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얘기마다 뜨겁게 화제가 되고 있는 이명박 씨가 이번에는 '낙태' 문제로 또 인터넷을 시끄럽게 하고 있네요. 얘기는 이겁니다.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단 말이예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낙태도 반대 입장이예요. 보수적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얘기 때문에 시끌시끌합니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명박 씨가 장애인이나 소수자에 대해서 저급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반박하는 쪽에서는 "대한민국애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부모에게는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줄 아냐. 장애가 있는 태아를 가진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해 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반박 논리를 보면서 뭔가 단편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불구', '장애'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무척 단편적인 생각만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물론 장애를 안고 태어나는 아이가 부모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건,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만약에 태어날 아이가 다른 것은 문제가 없는데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보는 사람이 겁날 정도라고 생각해 보죠. 이건 다리가 좀 불편한 것보다 오히려 살아가는 데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외모 무지하게 따지는 사회에서는 말입니다. (이게 좋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낙태를 해야 할까요? 아마 다들 무슨 소리냐고 할 겁니다. 이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부모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자식은 '불구'만이 아닙니다. 만약에 아이가 자폐증에 걸릴 것이라는 걸 태아 때에 알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우리는 그 아이를 낙태시키는 게 좋을까요? 성격이 난폭하고, 극도로 신경질적이라든가 해서 다른 사람하고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게 예측되는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이 아이도 낙태시키는 게 좋을까요?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편견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장애인의 부모는 고통스러울 것이다, 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멀쩡한 몸으로 태어나서 온갖 사고 치고 범죄 저지르고, 이런 식으로 부모님을 두고두고 괴롭히는 자식들은 얼마나 많은가요? 과연 어느 쪽 부모님이 더 힘들고 괴로울 지 판단하실 수 있겠습니까? 비록 힘은 들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해 하는 부모님들도 많습니다. 장애인의 부모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것, 키우기 힘들고 고통스러울 거라고 말하는 것 또한 장애인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독한 편견입니다. 그리고 낙태까지 들먹이는 게 장애인 부모를 위하는 거라고요? 장애를 가진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면서 행복을 느끼는 많은 장애인 부모들을 또 한번 모욕하는 일일 뿐입니다. 현실이 그렇지 않냐고요? 정확히 말합시다. 정말 현실입니까? 아니면 현실이라고 머릿 속에서 지레짐작하고 있는 겁니까?

우리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얼마나 힘들까? 부모님은 참 복도 없지." 이런 게 돼서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멋대로 생각하는 것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장애인들도 많고, 복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장애인 부모님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희망을 가지고, 그리고 행복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위해 주는 척하면서 그런 식으로 모욕하는 거, 정말로 아닙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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