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노트 유저 모씨는 두어자 글로써 CF-W2A에게 고하노니, 현대 직장인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노트북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흔한 바이로다. 이 노트북은 한낱 작은 물건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지 우금이 삼년 반이라.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을 겨우 진정하여, 너의 행장과 나의 회포를 총총히 적어 영결하노라.
연전에 우리 용팔이께옵서 일본에 보따리 장사를 하시와, 아끼하바라를 다녀 오신 후에, 매장에 노트북 여러 모델을 전시하셨거늘, 그 중에 너를 택하여 손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까지 해포 되었더니, 슬프다, 연분이 비상하여, 모델 체인지를 무수히하고 고장을 냈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히 보전하니, 비록 무심한 물건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나의 신세 박명하여 30대 후반에 솔로라서 슬하에 한 자녀 없고, 인명이 흉완하여 일찍 죽지 못하고, 가산이 빈궁하여 웹 서핑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생애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하니, 오호 통재라, 이는 귀신이 시기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아깝다 노트북이여, 어여쁘다 노트북이여, 너는 미묘한 품질과 특별한 재치를 가졌으니, 물중의 명물이요, 철중의 쟁쟁이라. 민첩하고 날래기는 백대의 협객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의 충절이라. 프론트 로딩 CD-ROM은 입을 벌려 말하는 듯하고, 고감도의 키보드는 내 생각을 알아 듣는 듯한지라. LCD 화면에 온갖 텍스트와 그림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함은 귀신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이 미칠 바리요.
오호 통재라, 자식이 귀하나 손에서 놓일 때도 있고, 여친이 순하나 명을 거스릴 때 있나니, 너의 미묘한 재질이 나의 전후에 수응함을 생각하면, 자식에 게 지나고 여친에게 지나는지라. 블로그로 집을 하고, 포토샵으로 합성을 하여 업로드했으니, 네티즌들의 노리개라. 밥 먹을 적 만져 보고 잠잘 적 만져 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무선 랜이며, 겨울 밤에 DivX를 상대하여, 더블클릭하며, 스크롤하며, 엔터를 치니 한 자 한 자 입력할 적에, 수미가 상응하고, 카피 앤 페이스트를 하니 조화가 무궁하다. 이생에 백년 동거하렸더니, 오호 애재라, 노트북이여.
금년 십이월 이십칠일 진시에, 희미한 정신 상태에서 부팅을 하다가, 부팅 중간에 자끈동 먹통 되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노트북이여, 맛탱이가 갔구나. 정신이 아득하고 혼백이 산란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 혼절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 없고 하릴 없다. 용산의 신술로도 장생불사 못하였네. A/S 센터에 맡기련들 어찌 능히 고칠손가. 한 팔을 베어 낸 듯, 한 다리를 베어 낸 듯, 아깝다 노트북이여, 가방을 만져 보니 들었던 자리 없네. 오호 통재라, 내 삼가지 못한 탓이로다.
무죄한 너를 마치니, 백인이 유아이사라, 누를 한하며 누를 원하리요. 능란한 성품과 공교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요. 절묘한 의형은 눈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는 심회가 삭막하다. 네 비록 물건이나 무심치 아니하면, 후세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을 다시 이어, 백년 고락과 일시 생사를 한 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오호 애재라, 노트북이여.
모 동호회에 올렸던 글인데 블로그에도 남겨둘까 해서 다시 올려봅니다. 잘 쓰던 노트북이 맛이 가면 참 아깝기도 하고 대책이 없지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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