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쯤에, 알고 지내던 한 방송계 인사한테서 들은 얘기. 사람들이 잘 아는 어떤 연예인이 이런 얘기를 떠들고 다녔다는 겁니다.
"내년에 정권 바뀌면 말이지, 이 정권 덕 봐서 뜬 연예인 ○○○, ○○○... 그 인간들 띄워줬던 PD들, 내가 살생부 만들어 가지고 방송계에서 전부 다 퇴출시켜버릴 거야."
그 연예인은 자신이 근래 들어서 못나가는 이유를 지난 번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쪽을 밀었다가  피를 보고 있는 거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지요.  그래서인지, 참여 정부 쪽과 '친한'(?) 연예인들에 대해서 적개심을 꽤나 가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그런 얘기를 떠들고 다니다니, 좀 황당하더군요. 아무튼, 그 얘기를 전해 준 인사한테 한마디 했죠. "아마 그런 인간은 한나라당에서도 부담스러워할 걸? 솔직히 자기 못 나가는 게 자기가 못해서 그런 거고, 연예인이라는 게 인기가 대박날 때가 있으면 빠질 때도 있는 거지, 그런 걸 가지고 정권 탓이나 하면서 복수하겠다고 설치는 인간은 아마 한나라당 쪽에서도 거리를 두고 싶어 할 걸?"

아마도 그 연예인은 지금쯤 입이 찢어져라 좋아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내 세상이 왔다고, 내년 쯤에는 프로 열 개 쯤은 할 거라고, 지난 5년 동안 정권 덕을 봤던 놈들, 다 씹어 먹어 주겠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벌써 김칫국을 한 드럼통은 마셨겠죠. 사실 예전에는 선거 때 누구에게 줄을 서냐에 따라서 연예인들이 활동에 많이 영향을 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예전에 박용식 씨는 전두환 닮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쉬어야 했고, 박규채 씨도 예전에 YS 밀었다가 노태우 시절에 푹 쉬었다고 그러죠. 그러다보니 연예인들이 주로 여당에 줄서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씨때부터는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연예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들의 성향을 내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대선 때에는 좀더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섰죠. 신해철 씨 같은 경우에는 직접 방송 연설원으로 나서기까지 했고, 정찬 씨나 문소리 씨도 민노당 지지 선언을 하면서 정찬 씨는 권영길 후보 TV 광고에 출연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대선 때는 연예계가 잠잠했습니다. 물론 몇몇 연예인들이 이명박 지지선언을 하긴 했지만 적극 선거운동에 가담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밀었던 연예인들도 조용히 있는 편이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인기 스타들이 뚜렷한 정치색을 드러내면서 적극적으로 모금 활동이나 선거운동에 나서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대선에 반짝 하고 말은 셈입니다.

사실 대선이 끝나고 연예계에 후유증이 좀 심했습니다. 진 쪽을 민 사람들은 그쪽대로, 정권의 탄압을 받아서 못 나가는 거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혔고, 이긴 쪽을 밀었던 사람들도 그쪽대로, 뭐 좀 하려고만 하면 '그렇지... 뭐 덕 볼 게 있으니까 붙었겠지' 하는 비방에 시달렸으니까요. 하지만, 그 속을 보면 사실은 별게 없었죠. 이회창 후보 밀었던 스타들, 여전히 잘 나가는 사람들 많죠. 노 대통령을 밀었다고 해서 다들 덕본 것도 아닙니다. 사실은 그냥 자기 하기 나름, 인기의 변화, 이런 거에 따라서 부침이 있었던 건데, 정치권 탓을 하는 거죠. 그리고 연예인들끼리도 좀 서먹한 관계가 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었고, 하다보니까 이번 대선 때에는 다들 몸을 좀 사리는 분위기였던 듯합니다.

아무튼 이제 방송계에도 꽤 변화의 바람이 불 겁니다. 일단 KBS 사장은 정권 교체에 맞춰서 바뀔 확률이 거의 100%고, 워낙에 정치권 눈치 잘 보는 sbs도 뭔가 변화가 있을 겁니다. MBC는 의외로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폭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방송사들의 고위층 인사나 정책에서 뭔가 변하는 구석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몇몇 방송계 인사나 연예인들이 내 세상 왔다고 설치고 까부는 판이 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네요. 몇몇 사람들은 뭔가 '댓가'를 요구할 확률이 꽤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방송계에 미치는 정치권의 영향력이 예전 시절과 비교한다면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연예인의 김칫국이 피가 되고 살이 되기보다는 그냥 배설되고 말 확률이 높을 듯하지만, 또 모르죠. 방송국에서 대규모 인사를 통해서 고위직들의 성향이 바뀐다면 줄 잘 선 연예인들이 어느 정도 덕을 볼 확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튼, 대통령 선거 이후, 과연 방송과 연예계는 어뗜 변화를 겪을지, 잘 주시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신은 이 정권의 피해자'라고 대놓고 말했던 몇몇 연예인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잘 지켜 봅시다. 덧붙여서, 연예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곳에서, 이번 정권 교체를 한풀이나 복수의 기회로 여기고 열심히 칼을 갈고 있는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칼날은 언젠가 또다시 정권이 바뀌면 자신에게 겨누어질 수도 있다는 거,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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