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이 글은 블로거나 네티즌들에 대한 게 아니라 정치권과 대권 후보 캠프에 대한 얘기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BBK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느 정도 예견되었듯이 '무혐의'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 두 가지로 나뉩니다. 범여권 쪽에서는 검찰이 이명박에게 줄서기를 했다고 강력 비난하고 있고, 이 후보 쪽에서는 사기꾼한테 놀아나더니 꼴 좋다고 비웃고 있습니다. 물론 검찰이 썩 미더운 존재들은 아니지만, 검찰 발표에 따르면 김경준 본인까지도 BBK는 100% 자기 소유였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나왔습니다. 김경준이 흘린 메모 한 장 때문에 또 시끌시끌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런 메모 한 장, 말 한 마디를 가지고 온 나라가 욘사마 쫓아다니는 일본 아줌마들처럼 춤을 춰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재판 때 김경준이 나와 보면 뭐라 말을 하겠죠. 이명박도 못 믿을 인간이지만, 김경준 일가도 어차피 못 믿을 인간들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같은 사기꾼하고 관계를 맺고 뭔가 사업을 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경제 전문가에 박정희 시대 성공 신화를 일군 CEO란 분이 일개 사기꾼한테 농락당해서야 어디 면이 서겠습니까? 김경준과 이명박의 문제는 둘이서 난타전을 하게 놓아 둬야 했습니다. 대신에, '사기꾼한테 농락당한 경제 전문가'란 이미지를 부각시켰어야 했습니다. BBK 수사 결과가 어떻든지간에 이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랬다면 검찰 발표와는 관계 없이 이명박 후보는 스타일 무지 구겼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여권은 김경준의 대변인이라도 된 것처럼 대리전을 치렀습니다. 결국 일발장타를 노리다가 김경준과 함께 망한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이명박 후보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위장전입, 위장취업을 비롯해서 수많은 비리가 드러났고, 몇 가지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위력은 별로 크지 못했습니다. 상대편은 다들 BBK라는 일발장타에 목숨을 걸었으니까요. 아마도 이명박 후보 쪽에서는 속으로 웃고 있었을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몇몇 문제는 재빠르게 사과를 했던 거죠. 예전 같았으면 비리를 인정했다는 것 자체가 치명타였겠지만 워낙에 BBK라는 핵폭탄급 '대물'이 있었던지라,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작게 보였던 겁니다. 하지만 과연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문제를 볼 때, BBK보다 위장전입이나 자녀 위장취업 같은 문제가 작았을까요? 그 문제들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한번 크게 먹으려다가 홀라당 다 털린 꼴이 됐습니다. 이제 와서 위장전입이나 위장취업 문제를 꺼내 봤자 BBK 사건이 이 꼴이 된 뒤에 그게 무슨 약발이 먹히겠습니까? 이명박 지지자들은 이제 웬만한 도덕성 문제는 움찔하지도 않을 겁니다.

아무튼, 결국 여권은 다른 도덕성 문제까지 전부다 올인해서 BBK라는 대박을 노리다가 쫄딱 망한 꼴이 됐습니다. 물론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특검이 벌어질 수도 있고, 새로운 사실도 다시 밝혀질 수 있으니 끝난 얘기는 아니라지만, 이미 사실로 확실하게 밝혀진 부분들만 가지고도 이명박 후보가 얼마나 자질 없는 후보인지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음에도 'BBK 대박'을 쫓다가 망해버린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작전실패'입니다. 다시 말해, 단군 이래 가장 추잡한 스캔들로 점철된 대통령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현실에 여권의 어설픈 욕심도 한몫한 셈입니다.
Posted by M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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