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간통죄 폐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현직 판사가 간통죄에 대한 헌법 소원을 냈는데, 이번에는 작년 말에 한참 이혼과 불륜 문제로 시끄러웠던 옥소리 씨가 헌법 소원을 냈습니다. 그동안 부부 사생활에 관한 문제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간통죄 폐지 주장이 나왔고 논의가 있었지만, 주로 유교쪽과 여성계가 반대해서 폐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들에서는 간통죄가 없어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도 좀더 개인 사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오래지 않아 폐지될 듯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서양 쪽에서는 여성계가 간통죄 폐지를 찬성했지만, 우리나라 여성계는 간통죄 폐지를 반대하곤 했습니다. 서양 쪽은 여성계가 성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개방성을 가졌기 때문에 간통죄 폐지를 주장했지만, 우리나라 여성계가 이를 반대했던 이유는 부부관계에서 불평등이 심했기 때문입니다. 곧, 사회 활동 비율부터 여성과 남성이 큰 차이가 나고, 경제권이 남성에게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불륜은 남성 위주로 이루어집니다. 남자들끼리 얘기할 때 젊은 여성과 바람 피운 얘기하면 그 사람 보고 불륜이라고 욕하는 경우는 별로 없죠. 오히려 능력 좋다는 소리를 듣게 마련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간통죄라도 없으면 여성이 남자의 불륜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또한 불륜으로 가정이 파탄에 이르게 되면 대체로 경제권이 적은 여성 쪽이 피해를 본다는 점도, 여성계가 간통죄 폐지를 반대한 원인이었습니다. 곧, 간통죄 고소로 불륜을 저지른 남녀를 잡아 넣더라도, 친고죄라서 고소를 취하하면 공소 기각이 되기 때문에 이혼이 아닌, 응징을 위해서 활용할 여지가 있었다는 거죠.
물론 어떤 분들은, 때가 어느 때인데? 요즘은 알파걸이네, 여성 상위 시대네 해서 여자들이 경제적으로도 더 잘 나가고 바람 피는 여자도 많다! 라고 반박하시겠지만, 그걸 인정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엘리트 계층 얘기일 뿐입니다. 그런 계층은 여성 중에서도 상위 계층 소수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심각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는 훨씬 많고 여성의 사회 참여 비율도 OECD 국가들 중에서 바닥을 기고 있고, 경제적 주도권도 남편 쪽으로 많이 쏠려 있고(특히 자녀가 있을 때에는), 이혼했을 경우에는 여성 쪽이 더 많은 피해를 봅니다. 가끔 뉴스에서도 나오지만, 이혼을 하고 양육권이 여성에게 있을 경우에, 양육비를 지급하기도 합의를 해 놓고도 온갖 핑계를 대고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남성들이 많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더 문제는 이럴 경우에 법을 통해 강제로 양육비를 받아낼 방법도 마땅찮아서 결국 여성들이 피해를 보게 마련이라는 겁니다.
간통죄가 폐지된다면, 상대방의 불륜에 대해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참던가 이혼하던가, 둘 중에 하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나 자식이 있을 경우, 자녀 양육을 위해서 주부 생활을 했던 여성들은 크게 피해를 보게 마련이고, 그 피해는 단지 여성만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더 심각하게 미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간통죄 폐지를 위해서는 이혼했을 경우에 한쪽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도록 정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돈 많은 집이라면 재산 분할이나 위자료를 잔뜩 받아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경제 문제 때문에 아내가 이혼을 포기하고, 남편은 이를 구실로 바람을 피고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육비나 생활비 지급, 이에 대한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법으로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수단이 마련돼야 합니다. 또한 경제 문제로 여성이 일을 해야 할 경우에 자녀 양육에 관한 문제를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공공 또는 회사 탁아 시설을 확대하는 대책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불륜 때문에 부부 관계가 파탄이 났지만, 경제 문제와 같은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혼하지 못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간통죄라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문제이지만, 간통죄가 폐지되었을 때 그 영향은 단지 사생활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여러 부문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결국은 폐지 쪽으로 가게 될 간통죄에 대해서, 그 이후에 닥쳐올 변화들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미리미리 만들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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