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진 이명박 정부의 인사파동이 아직도 잠잠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땅사랑' 박은경 후보 후임으로 환경부 장관에 내정된 이만의 후보도 탈세와 투기, 병역 기피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에 대한 의혹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100분 토론>에 여권 쪽 토론자로 나선 홍성걸 교수는 7, 80년대 당시에 부동산 투기 안 한 사람이 어딨냐면서, "투기 안 한 사람이 바보다"라는 망언을 하는 바람에 뭇매를 맞고 있는 판입니다. 아무튼 처음부터 비틀거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이것이 과연 이명박 만의 문제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떡값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김성호 씨부터 봅시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하던 분입니다. 한승수총리도 DJ 정부 시절에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참여정부 시대에는 UN 기후변화 특사를 맡았습니다. 역시 투기 의혹을 받았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역시 철도공사가 되기 전 철도청장 자리에 앉아 있었던 인물입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명박 내각의 인물들 중에서는 DJ 정부나 참여정부에서 요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그때 당시에도 부동산 투기를 비롯한 여러 문제 때문에 낙마한 장관들도 적지 않습니다. DJ 시절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가 낙마한 것이나, 참여정부 때 이헌재 부총리가 사퇴한 경우를 비롯해서 사실 인사 문제,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은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문제는 그래도 앞에서는 '땜빵' 인사들이 문제를 일으켰지만 이명박 정부는 시작부터 '개판'이라는 거죠.

<100분 토론>에서 홍성걸 교수가 말했던 '7, 80년대에 부동산 투기 안 한 사람이 바보'는 핵심을 정확하게 건드린 말입니다. 그 당시 사회가 그랬으니까요. 돈과 힘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를 안 하는 게 바보였던 시대입니다. 그 당시에 부동산 투기 했다고 누가 뭐라고 합니까? 그걸 나쁜 짓이나 범죄로 생각한 사람도 없었고, 그게 공직에서 결격사유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이순자 김옥숙 씨도 말죽거리 빨간바지니 뭐니 해서 부동산 투기 루머가 돌았을 정도였으니, 정말 상류층에서 부동산 투기를 안 했다면 바보 취급 당하기 딱 좋았을 시대입니다. 7, 80년대라면 지금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이 당시 3, 40대, 그러니까 한참 재산 형성을 하던 단계였습니다. 요즘 너도 나도 펀드에 돈 넣듯이 당시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여윳돈 굴리는 방법으로 많이 하던 게 부동산 투기였습니다. 그 '부작용'이 이제서야 '인사파동'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세월이 지나고 사회는 변했지만, 20년 전의 그 투기 이력은 여전히 남아서 발목을 꽉 잡고 있는 것이지요. 그 때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를 틀어쥐고 가차없이 철퇴를 내렸다면, 지금처럼 '깨끗하고 능력 있는 사람 찾기 힘들다'는 어줍잖은 변명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건설사를 둘러싼 정치자금 잔치와,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그럴싸한 구실도 있었으니 정부에서는 투기 문제에 대해서 눈을 지그시 감아주었고, 상류층들은 열나게 투기 잔치를 해 댔습니다. 그 결과가 20년이 돼서 정부를 초월한 인사파동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DJ나 노무현 정부 역시도 상당히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실제로 그 당시에도 고위직에 앉을 만한 인물들 중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없는 사람이 드물기는 마찬가지였고, 결국 몇 차례 의혹과 낙마라는 파동을 겪었으니 말입니다. 다만 DJ나 참여정부의 차이라면 이런 고민의 해답으로 '프로필보다는 흠이 적은 사람'을 찾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난리가 나진 않았다는 것이고. 이명박 정부는 '흠보다는 프로필'을 선택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정책이란 대단히 중요한 겁니다. 지금 당장 눈 앞만 보고 밀어붙이는 정책이 몇 십 년 후에 지금과는 한참 달라진 세상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충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특히나 정책이 특정한 계층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결과라면, 더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벌써부터 재벌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폐지나 금산분리 완화,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굵직굵직한 정책을 줄줄 쏟아낼 태세를 갖추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도 한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져 봐야 할 겁니다. "20년 뒤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변화된 사회에서 당신이 지금 실행할 정책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신중하게 예측하고 분석해 보셨는가?" 이명박 정부는 20년 전, 부동산 투기를 방조했던 정부의 정책이 지금 인사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김질하면서, 앞으로 펼칠 정책에 대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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