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명박 후보가 노조에 관해서 꽤 수위가 센 발언을 했습니다. 교수노조나 서울시향 노조를 들먹이면서 말하는 걸 보니까, 예전에 전교조가 처음 생길 때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 따위로 자신을 격하시키냐" 란 논리로 선생님들을 때려잡던 시절 생각이 나더군요. 적지 않은 분들이 이명박 씨가 '무개념'이다, 라고 질타를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계신 듯합니다.
사실 요즘 들어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노조 관련 기사를 보면 주로 노조에 대해서 비판을 넘어서 비난을 일삼는 댓글들이 많지요. 예를 들어서, '귀족노조'란 말은 전혀 엉뚱한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귀족노조란 노조의 상층이 자본가와 결탁해서 같은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걸 뜻하는데, 오히려 제대로 된 진품 귀족노조라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선진노사문화의 대표처럼 여겨지고 있지요.
월급 500 받는 사람들이 파업하면 월급 200 받는 사람들이 욕하고,
월급 200 받는 사람들이 파업하면 월급 100 받는 사람들이 욕하고,
월급 100 받는 사람들이 파업하면 월급 50 받는 사람들이 욕하고,
월급 50 받는 사람들이 파업하면, 직장 없는 사람들이 욕합니다.
약자들끼리 서로 누가 조금이라도 더 강한가 약한가 잡아먹는 정글. 그야말로 효도르 앞에서 동네 꼬마 몇 명이서 뒹굴면서 골목대장 쌈질하는 모습이 요즘 우리나라 인터넷 댓글의 현실이지요. 아마 이명박 씨는 이런 분위기니까 노조 욕하면, 그것도 심하게 욕할 수록 무조건 점수 딸 거라고 생각했나봅니다.
아니, 어쩌면 그 기사 아래에는 여전히 "이명박 화이팅!"을 외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릴 겁니다. 하지만 대단한 착각이죠. 인터넷 댓글이 가져온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인터넷 댓글이 너무 과대평가된 느낌이 있습니다. 실제로 누가 썼는지, 어떤 생각으로 썼는지, 그냥 홧김에 술먹고 썼는지, 생각은 해 보고 썼는지, 사실 관계는 알고 썼는지, 이런 게 전혀 검증이 안 되는 상태에서, 그냥 댓글만 보다 보면 여론이 이렇구나! 사람들 정서가 이렇구나! 하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아셔야죠. 예를 들어서 '여자도 군대 보내자!'라는 댓글 많이 달립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토론회에다 앉혀 놓고 제대로 토론시켜보면, 과연 수많은 해결 과제, 예를 들어서 많은 시설을 남녀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막대한 예산 문제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정치는 댓글이 아닐진대, 청와대와 여당 사이 싸움도 그렇고, 야당 후보들도 그렇고, 싸움에서 오가는 말이나 내용을 보면 요즘 너무 수준이 댓글스러워지는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설마 그럼으로써 서민에게 가까워지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아참, 이명박 씨가 하나 기억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이명박 씨에게는 아버지나 마찬가지인 고 정주영 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자본가가 아니라 부유한 노동자다"
설령 입에 발린 소리라고 해도, 아버지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은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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