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이스라엘 의회에서 다시 한번 나치 시절 자행했던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참회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몇몇 의원들은 "내 가족과 선조를 죽인 독일말로 연설을 했다"는 트집까지 잡아서 연설에 불참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번 참회는 도통 제대로 반성하는 꼴을 못 보는 우리의 이웃나라, 일본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다시 한번 여론의 박수를 받는 듯합니다. 역사를 잊지 않고 반성하는 독일의 모습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연설을 보고 있자니, 뒷맛이 좀 씁쓸합니다. 옛날 피해자였던 이스라엘이 지금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웃 나라에게 저지르고 있는 모습 때문입니다.
과연 이스라엘은 사과를 받기만 해도 되는 나라일까요? 물론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죽은 사람의 숫자가 아닙니다.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죄없는 민간인들에게도 총부리를 들이대면서 아이들이고 임산부고 무차별로 죽인 만행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전세계에서 가장 전쟁을 좋아하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잘못을 사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른바 문명 세계는 그에 대해서 침묵하고 미국 같은 나라들은 오히려 옹호하기까지 합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논란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이란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물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저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끊임없이 분쟁과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위험국가인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해 보면 이란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모두들 철저하게 이스라엘의 이익에 서 있습니다.
많은 서양인들에게는 일본이 엉뚱하게도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바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때문입니다. 일본은 히로시마에 공원을 꾸미고, 평화를 떠들어 가면서 자신들을 어느새인가 서양에 피해자로 인식시켰습니다. 한편으로는 위안부를 비롯한 자신들의 죄를 잡아떼면서 말입니다. 메르켈 총리가 일본처럼 '통석의 념'도 아니고 직접적인 표현을 써 가면서 반성을 하는데도 독일어로 연설을 했다고 문제 삼는 몇몇 이스라엘 의원들의 오버는, 언제까지나 피해자로만 자신들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가해자 이스라엘'의 이미지 메이킹이 아닐까요?
홀로코스트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입니다. 하지만 나치나 홀로코스트와 같은 일은 과거이고, 이스라엘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짓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그 잘난 '미래지향'을 위해서 과거에 눈감는 행태가 올바르지 못한 일이듯이, 과거만을 보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눈감는 행태 역시 결코 올바른 태도는 아닙니다. 독일이 진정으로 지난 날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반성한다면, 지금은 가해자로 돌변한 이스라엘에게도, 독일을 거울 삼아서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호소해야 하지 않을까요? 왠지 독일이 보여주고 있는 진정성 어린 반성과 사과가, '피해자 이스라엘'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에 이용당하고 있는 듯해서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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