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까, '농심 달래기'를 위해서 한덕수 총리가 농촌을 찾았습니다. 뭐 언제나 그렇죠. 이벤트성으로 가끔 한번씩 납시어 주시면서, 별로 내키지도 않는 막걸리 억지로 먹어 주시면서, "내가 이렇게 농촌에 관심이 있다니까?"라고 유세 떠는 것 말입니다. 뭐 하긴, 막걸리는 높으신 분들이 애용하시는 단골 메뉴죠. 박정희 선생님께서도, 농촌가서 막걸리 쑈 종종 하셨으나, 결국 돌아가실 때, 몸에는 시바스 리갈의 피가 흐르고 계셨으니... 도대체 쑈를 하면 뭐가 공짜길래 막걸리 쑈를 하십니까? 쑈를 하면 민심이 공짜? 어림도 없습니다.
궁금합니다. FTA 타결되기 전에도 그러셨는지 말입니다. 한마디로, '승자의 여유'죠. 타결되기 전에는 그렇게 무시하고 외면했던 농촌이었는데 말입니다. 이제 타결도 됐고 하니까... 승자의 여유를 가지고 농촌을 찾아 주시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개선 행진이옵니까? 정말로 그렇게 농촌을 아끼고 농촌에 관심이 있었다면, FTA 협상이 한창일 때 끊임없이 찾아가서 얘기 듣고, 얘기 나누고, 설득하고, 그랬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타결되기 전까지, 정부의 태도는 그랬죠. "니들이 우리 깊은 뜻을 알기나 해?"
전경련에서 와인 파티하는 거에 참석하는 거에 10분의 1이라도 농민들과 함께 했으면 이런 얘기 안 하겠습니다. 물론 이분들은 시금털털한 한국산 막걸리보다 우아한 프랑스산 와인이 더 맛있을 겁니다.
제가 아무리 와인에 환장한 놈이라고 하지만, FTA 돼서 싼값에 와인 들어오는 거 하나도 안 반갑습니다. 와인 그거 싸게 들어온다고 환호성 올리는 사이에, 농촌은 눈물 뚝뚝 흘리고 있을 텐데, 기분 하나도 안 좋거든요.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FTA 돼서 와인 싸게 먹겠다고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입 좀 다물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와인 먹을 팔자들 씩이나 되는 분들이, 도대체 뭘 그렇게 싸게 드시겠다고 농민들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서 우아한 와인의 세계를 즐기시겠다는지. 춘향전에서 이몽룡의 시 한 수 가 생각나네요. "金遵美酒天人血 : 금동이의 향기로운 술은 만백성의 피라"
아! 이런 얘기 하면 꼭 하는 소리들 있습니다. "요즘 농촌이 얼마나 잘 사는데! 다들 차도 있고, 잘만 살더라" 당연하죠! 도시에 살면 얼마나 돈 쓸 데가 많습니까? 옷도 사고, 영화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 와인도 마시고... 그런 데다 돈 쓸 일 없어 보십쇼. 수입차 끌고 다녀도 됩니다. 아무튼 차 가지고 사람 평가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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