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결과는 정말 예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습니다. 맥클라렌 압승, 그리고 페라리 완패. 맥클라렌은 3위 펠리페 마사를 빼고 모든 드라이버를 한 바퀴씩 잡았고, 그나마 펠리페 마사보다도 1분이 넘게 앞서서 체커기를 받았습니다. 이 정도로 압도적인 레이스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출발 때부터 선두를 잡은 맥클라렌이 말레이시아에 이어서 1-2 피니시에 성공했죠.
먼저,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대부분 팀이 1 스탑 작전을 썼던 데에 있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모나코는 서킷이 곡선이 많기 때문에 타이어 마모가 많은 편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2 스탑은 쓰게 마련입니다만, 예상 밖으로 대부분 팀이 1 스탑을 채택했습니다. 왜? 바로 세이프티 카 때문이죠.
지난 5년 동안 세이프티 카가 발령된 경기가 네 번입니다. 세이프티 카가 되면 격차는 거의 사라진다고 봐도 됩니다. 2 스탑은 차량에 싣는 연료량이 적고 타이어를 좀더 부드러운 것을 쓸 수 있거나 마모도가 덜하기 때문에 1 스탑과 비교해서 랩 타임이 빠릅니다. 곧, 한 번 더 스탑함으로써 까먹게 되는 20초 가량 되는 시간을, 트랙에서 랩 타임 격차를 통해서 버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각자 1 스탑씩 한 상태에서 2 스탑 작전을 쓰는 차가 1 스탑 작전을 쓰는 차를 20초 가량 앞서고 있는데, 세이프티 카가 나왔다... 그러면 20초 넘는 격차는 졸지에 없어져 버리고, 2 스탑 작전을 쓰는 차는 한 번 더 피트 스탑을 해야 하니까 결국 1 스탑 작전이 승리하게 됩니다. 따라서, 모나코가 세이프티 카가 나올 때가 많다는 점을 이용해서, 많은 팀들이 1 스탑 작전을 썼으나, 결과는 완전 실패였습니다.
아마 모나코에서 이렇게 리타이어가 별로 없었던 적도 드문 듯하고. 그나마 방호벽을 들이 받는 차량들도 레이싱 라인을 벗어났기 때문에 세이프티 카가 나오질 않았죠. 결국 2 스탑을 선택한 맥클라렌과 페라리의 마사가 작전에서는 이긴 것이고... 페라리는 이상하게 모나코에서는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그렇네요. 라이코넨은 예선을 망치는 바람에 턱걸이 8위. 마사는 맥클라렌에 1분이 넘게 뒤처진 3위 같지 않은 3위. 페라리 쪽은 언더스티어 때문에 고생 좀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맥클라렌이 원투 피니시를 차지했는데, 루이스가 좀 불만스러운 눈치였습니다. 왜냐하면... 루이스의 차량에는 알론소보다 연료가 5바퀴 정도 분량이 더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루이스 생각은 그랬겠죠. '내가 많이만 떨어지지 않으면 알론소가 먼저 피트 스탑한 다음에 내가 5 바퀴를 열심히 달려서 피트 스탑 뒤에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알론소는 루이스보다 단 3 바퀴 앞서서 들어갔습니다. 그 바람에 결국은 루이스의 첫 우승 꿈은 날아갔죠.
알론소 말에 따르면 첫번째 피트 스탑 전까지는 연료 절약, 그리고 타이어에 그레이닝, 곧, 표면에 오돌도돌한 무늬가 생겨서 접지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합니다. 하여간에, 예선에서도 트래픽 때문에 가로막혀서 마지막 플라잉 랩을 망친 루이스로서는 이번 모나코가 두고두고 아쉬웠을 겁니다. 이 일 때문에 론 데니스가 이번에 알론소를 편애한 거 아니냐, 사실상 팀 오더 아니냐... 란 논란이 있었는데, 론 데니스 말에 따르면, 세이프티 카가 나올 경우와 안 나올 경우, 어느 쪽이든 한 드라이버는 우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연료량에 차이를 뒀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루이스는 상황 봐서 1 스탑으로 전환할 수도 있었다, 이런 얘기인 듯 합니다.
근데 루이스는 여러 번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더군요. 방호벽을 여러 차례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고, 마지막 코너인 라스카세에서는 여러 번 급 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서킷에 대한 경험 부족이죠 뭐. 하지만 위기 관리를 잘 한 끝에 2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늘의 X맨은 야르노 트룰리. 백마커로서 알론소를 잡아서 거의 9초 정도 벌어져 있던 알론소와 루이스 사이 격차를 1초 안으로 당겨 줬습니다. 여러 바퀴 동안 알론소 잡을 만큼 잡아서 루이스가 알론소 꽁무니에 붙을 때쯤 비켜주더군요. 그래서 루이스는 알론소 뒤를 따라서 곧바로 패스! 일부러 이런 건가... 거기다가 그 다음에 또 백마커가 됐을 때에도 좀처럼 안 비켜주고 잡더군요. 솔직히, 왜 페널티가 안 나간 건지 이해가 안 갈 정도였습니다.
지난 스페인 때 조금 무기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승을 거머쥔 페르난도 알론소. 그리고 2위 전문가 루이스 해밀튼(다섯 경기 중에 네 경기 2위). 과연 캐나다 - 미국으로 이어지는 북미 라운드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네요.
참고로, 모나코는 엔진 쪽으로는 큰 부담이 없습니다. 풀 스로틀로 달리는 구간이 다른 곳보다 오히려 적은 편이죠. 대신 기어가 고생을 많이합니다. 거의 3천번 기어 변속을 해야 하니. 반대로 캐나다는 엔진과 브레이크 쪽에 거의 비명 소리 나올 정도로 악랄한 서킷입니다. 여기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정말 궁금합니다. 근데 올해 캐나다 GP는 인기가 떨어질 것 같네요. 자크 빌리누브가 없어서.
ps : 이번 모나코 우승이 맥클라렌 팀에게는 150번째 GP 우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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