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일단 제목만 보고 이거 뭔 수구 꼴통인가 싶으실지 모르겠는데, 일단 글을 끝까지 읽어나 보고 욕을 해도 하시기 바랍니다.

광운대 동영상이 막판 대선 판에 큰 충격파를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갔는데, 이번 폭풍은 좀 클 것 같습니다. 설령, 이명박 후보가 BBK와 관련이 없다고 해도, 공개 장소에 가서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인 것은 사람들을 속여서 제3자(김경준)에게 이익을 주었으므로 사기죄에 해당됩니다. 자... 그런데 대선이 내일모레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통령은 도덕성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도덕성은 일단 기본입니다. 도박으로 말하면 '학교'를 가야 판에 낄 수 있는 것처럼, 도덕성은 대선이라는 판에 낄 수 있는 기본 판돈이지, 그것만 충족되었다고 한 표를 던질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을 제껴 놓는다면 유권자들은 어디에 투표를 해야 할까요? 물론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은 "우리 후보야말로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후보올시다!"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그 지지자들 얘기일 뿐입니다. 이번 선거판은 한마디로 BBK로 시작해서 BBK로 끝나가는 판입니다.

각  후보들의 차이? 사람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주요한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물론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는 작업을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언론들이 가진 관점들,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이해 관계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모든 검증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후보들 사이의 토론을 통한 검증이란 과정은 거의 거치지 못했습니다. 장밋빛 공약을 만들고 정책집에다가 활자 인쇄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공약을 실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수많은 난관과 반발, 저항을 뚫는 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가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려고 하자 대규모 스트라이크라는 반발이 일어났고, 그밖에도 수많은 장애물들이 그의 앞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남들이 안 도와줘서 못한다는 핑계는 변명이 안 됩니다. 어차피 무언가를 바꾸는 것은 거대한 벽에 온몸을 계속 들이 받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공약과 정책을 실천할 추진력, 그를 뒷받침할 인재, 각종 반발과 저항에 대한 극복 방안, 이런 수많은 준비들이 필요합니다. 과연 지금 상황에서 국민들이 그걸 비교하고 숙고할 기회가 있을까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만약 이명박 후보의 표가 빠졌을 때 가장 어부지리를 볼 사람은 이회창 후보일 겁니다. 사실 이회창 후보도 그렇게 '주워먹을' 잔머리로 나온 거고 말입니다. 차떼기의 두목이 도덕성을 떠드는 거, 이거 얼마나 코미디입니까? 한마디로 김태촌이 조양은보고 조폭이라고 욕하는 꼴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명박이 망가지면 이회창이 주워먹을 겁니다. 후보의 정책에 대한 검증이나 토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국민들은 그저 슬로건이나 몇 가지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누굴 찍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누가 싫어서 그 반대방향에 있는 쟤를 찍는다'는 식으로 대단히 정서적인 감으로 투표를 하는 상황이지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거를 연기하는 것이지만, 그게 지금으로서는 어렵기 때문에,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명박 당선 → 특검을 통해서 사건 규명 → 당선 무효 또는 사퇴 → 재선거

이런 과정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당선만 되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지 싶겠지만,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결국 BBK와 관련성이 드러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아무튼 이렇게 부실한 선거 과정 속에서 투표해 봤자, 결국은 몇 가지 이미지만으로 표가 갈릴 것이고 그런 부실한 대통령이 과연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물론 재선거가 이루어진다면 몇 달 동안은 혼란이 일어나겠죠. 하지만 부실 대통령이 5년 동안 대한민국을 개판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아무튼, 자신의 확실한 정책과 비전을 충분하게 공유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이명박을 찍지 말고 나를 찍어라"는 식으로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이것도 역시 대단히 코미디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뽑혀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선거 연기가 안 된다면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재선거입니다. 정책 경쟁과 토론을 거쳐서 국민들이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대통령이 뽑혀야 진보든 개혁이든 보수든 뭐든, 정당성을 가질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 선거는 그게 BBK 속에서 다 실종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이 당선되는 꼴도 웃기지만 정책 검증도 제대로 안 이루어진 부실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것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짜증은 나지만 지금으로서는 얼마 못가 진실이 밝혀지면 쫓겨나던 자기가 짐을 싸던가 하게 될 이명박이 당선되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럼 재선거라도 할 수 있고, 그때는 정책 대결을 기대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물론 전 충분히 생각한 후보가 따로 있으니까 2번은 안 찍을 겁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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