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장이 과연 침체냐 아니냐, 이를 두고 많은 논란들이 있습니다. 음악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서 침체라고 말하지만,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침체는 무슨 침체냐고 말합니다. 음악 산업의 침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는 음반 산업이 몰락한 만큼 디지털 음악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따라서 음악 산업의 매출 총액은 비슷하거나 더 커졌다는 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총액'만으로 음악 시장을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요? 그것은 GNP를 가지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들 한 해에 2만 달러씩 벌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단편적인 겁니다. 총액은 시장을 판단하는 단편적인 기준에 불과합니다. 숫자 놀음에서 벗어나서 지금 음악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봐야만 진짜로 음악 시장이 침체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은 똑같은 물건을 대량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끊임없는 창작 활동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음악 시장에서 컬러링과 벨소리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음악으로 볼 때에는 결코 좋은 일이 될 수가 없습니다. 컬러링과 벨소리는 한 곡에서 일부만을 떼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달리 표현해 보죠. 영화 한 편을 다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영화 가운데 하이라이트 부분만 15분만에 보는 시장이 호황이라면, 이게 과연 영화 산업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컬러링과 벨소리가 음악 시장의 매출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에 맞는 음악들, 곧 15-30초 정도의 클라이막스만 뚝 떼어내서 이 부분만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면 성공할 수 있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컬러링에서 쓰기 좋은 부분만 신경 써서 만들면 그 앞뒤는 대충 만들거나 표절 아니면 샘플링을 해도 된다는 식인 거죠. 이는 음악 표현 형식의 다양성을 가로 막고, 음악의 품질을 부실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단지 벨소리/컬러링만이 아닙니다. 디지털 시장으로 음악 시장이 재편되면서 가장 크게 나타나는 현상은 음악이 점점 소비성으로 흐르고 생명력이 짧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엘튼 존이 "인터넷을 5년만 없애면 명곡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뭘까요? 저는 음악 시장에서 디지털이 주류가 되면서 심화된 '소비성'이라고 봅니다. 곧, 음악이 쉽게 소비되고, 쉽게 버릴 수 있는 1회성 소비물로 점점 변해가고, 따라서 음악의 생명력이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창작 과정이 그만한 댓가를 얻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것들을 대량 생산해서 디지털 시장으로 풀어놓는 쪽이 훨씬 이익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었을 때 양극화는 더 심해집니다.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음악을 대량생산 방식으로 찍어내는 대형 기획사나 유명 작곡가들은 더욱 득세하는 반면, 이런 대량생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 위축되거나 무너지는 것이지요. 몇몇 유명 작곡가들은 팀 형태로 곡들을 대량생산하는 체제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한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우리나라에서나 외국에서나 흔히 '명반'으로 손꼽는 앨범들을 살펴 보면 '컨셉 앨범'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과 같은 앨범은 컨셉 앨범의 대표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N.EX.T의 첫번째 앨범인 <Home>과 같은 앨범을 컨셉 앨범으로 꼽을 수 있겠죠. 이런 앨범들은 앨범 전체를 하나의 서사로 보고 곡돌을 구성해 나갑니다. 그래서 앨범 안에 있는 노래들이 결합관계나 기승전결과 같은 연관을 가집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런 컨셉이 사라집니다. 디지털은 한곡 한곡이 떨어져서 파편화되어 소비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음악인들은 이제는 이런 컨셉 앨범과 같은 기획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그만큼 음악에서 다양성과 표현의 폭이 줄어드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결국은 음악 전반에 걸친 질 저하로 다가오게 됩니다. 더구나 클래식이나 재즈처럼, 하이라이트만 떼어놓기 어려운 음악들은 음반 시장 위축이 결정적인 타격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음반 시장이 무너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본 음악들이 이런 종류입니다. 물론 예전에도 이런 음악들이 많은 판매고를 올렸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메이저급 음반사들이 재즈는 거의 버리다시피했고, 클래식도 크로스오버 쪽에 정신이 팔린 상황입니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죠.
곧, 디지털 시장으로 음악의 중심이 옮겨감으로써, 그 총액 규모는 그대로일지 몰라도 질로 보면 형편없어졌고, 다양성은 점점 무너져서 획일화되어 가고, 양극화되고, 소비성 음악들이 전보다도 더욱 판을 치는 상황을 낳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면에서 보면 음악 시장은 양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질로는 확실히 침체기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중간 허리가 무너지는 것은 음악에게는 재앙입니다. 왜냐하면 중간 허리를 통해서 다양한 실험과 신선한 표현들이 나타나고, 이런 자양분들이 주류 음악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구조가 세계적인 음악 시장의 순환 구조였는데 이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중간 허리가 무너진다는 것은 음악을 발전시키고 정체를 막아줄 토양이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그저 돈을 버는 상품을 만드는 '음악 제조업'으로 본다면 지금 상황은 침체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음악을 창작과 예술이 필요한 '문화 산업'으로 본다면, 양극화와 다양성 감소, 파편화가 동력으로 작용하는 질 저하 현상은 분명히 침체기를 뜻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문제는, 지금으로선 딱히 이런 침체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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