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테오 머세로(Teo Macero)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뒤늦게야 알았네요. 2월 19일에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테오 머세로가 누구지?" 하실 분도 있을 텐데, 바로 마일즈 데이비스의 <Bitches Brew>를 프로듀스한 분입니다. 그밖에도 마일즈가 일렉트릭 재즈와 재즈-락 퓨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명작들인 <In a Silent Way>, <Jack Johnson>과 같은 앨범도 이 분의 손을 거쳤습니다.
테오 머세로는 원래 알토 색소폰 주자였습니다. 찰스 밍거스와 함께 활동했고 찰스 밍거스가 세운 'Jazz Composer's Workshop' 설립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1956년에 마일즈 데이비스가 밍거스의 <Blue Moods>에 참여할 때 테오와 마일즈는 처음으로 만나게 되고, 테오가 콜롬비아 레코드에 스태프 프로듀서로 들어간 뒤부터 오랫동안 함께 했습니다. 테오는 1959년에 녹음한 마일즈 데이비스의 걸작 <Kind of Blue>에서 수퍼바이저로 참여했습니다만, 60년대 초에는 거의 함께 하지 않다가 중반 들어서 다시 뭉칩니다. 그리고 마일즈의 걸작들 잇달아 프로듀스함으로써 명성을 날립니다.
1970년에 저 유명한 <Bitches Brew>를 녹음하던 당시에 테오는 좀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테오는 마일즈를 비롯한 연주자들에게 떠오르는 대로 원없이 녹음을 하게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몇 시간이고 진행된 연주를 모두 녹음한 다음에 이를 더블 앨범 분량으로 편집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만들었는데, 한 곡을 한 테이크로 담는 재즈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테오는 그밖에도 텔로니우스 몽크, 데이브 브루벡, J.J. 존슨을 비롯한 명인들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는데, 'Take Five'로 유명한 데이브 브루벡의 걸작 <Time Out>도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의 프로듀스 회사를 설립해서 DJ 로직, 로버트 팔머, 버논 레이드를 비롯한 뮤지션들의 앨범을 프로듀스했습니다.
테오는 80년대 이후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재즈 레코드 재발매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재발매 자체를 문제 삼았던 것이 아니라 원래 앨범에 들어 있지 않은 얼터네이트 테이크라던가 실수로 중단된 녹음까지 묶어서 앨범에 넣는 것에 대해서 "모든 실수를 도로 집어 넣는다"면서 "원래 레코드를 망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재즈 팬에게는 숨겨졌던 녹음을 들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실제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녹음들도 거장의 이름을 달고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테오의 목소리는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녹음을 했던 뮤지션 자신이 숨기고 싶어 했던 실수들을 함부로 대중들에게 꺼내 놓는 것은 분명 그 뮤지션에게는 불쾌한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즈가 락 음악과 퓨전을 통해 혁신을 꿈꿀 때 그 현장에 있었던 테오 머세로. 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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