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봄 답지 않게 거의 여름 날씨였습니다. 정말 햇볕도 쨍쨍하고 날씨도 더웠습니다. 이런 초여름 날씨 속에서 CJ 슈퍼 레이스 챔피언십의 2008년 개막전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열렸습니다.
역시, 요즘 한국의 모터스포츠를 지탱하는 힘은 아무래도 일본 아줌마들인 것 같습니다. 키 작은 아줌마들이 우루루 몰려 있는 곳은 보나마나 류시원 씨가 있는 곳입니다. 작년에도 느꼈던 바지만 일본에서 류시원 씨의 인기는 아직도 꽤 좋은 듯합니다. 비행기 값에, 숙식비에, 10만 원이나 하는 프리미엄 티켓까지 사서 들어오는 분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말입니다. 그런데 경기장에서 이렇게 류시원 씨를 쫓아다니는 분들을 보면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4, 50대 정도는 충분히 되어 보이는 나이든 여성 분들입니다. 경기장 안 풍경은 작년이나 올해나 비슷하네요. 일본 아줌마들은 열심히 류시원 씨 쫓아다니고, 비싼 카메라 들고 다니는 한국 입장객들은 레이싱 걸 쫓아 다니기 바쁘고. 그런 풍경은 조금 착잡합니다.
토요일 예선이야 이벤트도 별로 없고 본 경기도 아니니, 아무래도 좀 썰렁합니다. 그나마 류시원 씨 덕분에 일본 아줌마들이 많이 있어서 아주 썰렁하지는 않습니다만.
올해부터는 경기 규칙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투어링 A/B가 슈퍼 2000/1600이란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원래 CJ 슈퍼 레이스 쪽에서는 메인 이벤트로 브라질 스톡 카를 들여온 슈퍼 6000을 밀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참가도 저조하고 차량 개조도 덜 되어서 이번 경기에는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제2전 때부터 나올 것 같은데, 이러다보니 혼란스러운 와중에 참가 대수가 많이 줄어서 작년의 절반 정도밖에는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올해 가장 좋은 변화를 꼽는다면 GT와 슈퍼 6000에서 HANS 시스템이 의무로 되었다는 것입니다. 드라이버의 사망 위험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HANS 시스템은 특히 미국 NASCAR에서 이 장치를 반대하는 태도를 보인 데일 언하트가 경기 중 턱과 목 골절이 원인이 되어 목숨을 잃음으로써 국제 경기에서는 거의 의무화가 되었습니다. 만일 언하트가 HANS를 장비하고 있었다면 가벼운 부상으로 끝났을 것입니다.
HANS는 사실 간단한 원리입니다.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장비를 어깨에 둘러메고, 뒤편에 나와 있는 끈을 헬멧에 부착하는 방식입니다. 정면 충돌과 같은 상황에서 몸은 안전띠 덕분에 고정되지만 머리는 관성 때문에 앞으로 꺾이게 되는데 이 때 턱과 목 골절로 목숨을 잃을 위험이 큽니다. HANS는 머리가 앞으로 꺾이는 정도를 제한하고 턱과 목으로 갈 충격 에너지를 이마 쪽 두개골로 모이게 합니다. 이쪽이 충격에 버티는 강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드라이버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게 됩니다.
요런 식으로 끈을 헬멧에 붙이게 됩니다. 드라이버들로서는 좀 불편한 장치이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끈 때문에 머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어렵고 좌우로 머리를 돌리는 각도도 좀 제한됩니다. 하지만 사고 때 치명적인 부상 위험을 크게 줄여 주는 장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제서야 HANS 시스템이 들어오는 것은 좀 늦은 감도 있습니다.
아무튼 류시원 씨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류시원 씨가 없어도, 류시원 씨의 경기 차량만 봐도 아줌마들이 우루루 몰려서 사진 찍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니 말입니다. 올해부터는 류시원 씨가 소속된 R-STARS 팀의 메인 스폰서가 넥센타이어로 바뀌어서, 차량 색깔도 작년에는 주황색이었지만 올해는 보라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캠프 바깥으로 류시원 씨가 나오기라도 하면 구름 같이 일본 아줌마들이 모여듭니다. 그래도 너무 무질서하게 몰려서 경계선을 무너뜨린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혹시 경계선을 침범해도 밖으로 나와 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물러납니다.
한 가지 웃기는 풍경. 경기장 안에는 프리미엄 부스가 있습니다. 10만 원짜리 프리미엄 티켓을 산 관객들에게는 점심을 제공하고 경기 시작 전에 그리드 안으로 들어갈 기회도 제공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프리미엄 부스에서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고 쉴 공간도 마련해 주는데... 문제는 큼직하게 쓰여진 'Primium'이라는 글자의 철자가 틀렸다는 거죠. 'Premium'이겠죠?
그래도 다음 날 보니까 다시 철자를 고친 현수막으로 바꿔 붙였더군요. 아무튼 큼직하게 영어 타이틀 쓸 생각만 하지 말고 철자가 제대로 됐는지 검토는 한 번쯤 해 봐야 할 일입니다.
일요일이 되니 이벤트 부스도 오픈하고 해서 사람들이 북적이고 활기가 넘칩니다. 이제 진짜 레이스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사고도 나는 법이죠. 그럴 때는 빨리 피트로 들어와서 임시 방편으로 수리할 수 있으면 수리를 하고 나가야 합니다. 충돌 때문에 차체가 너덜너덜해진 부분이 있다던가 하면 이렇게 테이프를 충분히 붙여서 보강을 하기도 합니다.
GT와 슈퍼 2000 통합전 결승을 앞두고 차량들이 예선 순위에 따라서 그리드에 정렬했습니다. 역시 류시원 씨 차량 주위에 사람들이 가장 많습니다. 물론 거의 다 일본 아줌마들입니다.
이미 바깥쪽 R-STARS 응원석에도 많이들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류시원 씨라도 있으니까 이 정도로 관객들이 많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연예인만이 아니라 전업 모터스포츠 드라이버 중에서도 대중에게 인기를 누리는 스타들이 나왔으면 싶지만, 참 쉽지 않은 듯합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경기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러나 참가 대수가 작년보다 반으로 줄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뭔가 좀 발전하려고 하면 꼭 어디선가 발목을 잡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또 잘 된다 싶으면 오버해서 삽질을 하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보니 한국의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회사들의 무관심 속에서 참 더디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5월 18-19일에 열리는 다음 전에는 좀 더 많은 차량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광속질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수퍼 아구리, 포뮬러 1에서 철수 (5) | 2008/05/07 |
|---|---|
| 2008 포뮬러 1 스페인 그랑프리 : 예선 (1) | 2008/04/27 |
| 2008 CJ 슈퍼 레이스 챔피언십 제1전 (6) | 2008/04/21 |
| F1에서 소규모 독립 팀은 살아남을 수 없는가 (4) | 2008/04/19 |
| A1 그랑프리 한국 팀 창단 (1) | 2008/04/16 |
| 2008년 포뮬러 1 바레인 그랑프리 : 레이스 (2) | 2008/04/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