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모터스포츠를 관할하는 기구인 국제자동차연맹(FIA)의 회장 맥스 모슬리가 성추문 파동으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판 신문 <New of the World>에서 동영상과 함께 폭로한 맥스 모슬리의 변태적인 섹스 파티는 그 가학/피학성도 문제지만 파티에 동참했던 성매매 여성 중에 한 명이 나치 복장을 하고 채찍질을 하는 모습까지 있어서 더욱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성추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전에 올렸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성추문 파동 이후 침묵을 지키던 맥스는 이번 주 초에 FIA 관계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이번 물의를 일으켜서 모터스포츠계를 당혹스럽게 만든 점에 대해서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맥스는 이번 일이 사생활 문제이며, 무언가 계획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서 자신은 이번 일에 동정과 위로는 물론 FIA 회장직을 계속 하라는 많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FIA 회장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사생활을 침해한 <New of the World>에 대한 법적 조치에 착수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FIA와 모터 스포츠 그리고 모터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서, 내 사생활은 내 일과는 관련이 없으며 내가 직분을 계속 해야 한다는 동정과 지지를 보내 준 아주 많은 메시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감사를 보내며 여러분들의 지지로 나는 이 충고를 따르고자 합니다.하지만 맥스의 바램과는 달리 사태는 점점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유태계 관련 단체 쪽에서 '나치'가 관련된 성추문에 대하여 강력 반발하면서 맥스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게다가 이번 주말에 열릴 예정인 F1 바레인 그랑프리에 원래 맥스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FIA는 갑작스럽게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적 절차 문제로 그가 경기에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바레인의 왕자인 셰이크 살만 빈 하마드 알-칼리파가 맥스에게 편지를 보내어 이번 경기에 참석하지 말아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맥스는 더더욱 망신살이 뻗치게 되었습니다.
- 맥스 모슬리의 편지 가운데서
이번 의혹에 비추어 볼 때, 나는 당신이 이번 주 후반에 바레인에서 열리는 그랑프리에 참석하기로 한 계획을 심사숙고해 볼 수도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바레인과 그 국민들의 처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 관련된 모든 이벤트의 성공입니다 - 바레인 왕국, 포뮬러 1과 관중들입니다. 촛점은 레이스가 되어야 합당합니다. 커다란 유감과 함께, 나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지금 당신이 바레인에 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맥스를 더더욱 궁지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F1에 관련되어 있는 자동차 회사들의 반응입니다.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자동차 회사들은 일제히 맥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먼저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한 BMW와 메르세데스는 맥스의 행동에 대해서 '불명예스러운 것(disgraceful)'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자신들은 맥스, 그리고 이번 사건과 '공고하게 거리를 둘 것(strongly distanced)'이라고 밝혔습니다. BMW와 메르세데스는 독일 회사들입니다. 독일은 바로 나치와 히틀러가 있었던 나라입니다. 따라서 얼마 전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 의회에서 다시 한번 사과 연설을 한 마당에 나치까지 연루된 이번 성추문은 독일 회사들에게는 더더욱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 바레인 왕자 셰이크 살만 빈 하마드 알-칼리파의 편지 가운데서
발표된 내용은 불명예스러운 일입니다. 회사로서, 우리는 이 문제로부터 공고하게 거리를 두고자 합니다.그리고 역시 F1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와 혼다 역시도 맥스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토요타는 FIA에게 맥스가 '도덕적인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토요타는 인종차별이나 반 유태주의로 이해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개인으로서, 그리고 모터링 클럽 조직의 국제적 우산인 FIA 회장으로서 맥스 모슬리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중요성은 모터 스포츠 산업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우리는 FIA 기구로부터 적절한 대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BMW와 메르세데스의 공동 성명 가운데서
