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모터스포츠를 총괄하는 기구인 국제자동차연맹(FIA)의 회장 맥스 모슬리가 섹스 스캔들에 휘말렸습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판 신문인 <New of the World>는 맥스 모슬리가 성매매 여성 다섯 명과 난잡한 섹스 파티를 벌였다고 폭로하면서, 현장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까지 공개했습니다. 이 파티는 피학/가학적인 내용도 상당한 변태적인 파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파티가 단순히 섹스만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나치를 묘사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특히 유럽에서는 나치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고, 몇몇 국가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할 정도이기 때문에, 나치를 떠올리게 하는 복장을 한 여성들에게 채찍으로 엉덩이를 맞는 벌거벗은 맥스의 모습은 상당한 충격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F1 boss Max Mosley has sick Nazi orgy with 5 hookers
원래는 위 <New of the World> 기사에서 맥스의 난잡한 섹스 파티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도 볼 수 있었지만 아마도 맥스 측에서 법적 조치에 들어간 듯, 파티 장면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유투브와 같은 곳에서 'Max Mosley'와 같은 단어로 검색해 보시면 동영상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당장에 나치라면 이를 가는 유태인 단체에서 강력한 반발 성명을 내면서 맥스의 사과와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맥스의 섹스 파티를 "불량하고 타락한(sick and depraved)" 행동으로 묘사했습니다. 맥스 모슬리는 올 초에 스페인에서 열렸던 F1 테스트 도중에 스페인 관중들이 루이스 해밀튼에게 검둥이(negro)라는 인종 비하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 스페이의 F1 그랑프리 개최권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와 함께 인종 비하 금지 캠페인을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가 나치를 소재로 한 섹스 파티를 벌였으니, 더더욱 곤란하게 된 셈입니다. 유태인 단체에서는 "맥스는 자신이 세운 기준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he should live up to the standards he sets)"고 주장하면서 맥스 모슬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터스포츠 쪽에서도 역시 충격파가 만만치 않습니다. 국제 모터스포츠의 수장이 난잡한 섹스 파티의 주인공이 되었고, 게다가 나치까지 엮여 있으니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스털링 모스 경은 "I 그가 어떻게 FIA 회장 직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맥스가 지금까지 해온 공적을 생각해 보아도 회장 직을 계속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맥스와 오랜 친구 관계이자 F1의 상업적 권한을 쥐고 있는 버니 에클레스톤은 '사적인 문제 아니냐'는 쪽으로 맥스를 옹호하고 있습니다만, 나치 문제까지 불거진 이상은 이 문제가 '사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당사자인 맥스 모슬리는 침묵을 지키고 있고 FIA 쪽에서도 논평할 게 없다는 태도입니다. 다만, 맥스 쪽 변호사가 신문사와 접촉을 하고 있어서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여지는 있을 듯합니다. 아무튼 사진이나 동영상에 맥스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와 있어서 자신이 아니라고 잡아 떼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사실 맥스와 나치는 관계가 꽤 깊습니다. 맥스 자신은 직접 관계가 없지만 맥스의 아버지인 오스월드 모슬리는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영국 파시즘 조합을 세운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영국에서 대표적인 파시스트로 낙인 찍혀 있는 오스월드는 몇 년 전 영국에서 벌어졌던 한 조사에서 영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영국인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때로는 독단과 독선에 가득찬 듯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두고 파시스트인 아버지의 행적과 결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치 섹스 파티 사건까지 불거짐으로써 언론에는 다시 한 번 맥스와 아버지의 행적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사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털링 모스 경의 말처럼 닫힌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바깥으로 공개되어버리면 '사적'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 됩니다. 게다가 얼마 전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사죄했을 정도로 유럽에서 나치는 금기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맥스가 계속 FIA 회장직에 있는 것은 이스라엘과 유태인 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 너무나 뻔합니다. 1993년부터 FIA 회장을 맡았고 세 번 연임한 끝에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맥스는 네 번째 연임 여부에 대해서 아직까지 부정도 확인도 안 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일로 당장 사퇴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네 번째 연임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튼 2007년 맥클라렌-페라리 스파이 스캔들에 이어서 결국 2008년 초반부터 대형 스캔들이 터짐으로써 FIA와 모터스포츠는 이래저래 체면을 구기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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