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개그맨 신봉선 씨의 <개콘> 출연료가 100% 올랐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작진에서는 이른바 "시장의 시세"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이 기사를 본 분들은 아마 신봉선 씨가 정말 떴구나, 싶으실 겁니다. 그런데 그 이면을 보면 신봉선 씨처럼 나름대로 히트 코너도 있고 인지도도 있는 개그맨이 지금까지 개콘에서 회당 50만 원밖에 못 받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아직 신봉선 씨만큼 인지도를 얻지 못한 개그맨들이야 그 수입이 얼마가 될지 뻔하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버라이어티 쇼에서 인기를 얻는 MC들은 회당 출연료가 1000만 원을 오락가락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개그맨들은 그에 한참 못 미치는 출연료를 받으면서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 짜고 연습하고 PD에게 검사 맡고, 통과 못하면 다시 짜고 다시 검사 맡고 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입니다.
요즘 들어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가 뚝 떨어지면서 폐지된 프로그램도 있고, 그나마 방송사마다 하나씩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들도 존폐 얘기가 슬슬 나올 정도입니다. <개콘>조차도 시간대를 옮긴 뒤에는 10% 초반대로 시청률이 내려간 상태입니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방송사들이 과연 개그맨들이 개그에만 전념할 수 있게 수입을 챙겨주고 있는가 하는 문제도 반드시 짚어 봐야 합니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 계속 눈을 돌리게 마련이고 더 조건 좋은 게 있으면 그쪽으로 쏠리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회당 50만 원이면 4주 한 달에 200만 원이니까 먹고 살 만하겠네 뭘!" 하지만 직장인이 월급 200만 원 받는 것과 연예인이 200만 원 받는 건 다릅니다. 먼저 소속사가 있는 경우에는 소속사와 수입을 나눠야 합니다. 70:30이라면 200×0.7=140만 원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또한 직장인처럼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복지혜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래저래 돈 빠져나가다 보면 거의 반토막 수준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연예인 수입은 직장인 수입 곱하기 0.5쯤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혹시 특집 방송 같은 것 때문에 프로그램이 한 회 쉬기라도 한다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듭니다. 고생해서 무대에 올린 코너가 관객 반응이 썩 좋지 않아서 통편집이라도 되면 출연료가 일정 비율로 깎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던 코너가 폐지되고 바로 새 코너가 못 들어가면 그 기간 만큼은 손가락 빠는 신세가 됩니다. 그러니 개그맨이 한 달에 200만 원 받는 건 실제로는 100만 원 남짓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 수입을 받는 개그맨들이 회당 출연료가 몇 백만원씩 되는 프로그램을 두세 개씩하는 쇼 프로 출연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방송국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동종업계'와 자신을 비교하게 마련입니다.
물론 버라이어티 쇼 출연자들도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거쳐서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이고, 그래서 그만한 수입을 얻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인기도 있고 광고 수입도 많으니 출연료를 몇 백만원씩 챙겨 줘도 '남는 장사'니까 그렇기도 하고요. 하지만 확실히 한 프로그램에 들여야 하는 노력을 비교한다면 코미디 프로가 더 많습니다. 버라이어티 쇼 같은 경우에는 출연자들이 딱히 일주일에 며칠씩 시간을 들여가면서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머리 쥐어 짜면서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라이어티 쪽은 한 사람이 여러 프로그램을 넘나들 수 있지만 개그맨들은 한 코너 하는 것도 버거운 일입니다. 몇몇 출연자들은 여러 코너에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수입이 더 많은 것도 아닙니다. 버라이어티 출연자들이 노력에 비해서 많은 돈을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반대로 개그맨들이 노력에 비해서 그 댓가가 적다는 뜻입니다. 물론 개그 프로가 버라이어티 쇼에 비해서 출연자가 많기 때문에 제작비를 감안한다면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개그맨들의 수입은 그 노력에 비한다면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헝그리 정신'을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헝그리 정신이라는 것도 이 한 우물을 파서 내가 대박이 날 수 있다는 큰 목표가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겁니다. 개그라는 한 우물만 파가지고는 그 한계가 너무나 뻔한데 과연 제대로 된 '헝그리 정신'이 나올 수 있을까요? 적어도 개그 하나만 평생을 해도 충분히 생계 유지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키울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자꾸 다른 쪽으로 한눈을 팔 수밖에 없는 겁니다. 예전에는 개그로 대박이 나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을 찾는 발길도 많이 뜸해졌고 점점 코미디가 만만치 않아지면서 그만큼 투여하는 노력도 많아지기 때문에 사실 다른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연차가 되기 전에는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막는 경우도 있으니 이래저래 개그맨으로 먹고 산다는 게 참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물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계속 살아남으면서 경력이 쌓여 가면 그만큼 출연료도 올라갑니다. 이른바 '등급'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그 등급에 따라서 먹고 살 정도 수입은 거둘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무척 소모적입니다. 옛날처럼 개그로 방송에서 롱런하는 게 정말로 힘들어진 시대입니다. 그만큼 수명까지도 짧아졌기 때문에 개그맨으로 산다는 게 정말 어지간한 직장인보다 더 빈궁한 게 요즘 현실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등급 때문에 인기를 끌어도 공채 기수나 등급 서열 때문에 그만한 댓가를 못 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 불확실한 미래, 일주일 내내 매달려서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려야 하는 과정, 그런 노력에 비한다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서 낮은 수입과 같은 문제들 생각해 보면 개그맨들이 인지도를 얻으면 자꾸 '외도'를 하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설령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끼는 있지만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르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걸 프로 의식 부족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뭐 이런 문제가 반드시 개그맨 사회에서만 있는 건 아닙니다. 신인 가수들도 그 수입은 형편없기 이를 데 없고 신인 연기자들이나 단역급 연기자들 역시도 그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다만, 요즘 개그 프로 재미 없다면서 개그맨을 탓하는 것도 좋지만 과연 개그맨들이 발 딛고 서 있는 토양이 그들이 개그에만 전념하면서 '개그맨'이라는 삶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을 만큼 양분을 공급해 주고 있는지, 이런 현실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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