 옛날 새시를 썼기 때문에 그런 악연이 이렇게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혼다, 브리지스톤, 스폰서들, 지난 몇 해 동안에 걸쳐서 여러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충고를 준 사람들, 동기를 높이 유지하고 최선을 다 한 모든 팀 스태프들,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계까지 자신을 몰고 나간 안소니 데이비슨, 우리가 맨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 했고 언제나 열심히 싸우고 팀을 이끌었던 사토 타쿠마, 그리고 전세계에 걸쳐 충심으로 수퍼 아구리 F1 팀을 지지해 주었던 우리 팬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 스즈키 아구리의 성명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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