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미석 수석이 물러났습니다. 임명 때부터 이른바 '펌질 논문'으로 문제가 됐지만 장관 세 명이 목이 날아가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살아남았으나, 이번에 재산 공개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논란에다가 자경확인서도 뻥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결국은 "억울하다"고 울부짖으면서 사표를 쓰고 말았습니다. 결국 박미석 수석은 이명박 정부의 '靡(쓰러질 미)+石(돌 석)=걸림돌'이 된 셈입니다.

이번 문제를 두고 정치권과 여러 언론들에서는 '검증 시스템이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곧, 검증 과정에서 재산 형성이나 도덕성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조각을 단행할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서 정부의 인사파일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돼 치밀한 검증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관련 기사 : 靑 인사검증시스템 `뭇매'..개선책 모색
이렇게 은근슬쩍 당선인 시절에 인사파일 접근에 대해서 제한을 건 참여 정부에게 일부 책임을 떠넘기는 기사나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번 문제가 부실한 검증 때문일까요? 인사 파일에 다 접근할 수 있었다면 인사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에이,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인사 파동의 근원은 결국 애초부터 도덕성이 부족한 정권에게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나 이 대통령을 민 언론들이나, 줄곧 외치던 주장은 '도덕성보다 능력'이었습니다. 심지어 조중동에서는 위장전입과 자녀 위장취업, BBK 문제와 같은 이슈로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을 마치 좌파들의 책동인 것처럼 떠들기도 했습니다. 곧, 애초부터 '부패가 무능보다 낫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도덕성에 좀 흠이 있어도 일만 잘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퍼뜨렸고, 결국 그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씨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자, 정부의 최고 수장부터가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그 아래는 어떻겠습니까? <100분 토론>에서 어느 교수가 주장했던 것처럼 '그 시절'에 부동산 투기 안 한 사람이 바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집단이 정권을 잡았으니 검증 과정에서 설령 정부의 인사 파일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해도 도덕성에 대한 점검을 얼마나 제대로 했을지는 심히 의심스러울 노릇입니다. 검증 과정이 문제가 아니라 검증을 해야 할 집단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무리 탈탈 털어본들, 지저분한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을 보고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딨어?'라는 식으로 넘어가 버린다면 검증은 하나마나인 것입니다.

만약에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면 용납할 수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면, 청와대 수석 비서진과 국무위원을 임명했을 때 도덕성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을 가차 없이 내쳤다면 아마도 그런 하자가 있는 사람들은 오시라고 해도 안 왔을 겁니다. 가 봤자 들통나면 본전도 못 건질 게 뻔한데 뭐하러 가겠습니까? 게다가 문제가 불거지면 정부 여당은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넘기려고 했습니다. 애초부터 부동산 투기 같은 문제는 '큰 문제'로 보지도 않았으니 검증 시스템 부실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인데 부동산 투기와 같은 지저분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도 별 거리낌없이 고위 공직자 자리를 탐내는 겁니다.

사실 이 문제는 꼭 이명박 정부만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결국 총리 인준을 밀어붙였다가 부결돼서 망신만 당했고, 참여정부 시절에서도 이헌재 전 부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이 부동산 투기 문제가 터졌을 때도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려다가 결국 여론의 화살로 벌집이 된 뒤에야 낙마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나마 도덕성을 내세웠던 예전 정부들도 그랬으니 애초부터 도덕성을 2순위로 밀어냈던 이명박 정부에서야 어떻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한 가지 깨달아야 할 게 있습니다. 한 번 문제가 터진 사람은 결국은 나중에 또 문제가 터진다는 겁니다. 박미석 수석도 논문표절과 같은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 끝까지 버텨서 결국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에 또 문제가 터져서 결국 자리를 내 놓아야 했습니다. 지금 정부 여당은 박미석 한 사람만 희생양으로 바치고 곽승준, 이동관 수석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마, 이번에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 번에는 문제가 또 안 터질 것 같습니까? 이미 참여정부 때도 몇몇 문제 인사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버티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망신살만 더 뻗친 바가 있습니다. 나중에 가서 더 망신당하지 말고 정리할 수 있을 때 싹 정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도덕성은 또 2순위, 3순위로 밀리고 아무리 검증을 철저하게 한다고 해 봤자 도덕성에 대한 부분은 '큰 문제'로 보지 않고 넘어가게 마련입니다. 결국 곰팡이균이 잔뜩 피어오른 부패 인사들은 높은 자리에 앉아서 시도때도 없이 또 이명박 정부의 뒤통수를 후려칠 것입니다.
Posted by MP4/13

BLOG main image
Drive with your sense. by MP4/13
Add to Technorati Favorites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02)
광속질주 (205)
취생몽사 (160)
주지육림 (3)
독서삼매 (10)
음담패설 (28)
전광석화 (146)
우매상자 (66)
포장후면 (20)
악마사전 (6)
팔도유람 (20)
혹세무민 (508)
일상포착 (30)
Total : 3,916,116
Today : 605 Yesterday : 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