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없는 사람들끼리 싸우는 일이 참 많습니다. 얼마 전 이랜드 사태를 봐도 그렇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홈에버를 점거하자 쇼핑몰과 같은 입점 업주들이 난리를 쳤습니다.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죽어야 하냐고요. 그렇죠. 그들도 뭐 그렇게 떼부자가 아니고, 종업원들도 똑같이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그러면 입점업체들을 위해서 비정규직들은 이랜드의 횡포에 굴복해야 할까요? 만약에 입점업주들도 꾹 참고 함께 이랜드에 압력을 넣었다면 사태는 훨씬 쉽게 비정규직 쪽의 승리로 끝났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상황이 되면서, 사태는 이랜드 쪽에 유리하게 돌아갔습니다. 심지어 그 꼴통 동아일보까지도 회사 측이 문제라고 말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결국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발목 잡는 분위기가 되면서 회사 쪽이 유리해진 거죠.

시위에 대해서 전기충격기를 쓰겠다는 이명박 정부 쪽의 방침에 대해서도, 오히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증오에 찬 댓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선진국은 불법폭력시위가 없는 것처럼 말합니다. 아마 미국의 LA 폭동이나 프랑스의 파리 교외 폭동처럼, 선진국 같으면 '불법폭력시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도시 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대규모 폭동까지도 일어난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잊고 계신 듯합니다. LA 폭동 왜 일어났습니까? 로드니 킹이란 흑인이 차를 몰고 과속으로 도망가니까 백인 경찰들이 잡아서 길바닥에서 개패듯이 패고 그 경찰들이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나자 벌어진 겁니다. 2005년 프랑스의 폭동은 왜 일어났나요? 이민계 소년 둘이 경찰 피해서 달아나다가 감전되서 죽은 사건이 발단이었습니다. 작년에도 프랑스에서 청년 실업 문제 해소한답시고 '최초고용계약법'이라는 거 만들었다가 소요사태로 파리 시내에 화염병 터지고 불바다 됐습니다. 이런 정도로 폭동 난다면 우리나라는 계절별로 한 번씩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실 참 착한 겁니다. 사실 문제는 '불법폭력시위'가 아니라 '시위'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불법폭력시위'를 들먹이는 분들 중에 지킬 거 다 지키는 합법적인 시위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시위 자체가 싫은 겁니다. 합법 시위라고 해도 길 막히고, 시끄럽고, 불편하니까 아예 시위가 없어졌으면 싶은 거죠. 선진국은 '남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서 내 권리를 양보한다'지만, 우리나라는 '내 권리를 위해서 네 권리를 참아라'는 관점만 들이댄다고나 할까요?

사실 가진 사람들은 시위가 별로 필요 없습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수단이 있으니까요. 법을 이용할 수도 있고, 돈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권력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권에 말 잘 듣는 장학생들도 있고, 휠체어만 타고 나타나면 집행유예입니다. 그들에게 시위가 뭐 필요하겠습니까? 별달리 이용할 수단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시위가 그나마 쓸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 도구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사실 언젠가 자신도 써야만 할 수 있는 자신의 도구를 빼앗는, 누워서 침뱉기인데 말입니다.

없는 사람들끼리 연대하지 못하면 없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차별합니다.좀 덜 없는 사람들은 혹시 신분이 상승할 수 있을까 더 욕심 부리고, 좀 더 없는 사람들은 '저놈들이 더 가져서 내가 없는 거다' 라면서 덜 없는 사람을 욕합니다. 결국 서로 물어뜯고 잡아먹으면서 발목을 잡습니다. 왜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는 줄어드는데 일자리는 없고 비정규직이 넘쳐날까요? 고용을 줄이면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렇게 없는 사람들끼리 자그마한 파이를 서로 더 먹겠다고 잡아채고 물어뜯기 때문입니다. 가진 사람들은 자기 손에 피 묻힐 일이 없습니다. 사실 사회를 가만 들여다보면 없는 사람들끼리 악다구니하고 싸우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 말 많은 시위 현장 보세요. 결국 없는 사람들이 뭉친 시위대와, 돈 없고 빽 없어서 군대 온, 역시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전경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길이 막히니까 시위대를 욕합니다. 저 놈들이 더 가졌는데 왜 배부르게 시위냐면서, 사실 좀 덜 없고 더 없는 정도 차이인 사람들이 마치 많이 가진 사람들인 것처럼 욕합니다.

역시 덜 없는 사람들도 더 없는 사람들에게 자기 것을 쉽게 나눠주려 하지 않습니다. 덜 없다 뿐이지, 그렇게 나눠줄 여유는 안 되니까요. 가진 사람들은 넉넉하게 거액 기부도 해서 칭송 받습니다. 200억 가진 사람이 재산이 150억으로 줄었다고 해서 자기 삶이 확 떨어질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월급 400만 원 받던 사람이 300으로 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생활이 많이 팍팍해지는 게 현실입니다. 수도권에서 자식 둘 낳고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웃기는 겁니다. 보수언론들이 반부자정서, 반기업정서가 문제라면서도 덜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욕해대는 걸 보면 말입니다. 더 웃기는 건 조중동 그렇게 욕하는 사람들도 그런 보수언론들의 책동에는 잘도 넘어가서 조중동과 한목소리로 없는 사람들 편가르고 욕하기 바쁩니다.

가진 사람들의 주특기는 없는 사람들끼리 싸움 붙여 놓고 자기들은 느긋하게 그 싸움판을 관람하는 겁니다. 이런 틀을 깨는 방법은 하나, 없는 사람들끼리 연대하는 겁니다. 가진 사람들은 절대 없는 사람들한테 친절을 베풀지 않습니다. 그저 싸우다 지쳤을 때 떡고물 하나 던져주는 걸로 끝입니다.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어떻게 하면 없는 사람들끼리 싸움 붙여서 우리한테 걔기지 못하게 할까, 이거 궁리합니다. 없는 사람들은 쉽게 넘어갑니다.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으니 여유가 부족하고, 조그마한 이익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달리 없습니다. 그들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는 것뿐이죠. 사실 민주노동당이 이런 연대에 한몫했어야 하는데, 그놈의 철지난 종북주의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어느덧 덜 없는 사람들의 이익만을 대변하게 된 민주노총에 종속되고, 그러다보니 연대의 주역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 망했죠. 그래도 없는 사람들끼리 연대해야 합니다.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깎아먹는 이종격투기판에서 벗어나야만 가진 사람들이 이거 사태 이상하다면서 뭔가 주려고 할 겁니다. 요즘 민주노동당 안에서도 제 구실 못한 과거를 반성하고 없는 사람들의 연대를 추구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한번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저를 속일지라도, 결국 죽을 때까지 희망은 가지고 살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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