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범 채 아무개 씨가 어제 현장검증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한 마디가 또 사람들을 황당하게 했습니다.
"문화재는 재복원하면 되지..."
어허... 당신이 돈 내서 복원할 건가? 어차피 복원을 한다고 해도 원형 그대로 복원할 수도 없는 거고, 복원하면 그만이라면 뭐든지 똑같이 모사만 하면 된다는 건지 뭔지... 숭례문 화재 이후에 처음부터 복원이니 뭐니, 하면서 난리부르스들 추고 있으니까 이 사람도 벌써 물들어버렸나 싶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의 황당한 발언에 혀를 차고 있다보니까, 이게 이 방화범만 가진 마인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숭례문 방화범 마인드'가 들어차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숭례문 개방 때도 그랬습니다. 방화를 비롯한 각종 위험이 있다는 문화재청의 경고를 묵살하고 대책도 없이 요란뻑적지근한 이벤트와 함께 숭례문을 개방했습니다.
"문제 생기면 그때 조치하면 되지..."
이게 당시 이명박 시장의 마인드인 셈이죠.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사고 터진 다음에 대책 세우게 됩니다. 게다가 이런 대형 사고는 어쩌겠습니까? 대책이고 뭐고 늦죠. 청계천 복원 역시도 그런 식의 졸속 복원은 많은 문제를 낳을 테니, 좀더 생태와 자연에 가깝도록, 시간을 두고 복원해 나가자고 해도 말 안 듣고 그냥 거대한 수돗물 수족관을 만들어 놨습니다. 그때 역시도 "문제 생기면 그때 조치하면 되지..."였습니다. 당시 경고되었던 여러 문제들은 지금 하나하나 나타나고 있습니다.
차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반도 대운하만 해도 엄청난 공사와 환경 파괴에도 불구하고 경제성도 별로 없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물류 효과가 없으면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면 되지..."
이명박 당선인이나 인수위원회나 너무 입이 싸서 문제입니다. 그럴 때마다 오해다 뭐다 하면서 주워담기에 바쁩니다. 결국 이분들의 마인드도 숭례문 방화범식 마인드인 셈입니다.
"말썽 생기면 해명하면 되지..."
물론 현 정부 역시도 이런 마인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금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 FTA가 바로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도 우리는 조기 비준할 생각 없다, 재협상한다, 하면서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는 국회에서까지 졸속으로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농업 피해는 불보듯 뻔하고, 그밖에도 여러 방면에서 심각한 불평등이 지적되고 있어서 대책부터 먼저 세우자는데, FTA를 밀어붙인 정부의 생각은 이런 식입니다.
"피해 보면 돈 주면 되지..."
농업은 그저 돈으로 때우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농민들이 과연 돈 안 되는 식량 농사 대신에 부가가치가 높은 기호 식품 쪽으로 경도 되었을 때, 나라를 유지하는 기본인 식량 자급을 비롯한 중요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 없는 겁니다. 문제 되면 돈 퍼부어서 돈으로 때우자, 이런 식입니다.
새만금은 또 어떻습니까? 물론 노태우 때부터 시작되었던 간척 사업이지만 참여정부에서도 그대로 밀어 붙어서 완성시켰습니다. 엄청난 환경 파괴가 지적되었음에도 밀어 붙였습니다.
"환경 파괴가 문제면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면 되지..."
이런 게 그들의 마인드입니다. 개발은 본질적으로 절대 친환경적일 수가 없습니다. '친환경적인 개발'이라는 것은 '민주적인 독재'처럼 그냥 말장난입니다. 그렇게 광활한 갯벌을 메워서 다 박살을 내 놓고서, 벌써 새만금 간척지 활용 방안이 바뀐 게 몇 번인가요?
'문화재는 복원하면 되지...'란 방화범의 생각, 이건 처음부터 깊이, 신중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일단 일부터 저질러 놓고 뒷수습은 그때 가서 하면 된다는,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마인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입니다. 이렇게 저지르고 보자는 식 마인드 속에서 농민들의 가슴도, 우리의 환경도, 아이들의 꿈도, 숭례문처럼 활활 불타 무너지고 있습니다.
'혹세무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명박 시대, '강부자 라인'도 뜬다 (2) | 2008/02/21 |
|---|---|
| 한반도대운하특별법을 제정합시다 (2) | 2008/02/18 |
| '문화재는 복원하면 된다', 어디 방화범만 가진 생각인가? (0) | 2008/02/16 |
| 이명박 시대, '고소영 라인'이 뜬다 (163) | 2008/02/15 |
| 이명박 넌센스 퀴즈 (1) | 2008/02/14 |
| 숭례문의 주검 앞에서 멱살 잡고 싸우는 인간들 (1) | 2008/02/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