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많이 듣던 말이 있죠.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하지만 요즘은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는 배부른 돼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세상입니다. 온갖 부조리와 무원칙은 '실용'이라는 말 한마디로 쉽게 정당화가 되고, 언제나 재벌의 비리와 온갖 범죄 행각에 대한 비판도 '경제'라는 말 앞에서 손쉽게 무력화되는 세상입니다. 요즈음 삼성을 두고 많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삼성의 심장부에 있던 사람이 삼성의 온갖 범죄 행각들을 고발함으로써 시작된 최근의 상황들은 특검으로 이어지면서 이번 만큼은 삼성의 온갖 병폐들에 메스를 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런 기대가 조금씩 가물가물해져 가고 있습니다.
삼성은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가면서, "여러분의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뭔 짓을 해도 계속 믿어 주세요. 돈 벌어다 드릴 테니) 하고 광고를 통해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삼성 특검 앞에서 이른바 '보수 단체'들은 매일 시위를 벌이면서 삼성에 대한 수사를 대충 덮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보수-진보가 범죄 행각에 눈감는 것으로 판단되었죠? 범죄자들을 봐주고 덮으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공범입니다. 그들은 '보수단체'가 아닌, '범죄단체'이자 '수전노단체'일 뿐입니다. 보수신문들, 특히 경제신문들은 날마다 삼성의 위기를 떠들면서 특검 때문에 삼성의 '글로벌 경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점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삼성에게 제대로 메스를 댄다면 분명,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삼성은 어려움에 빠질 것입니다. 그리고 삼성에 대롱대롱 매달린 우리의 허약한 경제도 역시 일정 기간은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물론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고는 하지만,'단기적'인 어려움은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 우리는 진지하게 한번 물어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선택할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입니다. 당장 눈 앞에 놓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돈 몇 푼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말입니다. 우리에게 그런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어떤 포청천 같은 특검이 온다고 해도 삼성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결국은 경제와 실용이란 구실로 이래저래 사면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단기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삼성 안에 도사리고 있는 뿌리 깊은 암덩어리를 도려내고 그 어려움을 기꺼이 나눠 가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저는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없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얻기 위해서는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세상입니다. 작년에 벌어졌던 이랜드-홈에버 사태를 생각해 봅시다. 회사 쪽의 파렴치한 행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맞서 싸울 때, 그들 앞을 막아선 사람들은 홈에버 입주 업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죽어야 하는가"라고 부르짖으면서 파렴치한 회사 쪽에 편들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회사와 한통속이겠습니까? 대의명분이 뭐든 난 손해보기 싫다는 생각이었을 따름입니다.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희생자들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아마 그들도 말하겠죠.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됐다"고 말입니다. 수술 과정에서 삼성이 비틀거리고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이 미친다면 아마 제게도 여파가 올지 모릅니다. 지금은 눈앞에 닥친 문제가 아니라서 실감이 안 납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되면 어떤 얘기가 나올지 모릅니다. '삼성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쯤 했으면 됐으니까 이 정도로 덮어두자"란 말이 점점 많아질 겁니다. 삼성의 문제가 자신의 이익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우리는 "배부른 돼지냐, 배고픈 소크라테스냐"를 놓고 선택해야 될 상황이 올 것입니다. 물론, 삼성을 제대로 수술한다고 해서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 정도로까지 가진 않을 겁니다. '좀 덜 배부른 사람' 정도겠죠. 하지만 우리가 그 정도로 독하게 마음 먹지 않으면 삼성 속에 우글우글한 암덩어리들은 도통 건드릴 수 없습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검이 제대로 수사를 하고 모든 것을 밝혀낸다면 자신은 징역 5년 정도는 받을 것이다." 그는 자신에 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삼성에 대한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 몫으로 돌아올 크고 작은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삼성을 바로잡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배부른 돼지'를 내쫓는 일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배부른 돼지를 쫓아낼 준비가 되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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