토요타 모터스포츠는 포뮬러 1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특히 인종 차별이나 반 유태주의로 이해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습니다.한편 혼다 역시도 토요타처럼 맥스가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성명을 냈습니다. 혼다 역시 토요타처럼 고위직 인사들은 높은 도덕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FIA가 신중한 고려와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모터스포츠를 포함하여 어떤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든 고위직 인사들은 행동에 대하여 높은 기준을 고수해야 합니다. 모든 사실들이 알려졌을 때, FIA는 모슬리 씨가 FIA 회장이란 자리에 걸맞는 도덕적 의무를 다 했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 토요타의 성명 가운데서
혼다 레이싱 F1 팀은 최근 모슬리 씨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극히 실망하고 있으며 우리는 포뮬러 1과 모든 관계자들의 명성이 손상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성명을 발표한 네 자동차 회사들은 몇 년 전에 FIA와 상당한 알력 관계에 있었습니다. 페라리를 필두로 혼다, 토요타, 메르세데스-벤츠, BMW, 르노는 F1 수익 분배와 기술 규정 문제를 둘러싸고 FIA 회장인 맥스 모슬리와 F1의 상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버니 에클레스톤이 독단적으로 F1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가려 한다면서, 이 문제개 해결되지 않으면 F1에서 철수하여 GPWC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겠다고까지 위협을 하면서 FIA와 상당한 긴장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우리는 FIA에게 F1과 모터스포츠에게 가장 이익이 되도록 이 문제를 주의 깊게 숙고하고 빠른 결정에 도달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 혼다의 성명 가운데서
그러던 와중에 페라리가 갑작스럽게 다른 회사들의 뒤통수를 치고 FIA 쪽으로 붙어서 F1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무게추는 FIA 쪽으로 급작스럽게 기울어졌습니다. F1에서 페라리라는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에 컸기 때문입니다. 남은 자동차 회사들은 GPMA라는 기구를 만들어서 FIA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지만 뒤이어서 BMW의 지원을 받고 있던 윌리엄스 팀이 F1 잔류를 선언했고, 기세등등한 맥스 모슬리는 2006년 초에 2008년과 그 이후에 F1에 참여할 팀들을 새롭게 신청 받겠다고 나섰습니다. 2주라는 제한된 기간을 두고 이 기간 동안에 2008년 이후에도 계속 F1에 남겠다는 참가 신청을 하던지, 아니면 GPWC든 뭐든 만들어서 딴 살림을 차리던지 하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면서 결국에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된 팀들이 F1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결국 이 일은 페라리를 등에 업은 맥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앙금이 아주 없어졌을 리는 없겠지요. 아마도 이번 일을 기회로 자동차 회사들은 강력하게 맥스에게 사퇴 압박을 넣을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서, 맥스와 친한 관계인 페라리와 르노는 과연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궁금합니다.
다급해진 맥스는 BMW와 메르세데스에게 회신을 보내어, 이 회사들이 성명을 내기 전에 이 사건이 진실인지를 묻지 않았다고 변명했습니다만, 자신의 얼굴이 생생하게 나온 동영상과 사진 증거물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잡아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맥스로서는 성추문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고, 어떻게든 나치 관련설 만큼은 부인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성추문 자체는 사생활 문제로 어떻게든 넘어갈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말입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역사,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전후를 보았을 때, 왜 이 회사들이 불명예스러운 내용이라고 묘사한 보도로부터 공고하게 거리를 두고자 하는지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그동안 여러 위기 상황을 뚝심과 때로는 독단적이기까지 한 고집으로 돌파해 온 맥스가 과연 이번 성추문 역시도 사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고 어떻게든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듭을 짓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사태를 둘러싼 모터스포츠 계의 반응은 맥스가 주장했던 '수많은 지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성명을 내기 전에 이 내용이 정말 사실인지에 대해서 묻지 않았습니다. 내가 문제의 신문에 대해서 대응을 할 예정인 것처럼 의심할 바 없이 FIA는 가까운 시일 안에 대응을 할 것입니다.
- 맥스 모슬리의 회신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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